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결' 분노유발자 송하윤, 빌런 되고 만난 '인생캐' [N초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송하윤이 물 만난 연기로 '빌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전에 없던 모습으로 완벽하게 분한 그는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 연출 박원국, 한진선)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가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경험하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드라마다. 흥미진진한 소재와 쫄깃한 이야기 전개 덕분에 지난 1일 방송된 첫 회에서 5.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뒤 16일 6회 때는 7.8%까지 치솟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사이다 복수극'을 내세운 점이 주효했다. 지나치게 착한 성품으로 답답함마저 불러일으켰던 주인공 강지원(박민영 분)은 자신의 남편 박민환(이이경 분)과 절친 정수민(송하윤 분)의 불륜 목도 후 사망하는 허망한 일을 겪은 뒤, 영문도 모른 채 10년 전으로 회귀하게 되면서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과거로 돌아간 강지원은 박민환과 정수민의 악행을 고스란히 당하지 않고 하나씩 되돌려주고 있다. 특히 강지원이 자신을 기만한 박민환과 정수민을 이어지게 노력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만큼 이후에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 역시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전형적으로 착한 주인공처럼 보이나 남편과 친구의 기만을 깨닫고 '흑화'하는 박민영은 물론, 키다리 아저씨처럼 그 곁을 지키는 재벌 역의 나인우, 현실적 '쓰레기 남편'을 생생하게 그리는 이이경은 극 재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회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는 이는 강지원의 '절친' 정수민을 연기하는 송하윤이다. 그는 소름 끼치는 캐릭터 소화력으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정수민은 대외적으로 강지원의 오랜 '절친'이지만, 실제로는 강지원을 손안에 두고 마구 휘두르는 이중적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주변 모든 사람에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착한 척 하지만, 강지원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학창 시절 강지원과 백은호(이기광 분)가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알아챈 뒤 둘의 사이를 이간질해 돌아서게 만들고, 소문이 와전돼 강지원이 왕따까지 당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강지원을 가스라이팅 해 고립되게 하는 정수민은 현실에 있을 법한 '빌런'이라 시청자들의 고개를 젓게 했다.
무엇보다 정수민은 송하윤이라는 배우를 만나 캐릭터성이 더욱 극대화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순진한 표정에 어리숙한 행동은 많은 이들의 경계를 풀지만, 자기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짓는 비릿한 표정은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한다. 송하윤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듯한 디테일한 표정 연기와 심리 묘사로 정수민이 가진 이중성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리얼한 빌런'이라는 호평이 나올 정도로, 송하윤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송하윤의 빌런 변신은 특히 놀랍다. 그는 앞선 출연작에서 주로 선한 역을 맡아 연기했다. '마성의 기쁨',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등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서는 발랄한 면을 보여줬고, '내 딸 금사월', '그래도 푸르른 날에' 등에서는 악인들에게 복수하는 캐릭터였다. '쌈, 마이 웨이'에서는 남자에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답답함을 유발하기도. 연기로 두각을 나타낸 작품에서 송하윤은 대부분 '착하고 맑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얄미운 빌런 연기로 전에 없던 얼굴을 보여주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빌런을 '인생캐'로 만들며,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했음은 물론이다.
이후에도 송하윤의 '연기 차력쇼'를 지켜볼 수 있을 예정이다. 과거 정수민은 강지원을 쥐락펴락하며 자신의 손안에 뒀지만, 강지원이 회귀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뒤에는 더 이상 당하고 있지만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점점 비틀리는 정수민의 모습을 송하윤이 어떻게 연기할지, '빌런 끝판왕'이 될 수 있을지 향후 방송에도 이목이 쏠린다.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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