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기회 못만드는' 경기력, '아직 최악 아닐까' 더 무서운 수비력[초점]

김성수 기자 2024. 1.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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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득점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하고, 만들어도 날리는 경기력. 충격적으로 무너졌지만 더 무너질 가능성을 남겨둔 수비력.

요르단전은 많은 우려를 남긴 한판이었다.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8시30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2차전 요르단과의 맞대결에서 2-2로 비겼다.

한국은 이로써 1승1무(승점 4)가 돼 요르단에 골득실에서 밀린 E조 2위를 유지했다. 한국이 말레이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기고 요르단이 바레인에 패한다면 한국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고, 둘 다 최종전을 이겨 승점 7 동률이 될 시 승자승에서 무승부로 동률이기에 골득실-다득점 순서로 따져야 한다.

한국은 이른 시간부터 절호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전반 4분 황인범의 왼발 침투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바레인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이때 요르단 수비수이자 주장 에산 하다드가 공을 터치하지 못한 채 손흥민에 태클을 걸어 넘어뜨렸다. 확실하게 페널티킥이 주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첫 판정은 노파울이었다. 그러나 VAR 체크 끝에 페널티킥으로 선언됐다. 손흥민은 전반 9분 페널티킥을 침착한 오른발 파넨카 슈팅으로 연결해 선취골을 신고했다.

하지만 실점 후 공세를 강화한 요르단은 결국 전반 37분 왼쪽 코너킥에서 박용우의 헤딩 자책골을 이끌어내며 1-1을 만들었다. 날카로운 코너킥이 골문 쪽을 향했고 이를 걷어내려던 박용우의 헤딩이 잘못 맞으며 한국의 골네트를 갈랐다.

한국의 수난시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6분 요르단 오스만 야잔 알나이마트가 한국 수비 맞고 나온 공을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 왼쪽 낮은 구석에 꽂으며 또다시 한골을 뽑아냈다.

줄기차게 상대 골문을 두드리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1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정확한 왼발 슈팅을 날렸다. 이를 막으려던 요르단의 알 아랍의 발을 맞고 동점골이 됐다. 알 아랍의 자책골로 판정되며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연합뉴스

전반전 막바지에 수비 집중력을 잃으며 1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요르단에 내리 두 골을 허용했다. 약체인 상대가 가장 갈고 닦는 무기인 세트피스에서, 심지어 자책골로 실점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서 한국 수비진은 '요르단 에이스' 무사 알타마리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다가 알나이마트의 슈팅을 아무도 견제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전에 전반과 다른 공세적인 모습으로 요르단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전원수비로 박스 안에 두 줄을 세운 요르단의 침대축구를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 상대 자책골로 극적인 무승부를 거뒀지만, 전반 막바지에 한순간 무너지며 역전을 허용한 뒤 후반전을 다 쓰고도 겨우 비기는 데 만족했다는 점에서 우승 후보의 경기력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또한 1차전에 이어 골문 앞 절호의 득점 기회를 또 놓친 스트라이커 조규성, 홀로 뭔가를 해내려다보니 이날 팀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던 이강인이 전방에서 특히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바레인전에서도 굴절 실점, 역습 수비 때 속도 열세 등 다양한 불안함을 노출했던 수비진은 이날 자책골, 상대를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는 집중력으로 인해 2실점을 했다. 더 큰 문제는 요르단전에서 보여준 수비진의 모습이 한국의 대회 최악의 수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김진수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던 왼쪽 풀백에서 이기제마저 이날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하프타임에 교체됐다. 앞으로 남은 경기 중 왼쪽 전문 풀백이 모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물론 소속팀 울산 HD에서 왼쪽 측면수비수를 소화한 경험이 있는 설영우가 오른쪽에서 자리를 옮기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오른발잡이라 아쉬운 왼쪽에서의 크로스 타이밍, 아시안컵 규모에서의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경에서 오는 경기력 기복은 우려된다.

빠른 스피드와 파울을 받지 않는 선의 몸싸움으로 상대 역습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던 김민재가 그나마 지금까지 수비진을 지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 경고를 받은 김민재는 4강에 다다르기 전까지 경고를 한 장 더 받으면 경고누적 징계로 바로 다음 경기에 나올 수 없다. 김민재가 오히려 요르단전에서 경고를 빨리 받아 말레이시아전에 결장했더라면 토너먼트 진입 시 경고 누적 없이 임할 수 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지면 탈락인 토너먼트에서 자칫하면 이기제-김민재-정승현-설영우로 이어지는 아시안컵 주축 수비라인 중 절반을 잃은 채 경기에 임할 수도 있는 것. 주축들이 2경기 연속으로 나온 조별리그에서도 수비진의 문제가 도드라졌는데, 토너먼트에서 두 명이나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의 이번 아시안컵 최악의 수비장면을 경신하는 참사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연합뉴스

전체적인 경기력의 아쉬움, 현재가 최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수비진의 두려움을 남긴 요르단전이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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