'뚫리는 방탄복' 연루 예비역 장성…1·2심 유죄→대법 "재판 다시"

윤다정 기자 2024. 1.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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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리는 방탄복' 제조사에서 청탁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예비역 장성의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수뢰 후 부정처사, 부정처사 후 수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장성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528만4671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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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문계약 포괄적…로비 대가로 자문료 적어"
"알선수재죄 성립 판단, 현안·액수 등 두루 살펴야"
대법원 (뉴스1 DB)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뚫리는 방탄복' 제조사에서 청탁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예비역 장성의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한 자문 계약을 하고 대가를 받았다고 곧장 알선수재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수뢰 후 부정처사, 부정처사 후 수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장성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528만4671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으로 근무하던 2011년 방위사업체 S사의 청탁을 받고 방탄복 보급계획을 변경해준 뒤 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국산기동헬기 제조·납품업체로부터 군 관계자에 대한 로비를 요청받고 5594만여원을, 전투화 납품업체로부터 1934만여원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도 있다.

군은 2007년 '나노입자 액체방탄재'를 민관 합동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2012년부터 액체방탄복을 보급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A씨가 S사로부터 "액체방탄복은 실패한 사업이니 우리가 다목적방탄복 공급을 독점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기존 계획을 중단시키고 민간업체 연구개발 방식으로 다목적방탄복을 조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후 S사는 2012년 8월 다목적방탄복 연구개발업체로 선정됐고 2014년부터 2025년까지 독점공급권을 부여받았다. A씨는 2014년 배우자를 S사의 계열사에 위장 취업시켜 3500만여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S사 다목적방탄복의 철갑탄 방탄성능을 시험한 결과 방탄판이 완전히 관통되는 '뚫리는 방탄복'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528만4671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헬기사업 관련 납품을 로비했다는 배모씨의 진술, A씨에게 전투화 납품단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국방부에 이야기해 달라고 한 정모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부정처사와 뇌물공여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액체방탄복 사업은 2011년 3월 회의에서부터 성능에 의문이 제기됐고 A씨가 참여하지 않은 회의에서 중단하기로 이미 결정됐다"며 "S사의 B씨가 A씨에게 집에 있던 현금을 줬다고 했지만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았다.

항소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알선수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가 S사와 체결한 자문계약의 내용이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데다 통상의 영업활동을 돕는 수준으로 보이고 A씨가 받은 자문료 5500만여원 또한 로비 요청 대가로는 적다고 보았다.

A씨가 담당 공무원들과 접촉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적법한 영업 보조활동을 넘어 공무원들에게 청탁·알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직접적 해결을 전제하지 않고 업무의 효율성·전문성·경제성을 위해 피고인의 전문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편의 제공의 대가로서 보수가 지급됐다면 알선수재 행위가 아닌 통상의 노무 제공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알선수재죄가 성립하는지 판단하려면 △의뢰 당사자가 피고인에게 사무처리를 의뢰하고 그 대가를 제공할 만한 구체적인 현안이 존재하는지 △피고인이 지급받는 계약상 급부가 의뢰 당사자와 공무원 사이를 매개·중개한 데 대한 대가인지 △현안의 중요도나 경제적 가치 등에 비춰 자문료 등의 액수나 지급조건이 사회통념·거래관행상 일반적인 수준인지 △보수가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지를 두루 살펴야 한다고 봤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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