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교사 부담 줄인다며 기간제 뽑아 쓰라는 당국

김정현 기자 2024. 1.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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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소집 종료 후 돌봄·방과후 모집 코앞인데
인력·예산 담은 교육부 공식 발표 계속 미뤄져
일부 교육청서 "기간제 교사 배치해 늘봄 운영"
대전은 "정규 교원도 배치"…교육부, 시정 요구
교직단체 "기만 당한 느낌"…교사들 여론 악화
[서울=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5일 충남 홍성 가람유치원을 방문해 방학 기간 중 유치원 돌봄교실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4.01.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신입생 예비소집을 마친 일선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과 방과 후 학교 신청을 앞둔 가운데, 정부의 늘봄학교 정책 발표가 계속 지연되면서 교사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음에도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현직 교사나 기간제 교사를 배치하겠다고 알려지며 반발을 키우고 있다.

21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경기·세종·대전·부산교육청은 최근 학교에 늘봄학교 업무 지원을 위한 기간제 교사를 배치하겠다고 알렸다.

기존 정규 교사가 휴직 등으로 자리를 비우지 않아도 필요에 따라 뽑을 수 있는 '한시적 기간제 교사' 정원을 주고 늘봄 업무를 전담하게 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를 교육지원청이 대신 뽑아주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스스로 선발해야 한다. 도서벽지나 농산어촌 학교에서는 오래 전부터 기간제 교사나 돌봄전담사 등의 구인난을 겪고 있다.

전교생 20명인 경북 의성군 A 초등학교가 한 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모두 수업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아침돌봄에 참여한다. 통학거리가 멀어 스쿨버스를 활용해 등교하고, 등교 시간이 다른 학교보다 빠른 터라 아침돌봄 수요가 높았다.

이 학교 교사 B씨는 "기간제 교사를 배치한다는 공문을 받았을 때 채용도 교육지원청에서 해 준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며 "수일에 걸쳐 모집 공고를 3차례 냈고 교육지원청에서 인력 풀이라며 연락처 3건을 줬지만 모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B씨에 따르면 결국 A학교는 60대 퇴직 교사를 기간제로 겨우 채용했고 정규 교사인 B씨까지 2명이 아침 돌봄을 하고 있다. B씨는 "이런 곳에서 늘봄 업무를 기간제 교사에게 다 주라는 얘기는 말장난"이라고 했다.

윤미숙 교사노조 돌봄대응팀장은 "교육부는 교원을 늘봄 업무에서 배제한다고 했지만 아직 인력 충원 계획은 물론 뽑아 놓은 인력도 없다"며 "충원 계획을 세우고 선발하는 일은 결국 기존 교사 몫"이라고 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늘봄학교 운영 개요 공문에서 '정규 교원' 또는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교사로 늘봄학교를 운영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내 논란을 키웠다. 교육부는 '정규 교원' 표현을 빼도록 시정을 요구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원하는 시간과 프로그램을 희망대로 참여할 수 있는 돌봄·교육 서비스를 표방한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파행 초래하는 늘봄학교 졸속확대를 규탄하고 있다. 2024.01.15. ppkjm@newsis.com

맞벌이 부부 등이 대기 없이 초등학교 수업 시작 전부터 오후 8시까지 돌봄을 맡길 수 있도록 하며, 양질의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제공해 돌봄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2학기 8개 시도교육청 400여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했고 올해 1학기 2000개교, 2학기 모든 초등학교에 시행할 계획이다. 당초 지난해 11월 '2024년 초등 늘봄학교 단계적 확산 계획'을 내놓기로 했지만 3개월째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시범 사업이 시작되면서 교사들은 회원제 커뮤니티 '인디스쿨'이나 교직단체를 통해 늘봄 업무가 추가되면서 교육활동이 침해 받고 있다고 반발해 왔다. 이에 교육부도 거듭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약속해 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사례를 참고한 분리형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교사가 늘봄 업무를 아예 맡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예산과 인력 배치 계획이 나오지 않은 채 시간이 차일피일 흐르며 교사들의 의구심을 키웠다. 급기야 최근 교육청들이 1학기에도 기간제 교사를 배치하겠다고 하면서 교사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현장 의견을 듣겠다며 마련한 '함께학교' 플랫폼에는 '늘봄 업무에서 초등교사 완전 배제, 민주적 협의 보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은 지난 20일 기준 모든 글 중 가장 많은 1573건의 추천을 얻었다.

교사노조는 지난 15일부터 세종 교육부 앞에서 천막농성과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역 지부별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윤 팀장은 "교원의 업무를 배제하겠다는 말 외에 실제로 이뤄지는 게 없는 상황에 이르자 현장 교사들은 당국에게 '기만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여유 있게 시행해도 되는데 올해 전면 시행을 하겠다고 밀어 붙이는 것을 보면 총선용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김천홍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국장은 지난 16일 '함께학교'를 통해 "현장 교원들이 겪는 업무부담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도교육청과 제도적 노력을 다할 예정"이리고 답변했다.

교육부 다른 관계자는 늘봄학교 단계적 확산 계획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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