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표 공천’서 YS가 보인다?… 수도권 승부수 1996년처럼 통할까

민영빈 기자 2024. 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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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이재명·정청래 ‘대항마’로 원희룡·김경율 출마 시사
수도권 비관론 타파 위한 韓 ‘새 얼굴’ 총선 전략 추진
YS 1996년 총선서 자객 공천으로 원내 1당 ‘우뚝’
전문가들 “새 얼굴의 경쟁력과 공천의 공정성 보장돼야”

오는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수도권을 공략할 주요 방안으로 상징적인 인물의 지역구에 이른바 ‘자객’을 투입하는 전략을 사용할 모양새다. 줄곧 제기돼 온 수도권 비관론을 ‘인적 쇄신’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 얼굴로 총선 분위기를 전환했던 1996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제15대 총선 전략이 겹쳐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2024년 총선에서 비슷한 승부수가 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왼쪽). 한 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이 함께 신년인사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갈무리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야당 강세 지역에 영입인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수도권 핵심지로 꼽히는 수원(갑·을·병·정·무)을 탈환하기 위해 투입하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다. 이들은 현재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오는 22일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으로 알려진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도 수원에 투입할 후보군 중 하나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인천 계양을과 서울 마포을에도 ‘대항마’를 투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당원·지지자들에게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거라고 선언했다.

바로 다음 날인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한 위원장은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출마할 거라고 ‘깜짝’ 발표했다. 4월 총선 전 지역구민 또는 국민이 갈망하는, 신선하면서 어느 정도 능력도 겸비한 인물인 이른바 ‘새 얼굴’로 수도권 비관론을 타파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제21대 총선거가 있었던 지난 2020년 수도권에서 참패했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수도권에서 단 16석만 차지했다. 아직 국회에서는 선거구 획정과 비례대표 의석 정수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현행법상 선거구와 비례대표 의석 정수에 변화가 없다면 수도권 의석수는 128석이다. 이를 감안하면 영남권 의석수만으로 국민의힘이 원내 제1당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어차피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은 안 된다’는 수도권 비관론을 깨는 성적이 국민의힘엔 절실하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표 새 얼굴 총선 전략이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제15대 총선 전략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 신한국당 총재를 겸했던 김 전 대통령은 성수대교 붕괴 등으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형성된 수도권 비관론을 부수기 위해 수도권에 ‘새로운 얼굴’을 대거 투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성범·맹형규 등 TV를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했던 뉴스 앵커를 비롯해 ‘스타 검사’로 이름을 알렸던 홍준표 검사, 유명 재야 인사인 이재오·김문수 등을 잇따라 영입했고, 이들을 수도권에 전진 배치했다. 이는 당시 파격적인 공천으로 평가됐다. 그 결과, 신한국당은 제15대 총선에서 139석을 얻어 원내 제1당이 됐고, 김 전 대통령의 ‘새로운 얼굴들’도 대부분 국회에 입성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새 얼굴이 대거 투입되는 것은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선거를 이끌 지도부의 색깔이다. 김 전 대통령은 ‘어차피 수도권은 야당(어수야)’이라는 비관론을 전환하기 위해 이회창 전 총리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본인을 비판했던 인사에게 전권을 부여한 것이다. 인재 영입의 풀(pool)도 사회 전 계층을 아우르면서 국민에게 ‘쇄신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는 공생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2024년의 ‘수도권 자객’들이 1996년 총선 때에 비해 얼마나 다양하고 신선할지도 봐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꾸려질 선거 지도부도 쇄신 인사가 나올지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대통령실 출신 혹은 검사 출신으로만 꾸려진다면 인적 쇄신 효과는 오히려 반감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외연 확장도 어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후보 개인의 경쟁력과 공천 과정에서의 공정성이 보장된다면 한동훈표 ‘자객 공천’이 수도권에서 통할 거라고 입을 모은다. 그간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혁신’에 방점을 찍고 인적 쇄신까지 이끌어낸 국민의힘 행보가 계속된다면 국민 표심을 공략하는 데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새로운 인물은 선거의 판도를 단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키맨(Key man·중요 인물)”이라며 “이미 국민들은 구태에 찌든 정치인보다 새로운 인물을 갈망하고 있지 않나. 다만 새로운 인물이라고 해서 봤더니 경쟁력이 떨어진다거나 대통령실 최측근의 낙하산이라면 국민들은 더 큰 배신감에 등을 돌려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평론가는 “한 위원장이 인적 쇄신 공천으로 수도권에 승부수를 띄우려면 새로운 인물의 경쟁력에 더해 투명한 공천이 이뤄져야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이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얼마나 공정한 절차를 거칠지 지켜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로운 인물의 됨됨이를 놓고 국민 평가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전문성이 있는지,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지, 대통령실 낙하산은 아닌지 등을 국민이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혁신적인 공천이라고 할지라도 그 절차상 문제가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역 민심도 거스르지 않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을 반영해 적재적소에 잘 배치한다면 ‘수도권 자객 공천’이 인적 쇄신 이미지로 굳어지며 총선에서 ‘훈풍’을 부를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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