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뉴스] '동거 커플'이 더 오래가더라…프랑스 '동거' 커플 역대 최고치

백민경 기자 2024. 1.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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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프랑스 커플. 〈출처=AFP〉
'사랑'과 '자유'란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나라, 프랑스. 프랑스엔 우리나라엔 없는 독특한 제도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팍스'(PACS·Pacte Civil de Solidarite·시민연대협약)입니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인인 두 사람이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제도입니다. 프랑스는 비교적 이혼이나 별거가 많고 동성 커플도 많기 때문에 1999년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동거 커플' 역대 최고치



최근엔 팍스를 맺은 커플의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2022년 한해 20만9827쌍이 팍스를 맺고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결혼 선언을 한 부부는 이보다 약간 많은 24만1710쌍이었습니다. 팬데믹 기간인 2020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팍스(17만여 건)가 결혼 건수(15만여 건)를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2030년이면 결혼 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1998년 PACS 반대를 위해 5시간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기독사회당의 크리스틴 부탱 의원을 풍자하는 '샤를리 엡도'의 만평.

성경 들고 '5시간 연설'하며 반대했지만



사실 팍스는 도입 당시엔 동성 커플을 민법상 보호하자는 취지였습니다. 프랑스에서 동성 결혼은 2013년 합법화되었는데, 이에 앞서 적지 않은 동성애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과도기적 디딤돌로 제시됐습니다. 도입 당시엔 가톨릭이자 보수인 한 의원이 표결 전 성경을 들고 5시간 동안 연설을 할 정도로 격렬한 반대에 직면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5년을 돌아보면 팍스는 이성 커플의 압도적인 지지 아래 늘어났습니다. 동성 간 계약 비율은 제도가 도입되던 첫해에만 42%로 가장 높았고, 2004년 13%, 이후 줄곧 한 자릿수 비율을 유지했습니다. 현재엔 4~5%에 불과합니다.

팍스는 "편하다"



팍스의 좋은 점은 미혼 커플도 결혼한 부부와 마찬가지로 사회·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결혼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커플이 함께 거주하며 부부로서의 혜택을 받고, 아이를 낳아도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양도세, 소득세 등 세금이 줄고 건강보험료도 공제됩니다.

헤어질 때도 간편합니다. 복잡한 조정을 거쳐야 하는 이혼 대신, 시청에 해지 의사를 담은 서류를 한장 보내면 됩니다. 대신 결혼과 달리 한 쪽이 취소하면 그 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출처=로이터〉

팍스로 "의외로 백년해로"



생각보다 팍스로 맺어진 커플은 쉽게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결혼한 부부는 3쌍 중 1쌍이 이혼하는 데 반해, 팍스의 해지율은 10%대에 불과합니다. 최근 프랑스의 출산율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팍스는 도입 이후 프랑스를 유럽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은 나라로 만드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비혼 자녀들에 대한 불필요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 데도 일조했습니다. 현재 프랑스에서 태어난 아이들 60% 정도가 팍스 또는 동거 중에 태어났기 때문이죠.

"결혼해줘"라는 말 대신



우리나라는 결혼을 통하지 않은 가족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2005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혼인·혈연·입양으로만 형성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다양한 가족과 가정의 형태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정비하라고 권고했는데요, 현재까지 특별한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이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동성애자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지요.

한국도 결혼율이 떨어지고 결혼 시기가 늦어지며 동거하는 커플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산 인식조사'에선 '사실혼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결혼 제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무려 81.0%를 차지했습니다. 팍스가 도입되고 프랑스에선 "결혼해줘"라는 말 대신 "팍스하자"는 말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언젠간 "같이 살자"는 말이 더 익숙해질지 모릅니다.

〈출처=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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