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연임제 '유명무실'...줄줄이 수장 공백 우려
[앵커]
올해 R&D 예산 대폭 삭감으로 연구 현장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가운데, 국가 R&D를 주도해야 할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선 새 수장을 찾지 못하는 사태가 잇따라 빚어지고 있습니다.
긴 호흡의 연구를 지원하겠다며 도입한 '원장 연임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인데, 기관장을 구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리기도 합니다.
최소라 기자입니다.
[기자]
2020년 7월 취임한 KIST 윤석진 원장!
3년의 임기를 거치는 동안 KIST는 기관평가 최상위 등급인 '매우 우수'를 유일하게 받아 원장직 연임이 예상됐지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NST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재선임안이 부결됐습니다.
기관장 연임 자격 요건이 완화된 2021년 이후 출연연 기관장 7명이 우수 이상 등급을 받아 연임 자격을 충족했지만,
지난 정부 김장성 생명연 원장을 끝으로, 현 정부에선 나머지 6명 모두가 연임이 불발됐습니다.
국가 연구개발의 연속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종유 / 전국공공연구노조 조직국장 : (기관장 연임제도는) 중장기적 전략으로 추진돼야 하는 연구 별 업무 특성 때문에 운영했던 건데 제도의 취지가 사라지고 정치적 계산만이 앞선 것 아닌가 이렇게 판단하고 있어요.]
[기자]
후임 기관장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NST는 지난해 7월 KIST 원장 초빙을 진행했지만, 후임을 정하지 못해 지난달 또다시 초빙 공고를 냈습니다.
이처럼 기관장 임기를 넘긴 채 후임자를 구하는 곳은 이 밖에도 한국재료연구원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등 모두 세 곳입니다.
지난해 새 기관장이 취임한 출연연을 보면, 전임자 임기 만료 후 후임자 취임까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년까지도 걸렸습니다.
매번 후보자는 나타나지만 이사회에서 모두 탈락시키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후임자 선임이 안 되면 일단 전임 원장이 직무를 이어가게 돼 있지만, 언제 새 원장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굵직한 결정을 하기에는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성모 /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회장 : 다음 사람 올 때까지 기존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정도지 뭔가 새롭게 이렇게 시작해 보는 건 없거든요. (임기가) 이미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조직이든 레임덕이 오잖아요. 그러니까 침체되는 거죠.]
올해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출연연은 모두 11곳!
이미 기관장 임기를 넘긴 3곳까지 더하면, 최악의 경우 출연연 절반 이상이 정상적인 리더십 이양의 문제에 빠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출연연 기관장을 선임해야 할 NST의 원장 임기도 오는 7월까지여서, 출연연 수장 공백 우려는 더 커지는 상황입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기자입니다.
YTN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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