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벌인 침략전쟁, 드론은 갈수록 더 많이 날아오른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4. 1. 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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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각국 군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을 꼽으라면, 드론(무인기)을 꼽는 경우가 많다. 

개전 초기부터 드론을 적극적으로 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드론으로 타격할 정도로 운용 능력이 향상됐다. 

러시아도 이란에서 자폭 드론을 대량 도입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 

하늘에서 갑작스레 다가오는 드론은 적은 비용으로 지상의 병사와 민간인에게 큰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실질적 타격을 가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드론의 효과가 전장에서 입증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선 드론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중국산 민수용 드론이 정찰·공격에 널리 쓰일 정도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주역으로 활동하는 전장이 됐다. 

한국도 한반도 유사시 드론 운용을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드론은 전쟁에서 더욱 자주 쓰이는 무기가 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서로가 서로에게 드론을 쏜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주목받은 드론은 튀르키예산 바이락타르 TB2였다. 지난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TB2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성능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수도 키이우로 진군하는 러시아군 기갑부대를 TB2 무인기로 공격, 다수의 전차와 장갑차를 파괴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같은 모습을 담은 영상을 SNS에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선전전에 적극 활용했다. 

이를 통해 TB2의 성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폴란드 등의 국가에서도 TB2를 도입했고, 무인기를 이용한 공격작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우크라이나는 옛소련 시절 개발됐던 TU-141 무인정찰기를 자폭용으로 개조했다. 최대 1000㎞까지 비행하는 TU-141에 폭발물을 실어 러시아 내륙의 전략폭격기 기지를 타격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TB2나 TU-141의 활약상은 두드러지지 않는 모양새다.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에서 동부 돈바스로 총부리를 돌린 직후 TB2는 역할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러시아군은 지대공 무기와 전자전 장비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무인기의 접근을 저지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전장에서 드론을 띄우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상황에서 주목받은 대안은 소형 드론이었다. 

레이더에 포착되기 쉬운 무인기가 전선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크기가 매우 작은 군용 또는 민수용 드론이 널리 쓰이게 됐다.

특히 촬영 또는 레저용으로 쓰이는 민간 소형 드론은 중대형 무인기와 달리 별도의 이착륙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값이 매우 싸서 추락해도 단기간 내 대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에서 중국산 DJI 드론이 널리 쓰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산 드론은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구매가 쉽고, 운용경험을 지닌 사람을 확보하는 것도 용이하다. 

자폭 드론도 널리 쓰인다. 탄도미사일보다 위력은 약하지만,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크기가 작아서 포착이 쉽지 않다.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 전투기로 공격하기에는 우선순위가 낮은 표적을 타격하기에 적합하다. 

우크라이나군은 국내외에서 확보한 군용·민간용 드론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미국산 스위치블레이드, 폴란드산 워메이트 자폭드론과 세계 각국의 민수용 드론이 우크라이나에 제공되어 쓰이는 상황이다.

전쟁 중인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드론은 러시아군을 감시하고 공격하는데 활용된다. 개발된 기종 중에는 UJ-22 드론처럼 6시간 동안 800㎞를 비행, 러시아 내륙을 타격할 수 있는 기종도 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드론에 RPG-7 대전차로켓탄을 장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이란에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대량 도입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했다. 대당 가격이 2만 달러(약 2700만원)에 불과한 샤헤드-136은 2500㎞를 비행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샤헤드-136을 처음 들여와 공격할 때, 전력 시설과 수도 키이우의 주택가 등을 공격했다.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시민들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로 인한 공포가 심해지자 우크라이나군은 기관총과 야간투시경, 망원경, 청음 장비 등을 갖춘 방공부대를 편성해 요격 작전에 나섰다. 

우크라이나의 대응으로 샤헤드-136의 효력이 떨어지자 러시아는 새로운 방법을 적용했다.

주간에 직선으로 비행하는 방식 대신 야간에 드론을 띄운다. 밤에 요격을 피하기 위해 동체를 검게 칠하고 열화상 장치에 포착되지 않도록 엔진이 일찍 꺼지게 설정하고 있다. 

지그재그 비행 경로를 적용해 요격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드론의 엔진을 프로펠러에서 제트 엔진으로 바꿨는데, 속도가 시속 500㎞에 달해 순항미사일과 다름없는 무기로 바뀌었다.
러시아 군인들이 드론이 비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한국도 드론 전쟁 준비해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드론 전쟁은 한반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은 여러 차례 휴전선 남쪽으로 무인기를 띄우며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이 무인기를 사용해서 도발할 때마다 한국군의 대응은 한발 늦게 이뤄졌다. 

북한의 무인기 위협이 거듭되는 국면에서 한국군도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드론의 군사적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처럼 한반도 유사시 남북이 서로를 향해 드론을 보내 공격하고 정찰하는 사례가 빈번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군도 전시 상황을 기준으로 드론 전쟁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우선 단기간 내 대량의 드론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손실되는 드론의 양은 매달 5만∼10만대에 달한다. 

과거에는 무인기를 띄우고 난 뒤 회수하는 개념이 강했다면, 크기가 작은 드론은 사실상 소모품처럼 운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최종 리허설에서 원거리정찰용소형드론이 분열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 지역의 매서운 혹한에서 드론의 배터리나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추락하면, 손실률은 당초 예상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드론의 대량 손실을 메우려면 민간용 드론과 더불어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군용 드론도 사전에 개발, 생산해서 비축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군이 쓰는 호주산 PPDS 정찰·자폭 드론은 왁스 처리된 골판지로 만들어 대당 가격이 670달러(약 90만원)에 불과하다. 이같은 드론을 비축해서 유사시 활용하지 않으면, 일선 부대에선 수색대를 파견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정찰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민간 드론을 활용하는 방안도 미리 고민해야 한다. 민간 드론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중국산 드론을 유사시 군인들이 사용해도 되는지, 사용이 불가하다면 대체 가능한 장비는 무엇이 있는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드론의 특성을 활용해 공격 효과를 극대화할 전술을 연구하는 것도 필수다. 러시아군은 공습 대상을 향해 드론 공격을 감행한 뒤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 우크라이나군 방공망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에서 관계자들이 드론을 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군도 드론과 미사일, 포병 등의 전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작전과 전술을 고민해야 한다. 드론이 전쟁에서 필수적인 장비로 인식되고 있지만, 드론만으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드론과 더불어 육·해·공군의 전력을 결합해서 전쟁을 수행해야 북한군을 압도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드론, 헬기, 미사일, 야포 등의 작전 운용이 한데 뒤섞이면서 공역 중복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전자전 능력도 키워야 한다. 전파방해를 받는 드론은 제 기능을 상실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를 향해 전자전을 시도하면서 상대방의 전자공격을 무력화하는 방어작전도 병행한다.

한반도에서도 북한이 우리 군의 드론을 대상으로 전자전을 감행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전자전 공격으로부터 드론을 보호하는 방법, 북한군 드론의 활동을 전자전으로 방해하는 기술 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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