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대응에 '메타버스' 활용 대세…구체적 재난 '체감' 관건
"정밀하고 현실적인 재난 설계 이뤄져야"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시와 소방청 등 지자체·정부기관이 잇따라 메타버스를 활용한 재난 체험관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이고 정밀한 훈련 설계가 바탕이 돼야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1일 소방청에 따르면 청은 이달 '메타버스 119안전체험관'에 8종의 재난에 대한 체험 기능을 업데이트한다. 소방청은 국민이 실제 재난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메타버스 119안전체험관 운영을 시작했다.
지하철 사고, 화재 등 기존 5종 재난에 산불, 산업 안전, 산악 등 8종의 재난 유형이 추가된다.
지하철 사고, 지진, 태풍 등은 재난 상황에서 행동요령 안내문이 뜨고 이를 클릭해 아바타가 실제 행동하는 방식으로 체험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지하철 사고 상황에서 문을 개방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이를 클릭하면 아바타가 절차대로 지하철 문을 개방한다.
집중호우, 교통안전, 물놀이는 이지선다 질문으로 재난 대응 방법을 가르쳐준다. 산불 상황에서 아직 불에 타지 않은 길과 이미 탄 흔적이 있는 길 중에 어디로 대피할지 선택하는 식이다.
소방청뿐만 아니라 서울시, 한국지역난방공사 등도 자체 '메타버스'에 재난 체험 기능을 도입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이달중 '메타버스 서울'에 '시민안전체험관'을 새로 열 계획이다. 심폐소생술, 부목으로 골절상 처치, 지진 상황에서의 완강기 탈출 등을 시민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국지역난방공사도 화재와 추락 예방 체험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시스템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상 재난 체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효과를 높이기 위해 더 정밀하고 현실적인 재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가상 체험으로라도 재난에 대해 사전에 배우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잘하고 있는 정책"이라며 "다만 그저 하나의 게임 정도에 그치지 않으려면 체험자가 실제 재난을 '체득'할 수 있는 면밀한 설계가 중요하다"고 했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오프라인 안전체험관부터 해서 대체로 설계는 잘돼 있다"면서도 "입체적인 훈련 설계는 아직 부족하다"고 짚었다.
제 교수는 아파트에서 화재가 난 상황을 가정해 재난 체험이 갖춰야 할 '입체성'을 설명했다. 아파트 거주자가 많은 특성상 한국 국민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화재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선 실제 현실에서 발생할 법한 구체적인 상황을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제 교수에 따르면 아파트 아래층에서 불이 나 연기가 올라오는 상황이 실제 시민이 겪을 법한 화재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문을 열어 연기를 빼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창문을 모두 닫고 방문 틈은 막는 게 생존 확률을 높이는 길이다. 상층부 문을 열어놓고 하층부에 연기를 피우면 밑에 있던 연기가 상층의 열린 공간으로 빨려올라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잡한 행동 요령을 단순히 정보 전달 식으로 인지하는 걸 넘어 실제로 체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 교수는 "원리를 이론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많지만 재난 상황의 긴급성을 생각하면 '4층에서 창문을 열었더니 3층의 연기가 올라오더라' '창문을 닫았더니 연기가 오지 않더라' 하는 경험에서 우러나는 '체감 기억'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기관들의 체험 프로그램을 보면 여건상 한계로 현실을 단순화한 면이 있다. 119안전체험관 화재 프로그램의 경우 화면에서 소화기 그래픽을 찾아내 '불이 난' 곳을 클릭해 불을 끄는 방식이다. 실제 소화기를 사용하는 감각은 알기 어렵다. 심폐소생술 체험의 경우 심장 박동에 맞춰 리듬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시·소방청 등 관계 기관도 이 같은 한계를 인지해 재난 유형별로 상황을 다변화하거나 재난 가짓수를 추가하는 등 점차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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