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분노유발 실화…'서울의 봄' 이을까 [N초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는 '서울의 봄'의 뒤를 따를 수 있을까. '분노'와 '통쾌함'을 키워드로 하는 영화 '시민 덕희'가 개봉을 앞두고 또 한 편의 실화 기반 영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추적극이다. 배우 라미란과 공명,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이무생, 안은진, 이주승, 성혁이 출연했다.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의 배우 라미란은 이번 영화에서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해 하루아침에 전재산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된 소시민 덕희를 연기했다.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했지만 얼핏 유쾌한 분위기의 주인공들과 밝은 느낌을 주는 포스터나 예고편을 보고 영화의 톤앤매너를 '코미디'로만 예상한다면 오산이다. '시민덕희'는 곳곳에 유머 코드가 있지만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만큼, 관객들의 공감을 받을만한 '분노 유발' 지점이 있어 몰입을 이끈다. 곤경에 빠진 사람을 더욱 깊은 나락에 빠트리는 보이스피싱 범죄, 공권력의 도움을 받기 어렵고 그로 인해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홀로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묘사돼 분노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유발한다.
'시민덕희' 실화의 주인공은 2016년 경기도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씨다. 당시 40대 주부였던 김성자씨는 '시민덕희' 속 덕희처럼 세탁소를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해 운영해 번 돈 3200만원을 잃었던 인물. 돈을 잃고 허망해 하는 그는 피해를 당한 얼마 뒤 자신을 속였던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다시 전화를 받게 되고 총책의 정체를 알려줄테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영화 속 덕희처럼 직접 중국을 향해 가지는 않지만, 김성자씨는 자신이 받은 제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찰을 대신해 조직원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 받으며 설 연휴 입국하는 총책의 자세한 정보를 파악한다. 그리고 이를 다시 경찰에 제출해 총책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김성자씨의 이야기는 7년 전인 2016년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한 차례 소개된 바 있다. 당시 방송에 따르면 통쾌한 결말이 있는 '시민덕희'와 다르게 김성자씨의 실제 이야기는 '고구마 엔딩'이었다. 애초 김성자씨의 제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경찰은 김성자씨가 흔들리던 조직원을 어르고 달래 받아낸 여러가지 수사 정보를 제공받은 뒤 연락을 끊었고, 총책 검거의 공은 경찰에게 돌아갔다. 반면 제보자인 김성자씨는 최대 1억원으로 홍보됐던 신고 보상금은 커녕 경찰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보복 당할 두려움에 떨며 지냈다. 이후 경찰은 포상금 100만원을 주겠다고 했으나 김성자씨는 이를 거절하고 지방경찰청에 사건과 관련한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덕희'는 실제 사건을 그대로 그리지는 않았다. 영화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보이스피싱범을 직접 잡겠다고 나선 용감한 주부와 그를 돕는 친구들의 연대를 유쾌하게 그려내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줬던 '서울의 봄'과는 다르다. '서울의 봄'은 주인공 이태신(정우성 분)이 끝내 안타고니스트에 패하며 끝이 났고, 이는 역사를 반영한 결말이었다. 반면 고구마로 끝난 '서울의 봄'과 달리 '시민덕희'는 고구마로 시작해 사이다로 결말을 맺는다. 실화와는 조금 다르지만, 좌절이나 실망 대신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결말이다.
'서울의 봄' 흥행을 견인했던 것은 '분노의 힘'이었다. 역사 책 속에서 배운, 혹은 기억 속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일의 실체를 들여다 보며 관객들은 분노하고 공감했다. '시민덕희'는 역사적인 사건과는 다르지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와 실화 바탕 이야기로 관객들로 하여금 비슷한 감정을 자아내게 만든다.
박스오피스에서는 아직 '서울의 봄'의 기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서울의 봄' 이후 나온 '노량: 죽음의 바다'나 '외계+인' 2부 등 신작들의 강력한 공세에도 박스오피스 3위라는 위치를 지키고 있다. 오는 24일 개봉 예정인 '시민덕희'가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분노'라는 공통점으로 '서울의 봄'의 기운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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