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20% "육아휴직 전혀 못 써"…동료눈치·불이익 등도 발목

조아라 2024. 1. 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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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들의 도입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기업별 빈부격차' 뚜렷

21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밝힌 사업체는 전체의 52.5%에 그쳤다. 27.1%는 '필요한 사람 중 일부가 사용 가능'하다고 했고, 20.4%는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5곳 중 1곳에서 육아휴직 활용이 아예 불가능한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7∼10월 근로자 5인 이상 표본 사업체 5038곳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육아휴직을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답한 사업체의 비율은 2017년 44.1%, 2019년 45.4%, 2021년 50.7% 등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규모별로 보면 그 격차가 뚜렷하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95.1%가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5∼9인 사업체는 그 절반인 47.8%, 10∼29인 기업은 50.8%만 그렇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빈부격차'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여성의 출산 전후 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다른 일·가정 양립 제도도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가 컸다.

배우자 출산휴가의 경우 '필요한 사람은 모두 쓸 수 있다'는 사업장이 300인 이상 사업장 중에선 84.1%였지만, 10∼29인 사업장은 60.4%, 5∼9인 사업장은 57.9%에 불과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도 300인 이상 사업장 중엔 83.5%가 '필요하면 모두 쓸 수 있다'고 답한 데 반해, 5∼9인 사업장 중에선 54.8%만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했다.

정성미 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육아휴직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대기업과 공공부문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의 규모와 관계 없이 육아휴직을 갈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료 눈치ㆍ소득 감소·승진 불이익' 등도 발목

이 같은 제도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인력이 제한적이어서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더 커지는 작은 사업장일수록 육아휴직 등을 쓰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가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것임을 고려하면 대기업 내에서조차 일반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제도 활용률은 더 낮을 가능성도 있다. 유형·무형의 장애물들로 인해 제도 활용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에 따른 소득 감소는 휴직을 가로막는 결정적 이유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80%로, 월 150만원 상한이다. 승진 지연, 보직 제한 등 각종 불이익도 사라지진 않았다.

원칙적으로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해야 하지만, 조사 대상 사업체 중 30.7%만 휴직 기간 전체를 승진 소요기간에 산입했다. 23.7%는 일부만 산입했고, 45.6%는 아예 산입하지 않았다. 육아휴직을 쓴 만큼 승진이 늦어진다는 얘기다.

이번에 여야가 내놓은 저출생 공약들을 비롯해 각종 일·가정 양립 제도를 확대하고 지원을 늘리는 것은 모두 재원이 투입된다. 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 규모는 2022년 말 6조4130억원이다. 2018년 9조7097억원에서 코로나19로 실업급여 지출 등이 늘면서 기금도 줄다가 2022년부터 다시 회복됐다.

코로나19 기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예수금(10조3000억원)을 제외한 실적립금은 약 3조9000억원 적자다. 일상회복 후 기금 지출 등이 정상화하면서 작년 말 기준 적립금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정성미 박사는 "제도 확대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구체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며 "별도 기금을 마련하거나, 실업급여와 분리한 별도 재원으로 관리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며, 이는 '결정'의 문제"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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