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E조] '고전' 한국, 차라리 2위 16강?...바레인 '극장골' 勝
20일 2023 카타르 아시안컵 2차전 한국 2-2 요르단
바레인 1-0 말레이시아...3차전 결과 따라 순위 결정
한국 2위면 대진운 '굿'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차라리 조 2위 16강 진출이 더 실리적이지 않을까?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으로선 20일 냉정하게 남은 5경기의 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선수들의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요르단과 가까스로 비긴 한국은 오는 25일 말레이시아와 최종전 결과에 따라 조 1,2위가 결정된다. 1위 진출이면 결승까지 일본 이란 카타르를 만날 가능성이 있고, 2위면 사우디 호주 이라크와 연달아 결선 토너먼트에서 격돌할 공산이 크다.
◆ '줄부상' 한국, 요르단의 '육탄 공세'에 고전...2-2 무승부 '다행'
그나마 황인범이 클린스만호를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경합 과정에서 왼쪽 무릎을 다친 황인범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90여분을 소화하며 1-2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에 상대 자책골을 끌어내는 슈팅으로 2-2 무승부를 만들었다. 황희찬 김진수 부상으로 경기 운영에 차질을 빚던 클린스만호는 요르단전을 앞두고 주전 골키퍼 김승규마저 십자인대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돼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스트라이커 조규성의 경기감각이 두 경기째 살아나지 않고 왼쪽 풀백 이기제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한국은 기대했던 승리보다 오히려 승점 1점을 얻는 무승부를 다행으로 생각해야할 만큼 고전을 면치 못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자책골 하나씩을 주고받는 난전을 펼친 끝에 2-2로 비겼다. 전반 9분 손흥민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볼을 걷어내려던 박용우가 우리 골문에 골을 넣는 바람에 경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로 평가된 요르단의 후세인 아무타 감독의 지략이 돋보였다. FIFA(국제축구연맹) 87위 요르단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역대 한국 전적 2무 3패) 23위 한국을 상대로 정상적 경기 운영를 하기보다 우세한 피지컬을 앞세워 공간을 주지않는 '육탄 공세' 전략으로 맞서 승리 직전까지 가는 선전을 펼쳤다.
한국의 수비불안을 교묘하게 공략한 요르단은 전반 추가 시간(45+6)에 알 나이마트의 역전골로 전세를 뒤집었다. 전반을 1-2로 마친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자책골의 장본인 박용우와 2경기째 부진한 왼쪽 풀백 이기제를 빼고 홍현석 김태환을 투입했다. 그래도 골이 터지지 않자 결정적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하던 조규성과 고전하던 이재성을 후반 24분 불러들이고 오현규와 정우영을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김태환과 오현규는 후반 추가시간(90+1분) 황인범의 사실상 동점골에 기여하며 비로소 2-2 무승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탈 아시아급'인 손흥민과 이강인이 요르단에 '육탄 방어'에 발목이 잡힌 데다 선수들의 부상, 1차전 5장의 경고를 교묘하게 몸싸움으로 공략한 요르단의 전략적 선택으로 한국은 볼 점유율 66%-34%, 슈팅 수 23-12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2-2에 그쳤다.
이로써 1승 1무 승점 4점을 기록한 한국은 골득실에서 +2로 요르단(1승1무 +4)에 뒤져 2위를 유지했다. 한국은 25일 오후 8시 30분 말레이시아와, 요르단은 바레인과 최종 3차전을 펼쳐 순위를 가리게 된다.
3차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요동칠 수 있지만 한국은 조 2위도 나쁘지 않다. 아니 실리적으로는 1위보다 2위가 더 좋다. 1위로 진출하며 대진표상 16강 토너먼트에서 일본, 8강전에서 이란, 4강전에서 카타르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위가 되면 반대편 대진표로 넘어가 16강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8강전에서 호주, 4강전에서 이라크와 만날 공산이 크다. 사우디는 지난해 9월 1-0으로 이긴 팀이고, 이라크는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긴 상대다.
호주의 전력 또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한국으로선 2위 진출 대진이 더 좋다. 좋은 길을 놔두고 조 1위 명분에 얽매어 굳이 가시밭길을 갈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한국과 요르단이 모두 최종전을 이긴다면 한국은 골득실에 따라 조 2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대회는 총 24개국이 6개조로 나뉘어 조 1,2위팀과 3위 상위 4팀이 16강에 올라 녹다운 토너먼크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조별리그 팀 순위는 승점-승자승-골득실-다득점 순으로 가리게 된다.
◆ 첫승 불발 '김판곤 매직'의 말레이시아, 바레인에 '극장골' 내주며 0-1 패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E조 2차전에서 '김판곤 매직'은 일어나지 않았다. 1980년 이후 무려 44년 만에 자력으로 본선에 오른 말레이시아는 김판곤 감독의 용병술에도 불구하고 후반 추가시간(90+5분) 바레인의 마단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1차전에서 요르단에 0-4로 패한 말레이시아는 볼 점유율에서 34%-66%, 슈팅 수에서 4-13으로 밀리면서도 끝까지 잘 버티다가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하고 말았다. 이로써 2패가 된 말레이시아는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고 1차전에서 한국에 1-3으로 패한 바레인은 1승 1패 승점 3점을 확보하며 16강 진출의 불씨를 살렸다.
FIFA 랭킹 86위 바레인은 87위 요르단과 최종전을 펼친다. 바레인과 요르단은 FIFA랭킹에서도 1계단 차이밖에 나지 않을 정도의 전력을 지녀 3차전 격돌이 예상된다. 요르단 한국 바레인까지 모두 승점 3점 이상을 획득한 E조는 당초 한국의 '1톱' 예상과 달리 2차전까지 유일하게 2연승 팀이 없는 '죽음의 조'로 바뀌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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