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몰입시키는 시원한 복수극…'내 남편과 결혼해줘' 인기

황재하 2024. 1.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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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2년 만의 최고 성적…화제성 2주 연속 1위
'재미있다' vs '유치하고 뻔하다'…시청자 반응 엇갈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tvN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네가 탐내던 내 쓰레기 네가 처리해. 내 남편과 결혼해줘."

tvN 월화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속 대사다. 주인공 강지원(박민영 분)은 친구인 정수민(송하윤)에게 "나 쓰레기 버릴 게 있는데 좀 버려줄래?"라고 부탁하더니, 잠시 후 수민의 뒷모습을 향해 혼잣말로 이렇게 읊조린다.

남편과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바로잡을 두 번째 기회를 얻는다는 내용의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거듭 갈아치우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1회 방송 장면 [tvN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부모님을 일찍 여읜 지원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다. 남편 박민환(이이경)은 결혼 후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지원이 벌어오는 돈으로 빈둥거리면서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않고 지원을 무시한다.

그러던 중 지원은 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민환은 지원의 병실도 지키지 않고 병원비도 내지 않는다.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퇴원해야 한다'는 병원 측 통보를 받은 지원은 급하게 민환에게 연락하지만, 민환은 아무 대답이 없다.

결국 지원은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 밖으로 나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 정수민(송하윤)과 민환이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민환과 수민은 지원이 죽으면 보험금을 받아낼 생각에 들떠 시시덕거리고 있다.

지원이 "너희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따지지만, 수민은 오히려 "넌 어차피 죽을 거잖아, 왜 항상 너만 생각해?"라며 지원의 속을 뒤집어놓는다.

분노한 지원이 수민을 향해 달려들자 민환이 지원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거칠게 밀친다. 지원은 병마와 싸우며 약해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다.

정신을 차린 지원은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이 10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을 깨닫는다. 지원은 아직 민환과 사내 연인 사이일 뿐 결혼하지 않은 상태이며, 수민은 곁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다.

지원은 비참한 시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미래의 남편 민환과 친구 수민을 결혼시키기로 다짐한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방송 화면 [tvN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6회까지 방영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첫 회에 5.2%의 높은 시청률로 출발했다. 이후 시청률은 2회 5.9%, 3회 6.4%, 4회 7.6%, 5회 7.4%, 6회 7.8%를 기록했다. 5회 시청률이 4회 시청률보다 근소하게 낮은 것을 제외하고 매번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tvN 월화드라마의 작년 최고 시청률은 1월 31일 '미씽: 그들이 있었다' 시즌2의 최종회가 기록한 5.9%인데,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이를 훌쩍 넘었다. 2022년 4월 26일 방영된 '군검사 도베르만'이 10.1%를 기록한 후 tvN 월화드라마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주목받는 것은 시청률 이외의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조사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1일 첫 방영 이후 2주 연속 TV-OTT 통합 화제성 지수 1위에 올랐다. 박민영, 나인우, 송하윤은 주간 출연자 종합 화제성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방송 화면 [tvN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인기 비결로는 '사이다 복수'가 꼽힌다.

이 작품은 악역들 때문에 고통받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 뒤 시원하게 되갚아주는 전개로 보는 이를 몰입시킨다.

툭하면 여자친구 또는 아내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민환, 친구를 아끼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이용하는 수민, 갑질 상사 김경욱(김중희)과 왕홍인(정재성) 등이 일단 시청자를 거듭 분노하게 한다.

민환이 지원에게 손찌검하는 모습, 수민이 지원을 음해하려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부분, 경욱과 홍인이 부하 직원들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내뱉는 장면은 이른바 '막장 드라마' 수준으로 자극적이다.

이들의 악행이 한껏 부각된 후 이미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 지원, 재벌그룹 후계자이자 지원의 조력자 유지혁(나인우)이 비장의 수를 써서 나쁜 짓을 한 인물에게 벌을 준다.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다만, 악역들의 선을 넘는 행동이 거부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착하고 유능하면서도 쉽게 이용당하는 여주인공과 백마 탄 왕자를 연상케 하는 남주인공의 구도가 진부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 추천 웹사이트 왓챠피디아 이용자들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평균 2.9의 평점을 줬다. 이용자들의 게시글에는 '고구마와 사이다의 적절한 조화', '재미있다' 등 호평과 '너무 유치하다', '전개가 너무 뻔하다'는 악평이 공존한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간한 '펀덱스 리포트'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방송 초반 재미있고 기대된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며 "반면 비현실적인 '막장' 작품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다수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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