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용, 알리바이 위증 계획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 판단
'국도 이용하고 정장 차림'…치밀한 위증 시나리오 작성 의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 검찰이 김용(58·구속)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치소 안에서 측근들의 '거짓 알리바이 위증' 계획을 보고받고 승인까지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김씨 체포 직후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캠프 출신 인사들이 일종의 '김용 재판대응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알리바이 조작을 준비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 대표 측근 그룹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위증교사 등 혐의로 구속된 이 대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 출신 박모(45)씨와 서모(44)씨의 구속영장 청구서 등 관련 자료에 이렇게 판단한 근거를 상세히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재판부에 제시한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2022년 10월 19일 김씨가 체포된 직후 박씨와 서씨가 이 대표의 측근 그룹으로 꼽히는 이우종(64)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 성준후(58) 민주당 부대변인 등과 여의도 모처에서 대책 회의를 연 정황을 확인했다.
이 회의가 이후 '김용 재판대응 TF'로 발전했고 이 전 사장의 지휘에 따라 '알리바이 조작 작전'을 수립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특히 이들은 2022년 11월 8일 김씨의 구속기소 직후 열린 회의에서 검찰이 김씨의 금품 수수 시점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한 것을 공소사실의 '약점'으로 보고 집중 공략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TF 구성원들은 김씨만이 아니라 대선캠프 관계자 등 주변 인물들의 일정까지 한데 모아 '김용 일정표' 파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김씨만이 아니라 주변 인사들의 일정까지 취합한 것은 처음부터 알리바이를 조작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검찰은 의심한다.
김씨 측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4월 검찰이 금품수수 일자를 '2021년 5월 3일'로 특정하자, 이들이 취합해둔 자료 가운데 해당 날짜에 이모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과 신모 전 경기도에너지센터장이 만났다는 것을 확인하고 '거짓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고 검찰은 본다.
이씨와 신씨는 애초 "그날 김씨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했지만, 서씨와 박씨 등의 설득에 따라 위증을 승낙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위증 계획이 당시 구치소에 수감돼있던 김씨에게도 속속 보고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내용의 경우 김씨가 직접 방향을 지시한 정황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지난해 9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날짜의 혼선을 가지고 모략한다"며 위증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만난 시점의 기억이 불분명한 가운데 이씨가 그날 만났다고 증언한 만큼 자신은 그것이 사실이라는 전제로 주장한 것뿐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은 위증 계획을 보고받은 김씨가 구치소에 접견 온 변호인에게 "그날 분명히 이씨와 신씨를 만났다"며 힘을 실어준 정황도 영장 재판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와 서씨가 알리바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디테일'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한다.
김씨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한 적 없다는 검찰의 파악과 충돌하지 않도록 국도를 이용했다는 동선 시나리오를 짜고, 김씨가 돈을 받았을 때 사파리 점퍼를 입었다는 정민용 씨의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업무협약을 위해 정장을 입었다'는 내용으로 증언을 유도했다는 내용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와 서씨는 해당 알리바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씨와 신씨의 얘기를 바탕으로 가상의 동선을 짜본 것"이라며 조직적인 위증 교사를 모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와 오랜 기간 선거 조직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들이 별도의 조직까지 만들어 대응했다는 점에서 조직적·계획적인 범행이 이뤄졌다고 의심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TF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이우종 전 사장과 김씨 등 이 대표의 측근 그룹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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