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골 유도+최다 볼 터치’ 벤버지의 유산, 위기의 클린스만호 구했다 [아시안컵]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2024. 1.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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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버지(벤투+아버지)’의 유산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이 위기에 몰린 클린스만호를 구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요르단과 2-2로 비겼다.

앞선 1차전에서 바레인을 3-1로 격파한 한국은 요르단전에서 승전고를 울릴 시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무승부로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순위는 승점 4점(1승 1무)으로 요르단(1승 1무·승점 4점)에 골 득실차(요르단 4·한국 2)에서 밀린 E조 2위다.

요르단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황인범. 사진(도하 카타르)=AFPBBNews=News1
요르단전에서 한국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한 황인범. 사진(도하 카타르)=AFPBBNews=News1
말 그대로 졸전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경기 초반 요르단(87위)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전반 9분에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FC)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손쉽게 승리와 마주하는 듯 했다.

그러나 요르단은 만만치 않았다. 한국은 전반 37분 박용우(알 아인FC)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에는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내주며 역전까지 헌납했다. 다행히 후반 추가시간 알 아랍의 자책골로 간신히 패전을 모면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인 것은 분명했다.

이런 와중에 황인범만 빛났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황인범은 초반부터 큰 존재감을 뽐냈다. 많은 활동량을 가져간 것은 물론이고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한국 공격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전반 4분에는 페널티 박스 앞에서 손흥민을 향해 환상적인 논스톱 패스를 건넸다. 이는 페널티킥 선제골로 이어졌다.

후반 들어서도 고군분투한 황인범은 후반 추가시간 한국을 ‘참사 위기’에서 구해냈다. 쇄도하던 황인범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손흥민이 건넨 패스를 슈팅으로 가져갔다. 볼은 골문 앞에 있던 알 아랍의 발을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식 기록은 알 아랍의 자책골이었으나, 황인범의 지분이 큰 득점이었다. 그렇게 한국은 힘겹게 2-2 무승부를 기록하게 됐다.

경기 후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황인범은 111회로 이날 최다 볼 터치를 했다. 그러면서 소파스코어는 손흥민과 더불어 황인범에게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했다.

지난 2015년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에서 프로에 데뷔한 황인범은 이어 밴쿠버 화이트캡스FC(미국), FC 루빈카잔(러시아), FC서울, 올림피아코스FC(그리스) 등을 거쳐 2023-2024시즌부터 즈베즈다에서 활약 중이다. 특히 그는 전임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현 아랍 에미리트(UAE) 감독의 사랑을 아낌없이 받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벤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2018년 9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황인범은 서서히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황인범의 기용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비판하기도 했으나,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황인범에 대한 신뢰를 이어갔다.

이러한 믿음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지난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2002, 2010, 2022)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한 황인범. 한국의 월드컵 일정이 종료된 후 벤투 감독과 한국의 동행이 끝나자 그는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벤투) 감독님은 내게 정말 감사한 분이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저 선수를 왜 쓰냐’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감독님이었다면 흔들렸을 텐데도 저를 믿어주셨다. 그분으로 인해 제가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황인범에게 은사와 같은 존재다. 사진=황인범 SNS 캡쳐
이후 클린스만호 체제에서도 주전 미드필더 자리를 꿰찬 황인범은 지난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이번 요르단전에서도 한국의 패배를 막아냈다.

황인범은 요르단전이 끝나고 방송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원했던 것은 누구나 아시다시피 승점 3점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전반에 1-2 역전을 당하고 후반에도 어렵게 끌고갔다. 찬스를 많이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갔다”며 “다행인 것은 승점 1점이라도 가지고 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잘 회복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토너먼트로 가는데 있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한편 한국은 25일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FIFA 랭킹 130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 및 같은 날 펼쳐지는 요르단-바레인전 결과에 따라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와 E조 순위가 가려질 전망이다.

황인범은 남은 아시안컵 경기에서도 맹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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