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통일 한국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소설 '거인의 꿈'

서충섭 기자 2024. 1. 2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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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문가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DJ 다룬 첫 소설 출간
유명 역사유튜버 황현필씨 추천…역사적 사실부터 극적 상상까지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와 그의 신간 소설 '거인의 꿈'/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2000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남북 관계는 날개를 단 듯 호전된다.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한 대북사업이 활성화되고 다시 만난 김대중과 김정일은 남북연합에 합의한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남북은 공동선수단을 파견하고, 파주와 판문점이 철도로 연결되며 한국의 열차가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 대륙을 달린다.

후임인 노무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충실히 계승하는 동안, 평생의 꿈인 남북통일을 이룬 김대중은 '북한에서 한달 살기'를 하며 개마고원을 트레킹한다.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못 다 이룬 평화통일의 꿈을 담은 소설이 DJ 사후 15년이자 탄생 100주년인 올해를 맞아 출간됐다.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장편소설 '거인의 꿈'을 출간했다.

전남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최 교수는 '빌리 브란트와 김대중', '김대중의 사상과 정치'를 펴낸 김대중 전문가다.

그간 김대중 전문 서적을 다수 출간해 온 최 교수는 첫 장편소설 '거인의 꿈'을 통해 DJ의 전 생애를 독자들이 손쉽게 접근하도록 풀었다.

역사학자 특유의 치밀한 팩트 위주의 시선에 더해, 통일 문제와 김대중을 연구해 온 학자의 입장에서 '만약 이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소설 후반부에 더한다.

신안 하의도의 농가에서 태어난 김대중이 '큰바위 얼굴섬' 전설을 듣고는 "하의도에서 임금이 나온다면 내가 되어야지"라고 되뇌이는 대목은 삼국지에서 유비가 누상촌 뽕나무 나무 아래서 천자의 꿈을 꾸는 모습과 오버랩된다.

6·25전쟁으로 남북이 두 동강 난 나라에서 김대중이 인민군에 끌려가 처형 직전에 살아나는 장면은 긴박한 전쟁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그런가 하면 정치에 투신한 그가 군사 정권 아래서 다섯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순간은 느와르처럼, 신민당 대선후보로 거듭나며 노련한 '거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정치드라마처럼 소설은 장면마다 최적의 시각으로 김대중을 다룬다.

격동의 시기를 살아간 김대중의 삶이 인동초로 대표되는 고초와 시련으로 점철되는 과정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박정희와 전두환, 광주와 5·18, 평생의 동지인 이희호 여사와 아들·측근·민주화인사들을 담은 한국 현대사의 강물이 대통령 당선이라는 바다까지 거침없이 흐른다.

소설이지만 자서전 등 관련 자료를 토대로 한 170여개의 각종 주석은 책의 현실성을 더한다.

특히 대권을 놓고 한 평생을 경쟁한 '숙명의 라이벌'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이야기는 소설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다.

소설은 1970년 신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김대중에 못지 않게 멋지게 승복한 김영삼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두 사람이 87년 대선에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노태우의 군부정권 연장을 허용하는 장면에서는 '엎질러진 물'이라며 질책한다.

과오를 딛고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 내려야 했던 결정을 보여주며 '국민의 정부'의 성과를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실제 역사에 기반한 소설은 4부에 이르러 '김대중의 꿈'이자 저자인 '최영태의 꿈'으로 거듭난다.

정상회담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AFP=News1

청년 시절 신문 기자를 꿈꿨으나 역사학자로 강단에 섰던 최 교수는 한반도의 역사가 달라졌을 순간으로 손꼽히는 '클린턴-김정일 정상회담 불발'을 살려낸다.

실제 역사에서는 2000년 클린턴의 평양 방문 직전 터진 '플로리다 검표 논란'으로 좌절됐지만, 소설은 클린턴이 논란을 이기고 평양을 찾는다.

이후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박지원, 정세현, 정동영 등 남북관계에서 실제 활동했던 인사들이 등장하며 남북은 드라마틱한 관계 개선을 이끌어낸다.

실제로 최 교수는 1989년부터 1990년까지 독일에 머물며 베를린 장벽 붕괴로 시작된 독일 통일 과정을 지켜봤다.

독일과 한국의 통일 문제를 비교 연구했던 최 교수는 소설에서 남북 통일시 소요되는 예산을 당시 우리 정부 1년 예산의 1%인 1조원으로 추산했다. 이후 군비 감축을 통해 통일 예산을 3%까지 증액하는 안을 구상한다.

소설 '거인의 꿈'을 출판한 역사바로잡기연구소 소장인 유명 역사유튜버 황현필씨는 "거인의 꿈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상상하며 읽어 보라. 나에게 이보다 재밌는 현대소설은 없었다"고 추천했다.

최 교수는 작가의 말을 통해 "불행히도 남북 관계가 다시 김대중 정부 이전 대결 시대로 복귀하고 말았으나, 역사가 말해주듯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한반도 문제를 푸는 해법이 못 된다"면서 "다시 화해와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할 때 이 책의 4부 '남북연합 창설'은 우리가 구현해 갈 미래 비전이자 희망의 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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