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런 확신을 하고 ‘GO’ 한다고” 롯데 61세 코치는 ‘버릇 해부 장인’…이번엔 ‘명품 주루’ 강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는 그런 확신을 하고 ‘GO’를 한다고.”
롯데 자이언츠 김평호(61) 코치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베테랑 지도자다. 1군 감독 경력 없이도 오랫동안 코치 생활을 하는 건 이유가 있다. 업계가 인정하는 주루, 수비 파트의 최고수다. 롯데 유튜브 채널 자이언츠 TV는 지난 18일 김평호 코치가 김해상동구장의 루키캠프에서 외야 수비와 주루를 강의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김평호 코치의 최대 전문분야는 역시 주루다. 특히 업계에서 투수들의 습관을 잘 캐치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날 영상에서 김평호 코치는 롯데 야수들에게 투수의 버릇을 알려준 뒤 1루에서 2루러 스타트하는 연습을 시켰다. 미세하게 버릇을 취하다가, 또 취하지 않으면서 롯데 주자들의 능력 향상을 꾀했다.
우선 주루의 기본을 알려줬다. 가상의 로프를 1~2루 사이에 직선주로로 쳤다. 김평호 코치는 “줄을 쳤지만, 너희가 가상으로 가는 길이다. 사람이 신체구조상 모델 걷듯이 걸을 수는 없다”라고 했다. 모델처럼 직선주로, 최단거리로 주루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평호 코치는 “이렇게 갔다가 이렇게 갔다가(로프를 축으로 놓고 지그재그 동작 취함), 이런 손해 보는 주루를 하지 말라는 뜻에서 그려 놓은 거야. 반드시 1자로 가야 한다는 건 아니다. 왔다 갔다 하지 않고, 내 목표지점으로 골반을 더 보내야 한다”라고 했다.
이걸 기본으로 해 놓고, 본격 강의에 나섰다. 김평호 코치는 투수로 변신했다. 우투수인데, 고개가 넘어갔다가 돌아와서 왼발을 들어 던지는 투수라고 가정했다. 대신 그대로 서 있으면 건제라고 했다. 1루 주자는 이호준이 나섰다. 김평호 코치의 동작을 보고 2루로 스타트를 끊었지만 질책을 받았다. 늦었다는 얘기다.
김평호 코치는 “안 됐어. 고개 올 때 왜 가만히 있냐 말이야. 고개 올 때 이건 100% 견제가 안 오니까 중심을 앞으로 보내야지”라고 했다. 반면 고경표의 경우 스타트 타이밍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반응 좋았어”라고 했다.
다음은 왼손투수로 변신. 오른발을 들면 견제, 글러브를 슬쩍 주자 기준 오른쪽으로 옮기면 투구라고 했다. 이번엔 신인들의 스타트가 좋았다. 김평호 코치는 “그렇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리를 크게 들고)이렇게 던지는 투수는 (2루에)가려다 돌아올 수 있다. 갈려고 중심이동을 걸어야 한다. 그래놓고 (글러브가)옆으로 가면 그냥 2루로 가는 거야”라고 했다. 다리 움직임만 보고 스타트를 걸었다가 귀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선수가 김평호 코치의 동작을 잘 보고 스타트를 끊자 “그렇지. 이건 포수가 던지지도 못하고 (2루에서) 살아버리는 거야”라고 했다. 계속해서 김평호 코치는 글러브를 낀 엄지손가락이 조금 올라가면 직구, 많이 올라가면 체인지업이라고 가정한 뒤 훈련을 시켰다. 변화구라는 게 보이면 웃으면서 “인사 한번 해야지,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김평호 코치는 “체인지업, 포크볼 잡아놓고 견제를 할 수 없다 이 말이지(투수가 견제할 때 직구 그립을 잡는다). 반드시 이렇다는 건 아니다. 투수들도 캠프를 하면서 전력분석을 할 것 아니야. 여기도 바꿔라, 이것도 바꿔라, 이것도 바꾼다 그 말이야”라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본래 버릇은 보인다. 김평호 코치는 “결정적일 때 습관이 나온다. 왜. (미세한 습관을 고쳐서 투구)밸런스가 무너지면 자기가 공을 못 던지니까. 그래서 투수 습관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거지. 바뀌어도 그 모습(습관)들이 작아지는 거지 무조건 나온다 이 말이야. 나는 그런 확신을 가지고 GO를 한다고”라고 했다.
주자들이 조심해야 할 점도 설명했다. 양 발의 간격이 넓은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버릇이 보이기 쉬운 반면, 양 발 간격이 좁은 투수들은 버릇 간파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베테랑 코치에겐 그 조차도 꿀팁이 있다.
김평호 코치는 “그럴 땐 왼발 축 다리를 기준으로 (오른쪽)무릎이나 발 끝이 왼쪽 다리를 넘어갈 때 (투구이니 2루로)스타트." 이후 김평호 코치는 해당 동작을 취했고, 한 선수가 재빨리 2루에 들어가자 “그렇지”라고 했다. 반대로 오른 다리를 넘기지 않고 앞으로 벌리자 한 선수가 1루로 귀루했다. 역시 “그렇지. 나가려다 돌아올 시간이 된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투구 폼과 습관을 잘못 읽어서 2루로 스타트를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평호 코치는 “그러면 절대 중간에 멈추지 마. 그냥 2루에 가서 승부해. 가서 그냥 죽고 깨끗하게 오라고”라고 했다. 투수와 수비수들이 런다운 플레이를 하다 실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2루로 뛴 주자는 세이프 될 확률이 크다. “안 뛰면 기회가 없어지는 거야”라고 했다.
투구 버릇 간파 장인의 명품 강의였다. 롯데 루키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인야구를 하는 일반인들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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