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리턴' 정책, 12년간 유명무실…韓 인재유치 명맥 끊겼다
해외 나간 인재, 불러들일 유인책 無…2012년 정책 추적도 어려워
[편집자주] 인구구조 급변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국가적 난제로 떠올랐다. 50년 뒤 학령인구는 현재 대비 3분의1 수준(약 280만명)으로 이공계(理工界) 인재 부족이 심각할 전망이다. 한국이 1962년부터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기를 보낸 원동력은 바로 '인적 자본'이었다. 하지만 최근 30년간 인구감소와 저성장 늪에 빠져 국가 미래는 절체절명 위기를 맞았다.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신(新) 이공계 두뇌 육성책'을 모색한다.
해외로 떠난 한인 과학기술인을 국내로 유치(誘致)하는 정책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한인 과학기술인 평가 시스템이 논문 갯수(Number of Papers) 등과 같이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우수 연구자 리턴' 대책만 존재해 이공계 석·박사 인재를 불러들일 제도 보완 등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가 2012년 추진했던 '브레인 리턴 500' 정책은 추적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정권이 3차례(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바뀌는 동안 교과부가 미래창조과학부-과기정통부로 이름을 바꾸고 부처 업무도 조변석개(朝變夕改)했기 때문이다.
브레인 리턴 500은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정책이다. 1960~1970년대 1세대 해외 한인 유치과학자에게 파격 지원한 정책처럼 우수 한인 과학자 500명을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추진됐다. 당시 100억원 이상 연구비 지원, 연구인력 채용 권한 부여 등을 통해 해외 한인 과학자 일부가 IBS로 들어오면서 관련 정책은 소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부처 업무가 교육·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브레인 리턴 500 정책은 자취를 감췄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해외 우수 과학자 유치사업'(Brain Pool)을 운영 중이다. 해외 거주 박사급 연구자나 산업체 5년 이상 R&D(연구·개발) 경력자를 뽑아 최장 3년간 최대 3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한인 과학자는 "한인 과학자 평가 제도는 최근 5년간 논문 갯수나 주저자 논문 등과 같이 국내 연구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이라며 "선정평가 방식만 봐도 전향적으로 우수 과학자를 데려오겠다는 의지보단 형식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연구재단은 또 'Brain Pool 플러스' 사업도 운영한다. 이 사업도 지원책은 같지만 최장 10년간 연구자를 지원한다. 두 사업 모두 최고급 우수인재를 유치하는 방식만 고수하고 있어 이공계 석·박사 단계부터 한국으로 유입시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 원장은 "우리나라 인재 유치 정책은 성공한 과학자만 데려오려고 하는데 이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긴 쉽지 않다"며 "최상위권뿐만 아니라 우수 석·박사 인재들이 한국에 들어와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문 전 원장은 "해외 각국에 있는 한인 2~3세들에게 대한민국의 위상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다"며 "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비롯한 4대 과기원이나 최우수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에는 이들이 충분히 동경심을 가질만 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을 품을 수 있는 터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국내외 유학생을 우리나라 안에 잡아놔야 한다는 생각은 과거의 사고방식"이라며 "한국에 잠깐 들어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나가더라도 이들이 해외 협력 네트워크 접점이 될 수 있다. K팝 가수들도 한국에 들어와 자라나 해외를 개척하는 것처럼 우리 과학계도 시각을 달리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내로 해외 한인 과학기술인을 리턴시키려면 충성심보단 확실한 연구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금 편성 과정에서 공정성이 우선돼 우수 연구자·교수 등을 추가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도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과 경쟁하려면 영어 등을 쓰는 환경이 조성되고 해외 인재들이 국내에 녹아들 수 있도록 수직적 연구문화 개선, 관리주의 연구평가 체계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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