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운전기사도 근로기준법 적용받는 근로자” [김진성의 판례 읽기]

2024. 1. 2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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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 뒤집은 법원…업계 ‘혼란’

[법알못 판례 읽기]

타다 택시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이 정당했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운전기사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았던 1심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회사가 사실상 운전기사들의 업무 내용을 결정하고 지휘·감독했기 때문에 이들을 단순히 프리랜서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최근 플랫폼에 간접 고용된 근로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느냐를 두고 갈등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뒤집힌 판결…“운전기사 단순 프리랜서 아냐”

서울고등법원 행정 7부(김대웅·김상철·배상원 부장판사)는 2023년 12월 21일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 승소로 본 1심 판단이 뒤집혔다.

쏘카는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모회사다. 2019년 5월 A 씨는 VCNC와 운전기사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VCNC가 그해 7월 근무조 개편 및 차량 대수 조정으로 70여 명의 인원을 감축하면서 A 씨는 두 달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A 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서울지노위는 A 씨의 구제 신청을 각하했지만 불복절차를 밟은 A 씨의 주장을 중앙노동위원회가 받아들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노위는 타다 앱에서 A 씨의 업무 내용이 결정됐고, 그가 실제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도 VCNC 측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A 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결론 내렸다. VCNC는 이 같은 판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2022년 7월 VCNC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출발지, 목적지 등 A 씨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이용자의 호출로 결정되며 운전기사는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A 씨는 운전용역을 제공한다는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을 뿐 쏘카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어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어떤 근로자까지 인정?…플랫폼업계 당분간 혼란 불가피

항소심의 결론은 달랐다. VCNC가 타다 운전기사들의 업무 내용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고 보고, A 씨를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VCNC가 타다 운전기사들의 업무 내용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A 씨는 타다 앱이 안내하는 대기 장소에서 기다리다가 배차가 되면 앱의 운행경로에 따라 목적지까지 운행했다”며 “이용자가 탑승할 때는 필수적인 안내를 제공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가 만든 틀 안에서 업무가 정해졌고 A 씨가 틀을 벗어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운전기사들이 VCNC로부터 세부적인 업무방식에 관한 지시를 받은 정황도 판결의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운전기사들은 별도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은 없었지만 각종 교육자료와 업무 매뉴얼, 근무 규정을 제공받았다”며 “A 씨 역시 업무 수행 방식, 근태 관리, 복장, 고객 응대, 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운행 도중 배차를 수락하지 않으면 인사평가에 불리하게 적용됐기 때문에 근무 수락 여부, 근무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쏘카는 최근 상고장을 제출하며 법정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대법원에서도 똑같은 판단이 나오면 쏘카는 A 씨에게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한다. 그가 실직했던 2019년 7월부터 타다 서비스가 종료된 2020년 4월까지를 임금 산정기간으로 잡아야 한다.

이번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플랫폼업계에선 어떤 근로자까지 근로기준법 적용이 가능한지를 두고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뿐만 아니라 배달, 청소 등 다양한 플랫폼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크게 늘면서 비슷한 갈등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항소심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 “플랫폼 기업들은 ‘혁신’을 빌미로 한 불공정한 행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돋보기]
 

 車 딜러·페이닥터 등 특수고용직은 인정 추세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경우엔 최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실질적으론 근로자지만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직종을 말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23년 10월 수입차 지프 판매업체인 대경모터스 소속 판매 영업사원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심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경모터스는 A 씨에게 퇴직금 540만원과 지연이자를 포함해 약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대법원이 자동차 판매대리점 소속 딜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첫 사례다.

A 씨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대경모터스 판매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매일 오전 8시 20분 사업장에 출근해 9시에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가 끝나면 지정된 자리에서 업무를 하도록 요구받았다.

당직이 아닌 날에는 오후 6시, 당직일에는 오후 9시 퇴근했다. 외근이 있을 때는 활동 내용 등을 사진으로 찍어 보고했다. 대표이사는 사업장 CCTV로 A 씨 등 영업사원의 업무 상황을 지켜보면서 근태, 복장, 청소 상태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1·2심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A 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상당한 수준의 감독·통제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다른 특수고용직을 두고도 이 같은 판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2023년 9월 페이닥터(봉직의)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 판결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도 비슷한 시기 컬리의 화물 운송을 맡은 배송기사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에서 모두 근로자가 고정적인 임금을 받고 회사로부터 업무 관련 지시를 받은 사실이 주요 판단 근거가 됐다.

법조계에선 특수고용직이 퇴직금과 연차수당,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요구하는 일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이 지휘·통제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근로자가 패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다.

대법원은 2022년 5월과 7월 현대자동차 판매대리점 소속 딜러를 독립된 개별사업자라고 판단했다. 당시 딜러들이 자율적으로 외근과 당직 일정을 짜고 수당은 오직 차량 판매실적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됐다.

김진성 한국경제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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