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 기반의 '强軍' 변화 예고

박찬규 기자 2024. 1. 2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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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K-우주·방위산업, 새해 더 높이 날아오른다①] 대통령,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 발표

[편집자주]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전통적인 방산 강국과의 경쟁에서 승전보를 전하고 있다. 폴란드에 경공격기 'FA-50' 수출을 시작했고 호주의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서 '레드백'이 독일 '링스'를 누르고 미소 지었다. 한국형 발사체(누리호) 발사 성공이 우주항공청 설치로 이어지며 우주산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과학 기술 기반의 '强軍' 변화 예고
②우주항공청 설치로 관련사업 탄력
③감시·정찰 업무, 앞으론 로봇·AI가 담당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힘에 의한 진정하고 항구적 평화 구축"을 언급하며 "우리 군을 인공지능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첨단 과학 기술에 기반을 둔 과학 기술 강군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 수출 대상국과 품목을 다변화하고 2027년까지 대한민국을 방산 수출 4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군(軍) 전력의 첨단화를 추구하는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무기체계, 원가 산정 어려워


한국군은 '소프트웨어 중심 무기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AI와 로봇이 줄어드는 인구를 대신해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 보상체계부터 다듬을 계획이다. 세부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국방연구원(KIDA)가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방사청은 올해 관련법규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동화 공정에 대한 적정 원가 기준부터 세운다. 현행 방산원가는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인건비'를 기준으로 삼는다. 생산과정에 로봇이 포함되는 등 자동화된 제조환경이라면 '인건비'가 책정되지 않아 원가를 적용하기가 어렵다.

특히 현재 무기체계 획득 절차는 하드웨어 중심이어서 소프트웨어 특성을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방위사업청은 소프트웨어 체계를 1회성 개발로 끝내지 않고 일정 주기로 수명 종료시까지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인센티브도 고려 중이다. 무기체계 소프트웨어는 실제 발생한 개발 비용에 한해 원가를 보상하는데 해외 수입 가격 수준의 가치를 보상받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입을 대체한 만큼의 효과를 인센티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기존 방산기업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KAI)는 '글로벌 KAI 2050' 비전을 통해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4차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한 첨단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체질 혁신을 선언한 바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12월 미국 '고스트 로보틱스' 지분 60%를 1877억3200만원에 인수하며 '4족 보행 로봇'을 활용한 방산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인공위성이 확보한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각종 모빌리티가 위성 통신으로 연결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첨단 軍 향한 걸음마 뗐을 뿐… 장애물 치워야 속도↑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2023' 개막식에서 축사 중이다. /사진=대통령실
방산업계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군으로 거듭나려면 새로운 민간 업체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업체가 기술력이 있더라도 현재 방산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 방산업체에 유리할 수밖에 없어 사업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방예산은 한국형 3축 체계(선제 타격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를 중심으로 예산이 편성된다"며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그동안 취약했던 새로운 분야의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관련 기업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군으로 변신하려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과 전혀 다른 형태인 만큼 별도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기계·방위산업실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군은 미국 국방혁신단(DIU)을 롤모델로 삼아 신속획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 실리콘밸리 업체들은 DIU 통해 시제품 만들고 전력화해서 납품까지 1~2년 밖에 걸리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선 반면 한국은 당장 네이버나 카카오 등 민간 IT기업 참여조차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산업체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을 이겨내면서 트렌드에 대응하려면 민간 IT 기업들을 포함하는 새로운 개념의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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