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분담금 미납' 인니 "韓 약속 최우선"…내달 대선 분수령
분담금 재협상·라팔 구매 주도한 현 국방장관, 野 대선 후보로 나서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한국형 전투기 'KF-21' 공동개발 분담금을 미납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측이 올해 미납금 약 1조원 가운데 1000억여원을 납부하고 개발사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KF-21 사업뿐 아니라 최근 카타르와 계약을 체결했던 프랑스산 중고 전투기 '미라주 2000-5' 구매도 연기하기로 하면서 신뢰를 깎아먹은 상황이다.
그간 무기계약 논의를 주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 만큼 내달 대선 결과가 KF-21 분담금 문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CNN인도네시아에 따르면 데디 락스모노 인도네시아 국방부 기술·국방국장은 지난 16일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인도네시아 외교정책커뮤니티가 공동 진행한 워크숍에서 "우리는 한국과의 지속적인 협력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에는 KF-21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047810) 인니 사무소 관계자도 참석했다.
그는 "올해 인도네시아는 비용 분담금을 지불하기 위해 1조2500억루피아(약 1070억원)를 준비하고 있으나, 이는 약속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안다"며 "그러나 한국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여전히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인니 측은 KF-21 개발비의 20% 수준인 약 1조7000억원(이후 1조6245억원으로 감액)을 오는 2026년 6월까지 부담하는 대신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는 등의 조건으로 2016년 1월 공동 개발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후 분담금 납입을 미루면서 현재까지 2783억원만 납부했다. 데디 국장이 언급한 1070억여원은 전체 미납 분담금 규모의 10분의 1 수준이다.
더욱이 인도네시아는 KF-21 외 다른 전투기 구매계약을 연달차 체결하며 의구심을 키웠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2년 2월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42대 구입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6월엔 카타르로부터 중고 프랑스산 '미라주2000-5' 전투기 12대를 약 1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라팔 전투기에 대해서는 3차 실행계약까지 체결해 42대 도입을 확정했지만, 미라주 구매계약에 대해서는 이달 초 재정 부족을 이유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KF-21 분담금 납부 문제는 다음 달 인도네시아 대선 이후 향방을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F-21 분담금 재협상과 라팔-미라주 구매계약을 주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야당인 그린드라당 소속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프라보워 장관은 2014년과 2019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두 번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에 밀려 낙선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당선 이후 경쟁 후보였던 프라보워를 국방장관에 임명했고, 이번 대선에서는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수라카르타 시장이 프라보워 장관과 짝을 이뤄 부통령 후보로 나섰다. 이 때문에 현직 조코위 대통령이 여당 후보가 아닌 야당 후보(프라보워)를 지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도 하다.
프라보워 장관은 KF-21 분담금 문제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조코위 대통령이 2018년 9월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분담금 분담률 축소를 골자로 하는 내용의 재협상을 요구했고 논의가 상당히 진척됐지만, 이듬해 10월 프라보워가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협상이 전면 보류된 바 있다.
이후 양국은 다시 협상에 돌입했고 지난 2021년 11월 인도네시아 측 분담금은 개발비의 20%로 유지하되, 분담금의 30%는 현물로 납부받는 것으로 합의됐다. 다만 2022년 11월 94억원, 지난해 2월 417억원의 분담금을 낸 뒤로는 추가 납부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조사에 따르면 현재 프라보워 장관은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니 대선은 프라보워 장관을 비롯해 여당 후보인 간자르 프라노워 자바 주지사, 제3당 후보 아니스 웨단 전 자카르탄 주지사의 3파전으로 펼쳐지고 있다. 경쟁 후보들은 프라보워 장관에게 KF-21 분담금 납부 지연, 프랑스산 전투기 도입 배경 등을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네시아 대선은 2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오는 6월 결선 투표를 치른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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