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을 떠도는 귀신 [PADO]
[편집자주] 가까운 사람은 죽으면 조상이 되지만, 낯선 사람은 죽으면 귀신이 된다. 낯선 사람은 살아 있을 때도 잠재적 범죄자로 보일 수 있습니다. 친밀한 공동체가 무너진 삭막한 도시의 풍경입니다. 농촌 공동체, 씨족 공동체가 강한 중국인들이 급속한 도시화를 겪으면서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인 생활을 경험하고 있고,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속 풍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온(Aeon)의 2023년 11월 10일 자 기사입니다. 공동체를 떠난 낯선 삶과 함께 중국 공산당의 감시와 억압이 도시민들을 더욱 위축시키면서 이러한 위축과 공포가 죽음과 귀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지면서 귀신에 대한 도시괴담을 퍼뜨리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파트에서 누군가 죽으면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어떤 도시는 법으로 주민의 죽음을 공공연히 알리는 것을 금지하기도 합니다. 일본 도쿄에는 우리의 강남 청담동에 해당할 만한 지역인 노기자카-오모테산도 구역에 아오야마 영원(靈園)이라는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번화한 도심 한가운데 있는 이 묘지에는 아침이면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사람들은 전혀 두려움 없이 산책하기도 합니다. 도쿄 시민들은 어떤 이유로 낯선 이들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요? 사람들이 가지는 죽음에 대한 태도는 그 나라의 정치적 성격, 운영방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이 차이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홍콩 교외의 고층 아파트 11층, 86세 여성이 좁고 낡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가족이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딸은 마카오 남자와 결혼해서 두 자녀와 함께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아들은 수년 전 세상을 떠났고, 아들이 남긴 유일한 손자는 영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9월의 어느 저녁, 노파는 전구를 갈다 넘어져 골반이 부러졌다. 노파는 움직일 수 없었고, 도움을 요청하는 그의 외침을 누구도 듣지 못했다. 그 후 이틀 동안 그는 탈수 증상으로 서서히 죽어갔다. 이웃이 경찰 당국에 신고하기까지는 사흘이 더 걸렸다. 악취가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기까지 사흘이 걸린 것이다. 경찰은 시신을 치우고 가족에게 사망 사실을 알렸으며 조촐한 장례식이 열렸다.
몇 주 후, 집주인은 아파트 전체를 청소하고 다시 임대하려고 했다. 노파의 죽음이 살인이나 자살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아파트는 홍콩의 온라인 흉가 목록에 등재되지 않았다. 집주인은 새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월세를 약간 낮췄고, 이는 중국 본토에서 막 홍콩에 넘어온 대학생인 다이링을 유인하기에 충분했다.
아파트에서 처음 맞이한 밤, 다이링은 꿈에서 흐릿한 노파의 얼굴을 보았다. 다이링은 꿈에 대해 거의 생각해 보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 아파트의 지붕 덮인 발코니에 놓을 식물을 사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위쪽 발코니 바닥에 드릴로 박힌 고리에 베고니아 화분을 하나 걸었다.
다음날 밤, 다이링은 그 노파를 다시 보았다. 매일 밤 꿈을 꿀 때마다 노파의 얼굴이 더 선명해졌다. 가끔 노파가 그에게 말을 걸어 자신을 찾아와 달라고 했다.
'왜 오지 않는 거니? 어디에 있니? 언제 또 올 거니?'
꿈이 계속될수록 다이링은 잠들기가 힘들어졌다. 가끔은 뜬 눈으로 누워 있는 대신 발코니로 나가 화분에 물을 주거나 달을 보곤 했다.
유독 꿈이 생생했던 어느 날 밤, 다이링이 잠에서 깨어 발코니로 나간 후에도 노파의 목소리는 멈추질 않았다.
'나를 보러 와주렴. 어디에 있니?'
다이링이 발코니 가장자리에 있는 베고니아에 물을 주려고 작은 발판 사다리에 올라섰다.
'외로워. 너는 한번 오지도 않고.'
다이링은 화분에 물을 부었다.
'어서 도와줘!'
'알았어요,' 다이링은 대답했다.
그는 발코니 난간 너머를 내다보고는 발판 사다리에서 뛰어내려 11층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경찰은 이 사망사건을 자살로 결론지었고, 아파트는 홍콩 온라인 흉가 기록부에 등재되었다. 집주인은 월세를 30% 깎고 귀신을 믿지 않는 세입자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중국어에서 번역하고 약간 수정한 이 이야기는 처음에 홍콩의 한 대학생이 내게 보내준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이게 실화가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 이와 비슷한 귀신 출몰, 비정상적인 죽음에 대한 허구적 이야기를 온라인에서 여럿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비록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의 경험과 불안을 반영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말년에 가족 없이 남겨진 노년층 부모, 타인을 해치는 (심지어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귀신, 엄습해 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 강해지는 귀신에 대한 두려움과 부동산 시장의 관계가 그것이다.
이런 생각이 상식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귀신을 믿는 것은 미신에 불과하고, 발전에 뒤처진 전통 농경사회의 흔적이라는 게 중국의 공식적인 관점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시골 사람들보다 '덜' 미신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귀신에 대한 믿음은 도시 생활과 급속한 도시화 경험에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귀신에 대한 공포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나는 이것이 도시화를 거치면서 변모하고 심화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 두려움은 망자에 대한 추모와 '억압'과 뒤얽히면서 사회생활과 도시 공간에 영향을 미친다.
(계속)
김동규 PADO 편집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박지윤과 이혼' 최동석, 자녀들 만났다…"세상에서 제일 행복" - 머니투데이
- 현아, 용준형과 열애 발표 후 첫 근황 공개…당당한 행보 - 머니투데이
- "피 날 때까지 씻어"…일본 여가수, 업계 거물 성추행 피해 폭로 - 머니투데이
- "돈 몇 푼 벌자고…양아치" 박명수도 분노한 '사이버 렉카' 뭐길래 - 머니투데이
- "술집 여자 만지는 게 뭐가 문제냐"…성추행 하고도 '뻔뻔' - 머니투데이
- '돌돌싱' 61세 황신혜 "더 이상 결혼 안 할 것…연애엔 열려있어" - 머니투데이
- 채림 "이제 못 참겠는데"…전 남편 가오쯔치 관련 허위 글에 '분노' - 머니투데이
-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폐지 가능성 보도…국내 이차전지주 '급락' - 머니투데이
- "마약 자수" 사실이었다…김나정, '필로폰 양성'에 불구속 입건 - 머니투데이
- "트럼프 인수위,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머스크도 환영?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