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목 따러" 북에서 온 특수요원들…'일요일' 노린 이유는[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68년 1월21일 일요일 저녁 7시쯤, 코트 차림을 한 남성 31명이 서울 시내에 진입했다. 코트 안쪽에는 기관단총과 수류탄을 숨겼다. 목적지는 청와대. 박정희 대통령 사살 지시를 받고 남파된 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이었다.
이 총경은 이들의 복장과 걸음걸이, 태도를 보고 '괴한'이라 직감했다. "자하문 밖 세검정에 괴한 30명 출현"이라고 서울시경에 무전 보고했다. 이어 "병력 1개 중대 배치 요망"이라고 추가 보고했다.
해당 지역에서 훈련하는 군 병력은 없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31명의 남성이 국군이 아닌 공비임을 확인한 셈이었다. 이 총경은 공비 대열 맨 끝 한 사람을 붙잡고 검문을 시작했다. 공비 한 사람은 "CIC(육군 방첩대)야. 까불면 재미없어"라고 했다. 이 총경의 눈에 들어온 건 그의 손에 들린 수류탄이었다. 이 총경은 권총으로 그를 사살했다.
마침 인근에 서울시경 지시를 받고 출동한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총경이 도착했다. 최 총경은 검문에 불응하는 이들 앞을 가로막았다. 이 총경의 권총 소리가 들리자 최 총경과 마주 선 공비가 반코트 아래서 기관단총을 꺼내 들어 난사했다. 최 총경은 실탄을 맞고 쓰러졌다. 그는 당시 나이 36세로 군인 출신 경찰관이었다.
그 과정에서 눈이 부시게 헤드라이트를 켜고 오는 버스를 본 공비들은 패닉에 빠졌다. 총기를 꺼내 난사하고 버스에 수류탄을 던진 뒤 사방으로 달아났다. 이들이 군 지원 병력으로 오해한 버스는 민간인들이 탄 시내버스였다. 많은 경찰이 부상을 입었고 민간인 5명이 사망했다.
김신조씨는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침투 목적을 묻는 기자에게 "우리 31명의 임무는 저 박정희 대통령 모가지 뗄 임무고…"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며 충격을 줬다. 김씨의 증언으로 파주시부터 서울 시내까지 이어진 침투 경로가 알려지며 안보 문제도 부상했다.
1·21 사태는 분단 이후 북한이 도발한 사건 중 가장 최악으로 기록됐다.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북 안보태세도 강화됐다. 1968년 4월3일 '향토예비군'이 창설됐다. 향토예비군은 평상시에 사회생활을 하다가 국가비상사태에 소속 직장이나 지역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비정규군이다.
국가 안보우선주의로 인해 육군3사관학교가 창설되고 일반 학교에서 교련 교육이 실시되는 계기가 됐다. 또 정부는 주민등록증 발급을 추진했다. 1962년에 이미 주민등록법이 공포됐지만 큰 변화는 없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발급이 가속화됐다. 1968년 12월까지 군인과 수감자를 제외한 만 18세 이상 국민 1600여만명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투항한 김씨는 한국으로 귀순했다. 침례교 신학을 전공한 뒤 종교인이 됐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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