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환불 거절한 넥슨…법원 판례는 소비자 ‘판정승’

홍인석 기자 2024. 1.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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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조작 논란
구매한 지 7일 안 됐지만 ‘큐브’ 환불 불가 안내
넥슨 “아이템 인벤토리로 이동하면 청약철회 제한”
넥슨 규정에도…최근 판례 소비자 권익에 손
法 “소비자 청약철회권 최대한 보장”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의 모습./뉴스1

지난 3일 국내 게임 시장 매출액 1위 넥슨코리아(넥슨)가 온라인 PC 게임 메이플 스토리 등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나오는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 받았다. 그런데 넥슨은 문제가 된 게임 아이템 환불이 경우에 따라 불가하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법률과 유사 판례 등에서 ‘청약철회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만큼, 소송으로 비화할 경우 넥슨이 대금 일부를 환불해 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큐브’라는 확률형 아이템의 환불을 거절했다. 큐브를 사용하면 ‘잠재 능력’으로 불리는 3개의 옵션이 임의로 장비에 부여된다. 장비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넥슨이 큐브에서 특정 옵션이 등장하는 확률을 변경하면서도 이를 이용자에게 공지하지 않고 숨겼다고 봤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문제는 넥슨이 1월 14일 큐브를 사용한 게임 내 이벤트를 취소하면서 불거졌다. 이벤트가 취소되자 일부 이용자들은 사전에 구매한 큐브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넥슨은 “인벤토리(창고)로 이동해 청약철회가 가능하지 않아 문의해 주신 것으로 이해한다. 다만 시일이 경과해 다른 도움을 드리기 어렵다”는 취지로 환불을 거절했다. 넥슨은 아이템 구매 후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가능케 하면서도 인벤토리 등 보관함으로 아이템을 이동하면 청약철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넥슨의 환불 규정이 법은 물론 최근 판례들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진 아이템인 데다, 이벤트 취소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음에도 단지 아이템을 옮겼다며 환불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이철우(게임이용자협회장) 변호사는 “전자상거래법은 청약 철회 조항에 구매·수령 이후 7일 이내에는 자유로운 청약 철회가 가능하게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7일이 지나지 않은 큐브에 대해 청약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정책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청약철회 기간을 7일로 제한한 대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응하라는 게 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2021년 2월 25일 국회 앞에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보낸 트럭이 세워져 있다./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최근 판례들도 소비자 권익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넥슨 사례와 같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고의나 과실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오류를 방치하면 게임사가 이용자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도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단독은 지난해 2월 ‘컴투스 프로야구 포(for) 매니저’ 이용자 6명이 게임 회사 컴투스 등을 상대로 4200만원을 배상하라고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확률형 아이템인 ‘에이스 카드’에서 유격수 포지션이 등장하지 않아 이용자들은 문제를 제기했고, 컴투스도 이를 오류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일부 사례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이용자 4명에게는 각각 200만원, 나머지 2명에게는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6월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가 청약을 철회하지 못하도록 한 이동통신 약관이 부당하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5일 한국소비자연맹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 사건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게임뿐 아니라 휴대전화 개통 등에서 재화가 일부 사용되더라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제한될 정도가 아니라면 소비자의 권리가 우선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소비자는 청약철회권을 행사함으로써 그 계약에서 정한 위약금 등을 부담하지 않고도 체결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소할 수 있고, 청약철회권 행사는 일반적인 계약의 해지와는 구별된다”며 “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 행사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그 제한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게임과 휴대전화의 재화는 다르지만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권에 대한 소비자의 권리를 중시한 판례라고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환불 불가에 따른 소송이 진행될 경우 (최근 법원 판단에 비춰볼 때) 소비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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