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2위 가격할인 전쟁 재발…마른수건 짜는 K-배터리

한재준 기자 최동현 기자 2024. 1. 2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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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테슬라 연초 전기차 가격인하…벤츠는 LFP 채택 선언
'LFP 더 싸게' CATL 원가절감 나서…K-배터리도 "원재료 조달비 낮추자"
선적을 기다리는 BYD 전기차.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최동현 기자 = 전기차 수요 둔화가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생존게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선두주자인 중국 BYD와 미국 테슬라가 연초부터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가격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배터리 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완성차 기업들의 단가 인하 압박이 심화하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원가 절감에 돌입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서 판매하는 모델3와 모델Y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격을 각각 5.9%, 2.8% 인하했다.

중국에 이어 독일 등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델Y 롱레인지, 모델Y 퍼포먼스 가격도 5000유로(약 731만원) 내렸다. 가격 인하율은 각각 9.0%, 8.1%다.

테슬라에 앞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BYD는 독일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15% 인하했다. 이에 따라 BYD의 주력 차종인 아토(Atto)3 판매 시작 가격은 4만7000유로(약 6800만원)에서 4만유로(약 5800만원)로 낮아졌다.

지난해 초 테슬라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한 1차 가격인하 전쟁에 이어 이번의 BYD의 선공으로 다시 치킨게임이 불붙은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스타메사에 위치한 테슬라의 전기차 시설. 2023.11.1 ⓒ 로이터=뉴스1 ⓒ News1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와 테슬라의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1~11월 기준)은 각각 20.6%, 12.9%로 1·2위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시장 파이가 작아진 상황에서 전기차 공룡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장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기업이 연초부터 가격경쟁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상 나머지 전기차 기업들도 치킨게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프리미엄 전기차를 지향하던 메르세데스 벤츠가 가격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는 미국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7500달러 할인해 판매하기로 했다. 아직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점을 상쇄하기 위해 보조금과 동일한 액수를 자체적으로 깎아 고객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LFP 배터리. ⓒ 로이터=뉴스1

◇전기차 치킨게임 가운데 선 배터리…CATL도 '원가절감' 나서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배터리 단가 인하가 동반돼야 한다.

전기차 업체인 BYD는 배터리 광물·소재부터 배터리까지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마쳐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이 가능하다. 테슬라 또한 어느 정도 수직계열화에 성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배터리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완성차 기업의 경우 전기차 가격전쟁에 참전하려면 저렴한 가격에 배터리를 사와야 한다. 완성차 기업들의 배터리 단가 인하 압박이 세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기준 배터리 팩 조달 비용은 킬로와트시(kWh)당 130달러로 추정된다. 지난해 배터리 팩 평균가격은 139달러(블룸버그NEF 집계)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보다 낮은 가격에 배터리를 조달한 셈이다.

전기차발 가격전쟁이 배터리 업계로 확산하면서 배터리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는 물론 점유율 확대를 위해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중국 매체 36Kr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은 최근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생산라인 자원 선별과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BYD의 배터리 자회사 FinDreams도 비용 절감을 주문하는 내용의 내부 공지를 띄웠다.

이들 기업의 주력 제품은 LFP 배터리로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저렴하다. 선두 업체들이 단가 인하를 추진하면서 시장에서 LFP 가격이 더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36Kr은 중국 배터리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LFP 배터리 가격이 와트시(Wh)당 0.3위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kWh로 환산하면 300위안(약 5만6000원)이다.

CATL과 BYD는 글로벌 1·2위 배터리 기업으로 지난해(1~11월) 기준 두 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53.1%(CATL 37.4%, BYD 15.7%)에 달한다.

중국 난징에 있는 자동차 배터리용 리튬 제련 공장에서 노동자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국내 배터리 3사도 원가절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스마트팩토리 도입으로 생산 효율화에 나서는 한편, 원재료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배터리 광물·소재 공급망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006400)는 최근 캐나다니켈 지분 8.7%를 사들이며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을 추가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배터리 핵심 광물 등 원재료 조달처를 추가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단가 협상에서 유리하고 결과적으로 배터리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차 업계에서도 포착된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 간평리튬, 성산리튬과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을 연달아 체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앞으로 전기차 가격경쟁이 심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배터리 업체를 상대로 한 자동차 업체들의 단가 인하 압박도 당연히 진행될 것"이라며 "전기차 업체는 물론 배터리 업체들도 압박감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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