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유예 무산될듯…정쟁에 25일 처리 사실상 물건너가
선거제·쌍특검법 재표결도 합의못해…"21대 국회 최악의 정치 실종"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최평천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이 결국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지만, 유예 기간을 2년 늘리는 개정안의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21일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안과 관련한 협상이 잠정 중단돼 본회의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네탓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면 중소기업 경영 부담과 폐업,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이 발생하지만, 야당의 협상 거부로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협상조차 안 하려고 한다"며 "요구를 수용해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다른 이유를 대고 못하다고 하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이다. 본회의 전 협상도 안 해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의 연내 설치 요구가 수용돼야만 유예 여부를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오히려 정부·여당이 소극적이라고 반박했다.
고위 당직자는 "이 상태로라면 25일 처리 가능성은 없다"며 "이미 작년 12월 초부터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요구를 해왔는데, 여당에서 그에 대해 어떤 언급도, 준비도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정부가 2년간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공식 사과, 최소 2년간 매 분기 구체적인 준비 계획 및 예산지원 방안, 2년 유예 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관련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표명 등의 3대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유예안과 더불어 소규모 사업장 안전 관리에 1조5천억원을 투입하고 산업안전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지만, 민주당이 외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둘러싸고 여야가 양보 없이 대치하는 배경으로는 총선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년 유예안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총선 표심과 관련한 이해득실 계산이 여야의 타협보다 우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정부·여당의 입장을 지지하지만,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법안 유예가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한 것이라며 민주당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은 오는 27일부터 적용되며국민의힘은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법 개정안을 냈지만, 현재 이 유예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문제를 놓고 소통조차 하지 않는 가운데 다른 쟁점 현안에 대해서도 출구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총선이 8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는 현재 선거구 획정과 비례대표 선출 방식 등 선거제 개편 논의를 방치해둔 상태다.
특히 비례대표 선출 방식의 경우 만약 현행 준연동형제가 유지된다면 원내 다수당을 노리는 거대 양당이 또다시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적대적 상생'에 손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 특검법 등 '쌍특검법' 재표결을 두고도 여야는 총선용 정쟁만 이어가고 있다.
야당의 단독 처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공이 국회로 넘어왔지만, 여당은 조속한 재표결을, 야당은 권한쟁의심판 우선 검토로 맞서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야의 대치는 총선 정국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통 선거 직전에는 중도층 표심을 고려해 여야가 이렇게까지 대치하지 않았는데 21대 국회는 전반적으로 정치가 실종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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