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 구하기 전쟁…"육아휴직 끝나면 고민 더 커지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유연근로제 쓰고 싶지만 "눈치 보여서"
"기업들 유연근로제 적극 도입하고 활용토록 권고·지원해야"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친정 부모님이 더 이상 아이 등·하원을 시켜주실 수 없어서 '이모님'을 구하려고 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구하면 될까요?'
'복직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아침에 아이도 남편도 너무 힘들어하네요. ㅠㅠ 도우미 구하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팁 좀 부탁드려요.'
21일 인터넷 포털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복직 후 출퇴근으로 인해 아이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하원이 어려워지자 '이모님'으로 불리는 육아 도우미를 구하려고 고민 중이라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모들은 중고매매 사이트, 아파트 단체 채팅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모님'을 찾고 계약한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시간과 급여를 맞추기 힘들어 결국 구인을 그만뒀다는 글, 누군가 집에 오는 게 부담스러워 포기했다는 글 등도 눈에 띈다.
정부는 '아이돌봄서비스' 사업을 통해 맞벌이 등 사유로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의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검증된 인력이라는 장점에 만족도도 높은 편이지만, 본인부담금을 내고도 이용하려는 신청자가 너무 몰려 수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연초 육아휴직이 끝난 후 복직했다는 아빠 김모(33) 씨는 "휴직이 끝나면 제일 큰 걱정이 아이 등·하원인데, 일반적으로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라 주변의 대부분은 (돌봄시간이 더 긴) 연장반을 신청하는 것 같다"며 "여성의 경우 아이를 오랜 시간 어린이집에 혼자 둬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려 퇴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많은 직장인은 아이 등·하원을 위해 유연근무를 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시간지원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와 유연근로제 등의 이용률은 육아휴직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제도이다.
유연근로제는 단축근무제, 시차 출퇴근제, 선택적 근무시간제 등 근무 형태와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대기업과 고용보험법상 우선지원 대상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이용하는 인원은 1만9천466명에 불과했다.
같은 대상기업의 육아휴직자 수는 13만1천87명이었다. 부모들이 "이용에 눈치 보인다"고 말하는 육아휴직보다도 근로시간 단축제 이용자 수가 훨씬 적다는 얘기다.
연구진이 어린아이를 둔 어머니 1천95명, 아버지 937명을 대상으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용 경험을 물은 결과 어머니들의 66.7%, 아버지들의 80.1%는 해당 제도 이용 경험이 없었다.
시차 출퇴근형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더 낮아 어머니 828명, 아버지 789명에 물은 결과 각각 78.9%, 83.0%가 이용 경험이 없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유연근로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은 80.6%에 달해 대부분의 기업이 유연근로를 아예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의 면담에 참여한 부모들은 복직 후 이러한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과 이에 따른 돌봄비용 증가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면담 참여자 A씨는 "아이 등·하원 시간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조금만 해줘도 등·하원을 엄마, 아빠가 교대로 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까 '등·하원 도우미'를 고용하고 사교육을 보내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모 B씨는 "조부모님이 없으면 굉장히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등·하원 도우미와 하루 6시간 정도 근로를 계약하면 한 달 비용이 190만원이라고 하는데, 비용 때문에 선뜻 복직하지 못하고 조부모님 근처로 이사 가려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연구를 수행한 김동훈 연구위원은 "육아휴직에서 복귀하거나 영유아 자녀를 둔 근로자가 있는 기업에서 유연근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도록 지속해 권고·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러한 제도를 직장 내에서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며, 승진 등 인사고과에서 제도 사용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육아기 부모를 대상으로 다양한 '시간 지원 정책'을 펴는 사업주에게 출산육아기 고용안정장려금과 같은 추가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유럽 복국가들을 보면 오히려 육아휴직은 짧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길게 정책을 짜는 곳이 많다"며 "노사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파격적으로 확대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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