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박씨' 박상훈 감독에게 사극이란[TF인터뷰]

문화영 2024. 1.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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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박씨 계약이혼뎐' 해야하나"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박상훈 감독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작품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MBC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첫 사극 연출, 5년 만의 복귀. 그리고 '연인'의 부담감. 이 3가지를 모두 이겨낸 사람이 있다. 바로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의 박상훈 감독이다.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이하 '열녀박씨')은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욕망 유교걸 박연우(이세영 분)와 21세기 무감정 끝판왕 강태하(배인혁 분)의 금쪽같은 계약 결혼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다.

박상훈 감독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열녀박씨'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종읨 미를 거둔 박 감독은 최근까지 작품과 사랑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엊그제에도 배우들이랑 식사하며 추억을 되새겼다는 그는 환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총 12부작인 '열녀박씨'는 중간인 6회 때 시청률 9.6%(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돌파할 만큼 기세가 좋았다. '연인'의 바통을 이어받은 '열녀박씨'는 또 한 번 MBC 사극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종 시청률 10%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박 감독은 "시청률은 하늘의 영역"이라고 일축하면서도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작품은 국가와 세대, 여러 장벽을 넘어 폭넓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예요.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원형적인 이야기요. 제약을 넘어 누군가를 구하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과 에너지를 표현한 원작의 에너지가 있어요. 어느 국가에서든 설화 혹은 신화로 전해지는 공통적인 부분도요. 타임슬립이라는 장르가 이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판타지적 장치가 됐고 이세영 배인혁의 연기 에너지 '케미'가 해외 시청자들에게 어필됐죠."

인기 웹소설과 웹툰이 원작인지라 주연 배우 캐스팅에도 굉장히 공을 들였다. 박 감독은 이세영 외 누군가 생각하기 어려웠으며 배인혁이 맡은 강태하 역에 대해선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또 두 사람의 분위기 대사톤 등을 보고 어울릴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기에 긴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 이세영 배인혁 싱크로율은 대성공이었다.

"김너울 작가도 애초에 삽화 모델을 이세영으로 했대요. 이후 이세영과 미팅했는데 캐릭터의 의상 콘셉트 등을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빠져있더라고요. 일찍(캐스팅이) 결정된 덕분에 개인적인 성향과 배우의 장점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강태하는 쉽지 않은 역할인데 배인혁이 캐스팅된 날 환호했어요. '잘생겼는데 머리까지 좋네'라고 생각했어요. 이세영 배인혁의 열의가 만나 시너지를 냈죠. 코미디를 연출하기에 주현영은 보물이에요. 주현영이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감동했어요.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서 배우 이세영(왼쪽)과 배인혁의 '케미'는 늘 화제가 됐으며 종영 후 잠시나마 열애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MBC

작품 속 이세영과 배인혁의 '러브라인'은 매회 화제가 됐다. 덕분에 뜻밖의 열애설까지 났다. '2023 MBC 연기대상'에서 이세영이 배인혁의 손을 잡았고 서로 훈훈한 미소를 주고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해프닝이었지만 이를 지켜본 박 감독의 심경이 문득 궁금했다. 또 같은 날 이세영 배인혁 주현영은 각각 최우수상 우수상 신인상을 받았다.

"깜짝 놀라기도 했고 현장의 설렘을 다시 느꼈어요. 그만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 거죠. 알 수 없는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상 받은 건 연출자로서 보람 있어요. 이세영 수상소감이 감동적이었고 인생에 한 번뿐인 신인상을 주현영이 받아서 너무 좋았죠. 제 일처럼 기뻤어요."

'열녀박씨'가 박 감독에게 가지는 의미는 크다. 먼저 '내 뒤에 테리우스' 이후 무려 5년 만의 복귀작이다. 그 사이 콘텐츠 시장은 급변했고 지상파 드라마가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박 감독은 이에 공감하며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모든 일엔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잖아요. '테리우스'가 잘 돼서 좋았지만 단점은 '다음 작품을 어떤 걸로 해야 하나' 고민이 됐어요. 그러면서 시간이 지났고요. 또 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드라마가 줄어들었어요. 17년 동안 몇 번의 위기를 겪었고 제작 여건이 많이 힘들어졌음을 느꼈어요. 같은 퀄리티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졌고 '정확하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첫 사극 연출작인 것도 눈에 띈다. 17년 차 PD지만 '열녀박씨'는 박 감독의 첫 사극이다. 물론 사극과 현대극이 섞여 있어 진정한 사극은 약 2회 분량이다. 그러나 사극을 통해 많은 걸 얻고 배웠다고 한다. 그는 한복 박람회에 참석하며 한복 트렌드를 익혔고 주연 배우들의 한복을 전부 제작했다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느낌이 나도록 말이다. 최근 MBC가 '연인' '열녀박씨' 그리고 '밤에 피는 꽃'까지 연달아 고공행진하고 있어 사극에 대한 박 감독의 의지는 확실했다.

"이병훈 PD의 사극을 좋아해요. 조연출 시절부터 사극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렇게 맛볼 수 있어 좋아요. 해보니 재밌던데요. 현대극은 비슷한 풍경·구도인데 사극은 좋은 공기와 배경에서 현실과 단절된 채 새롭게 시작하잖아요. 통제된 공간에서 진행하니 배우 스태프들이 집중된 상태로 임할 수 있고요. MBC는 사극에 강점이 있고 세트장 미술 스태프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요. 시청자가 갖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도 있고요. 이 부분이 저에게도 장점으로 다가왔어요."

박상훈 감독은 작품의 기획 의도로 '인연'을 말했으며 다음 작품 역시 '열녀박씨' 팀과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MBC

박 감독은 공백기 동안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껴 드라마의 문학·신화적 부분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동기 PD가 '열녀박씨'를 제안했고 이후 작가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이때 '좋은 인연은 좋은 인생을 끌어내고 나쁜 인생은 인생을 힘들게 한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자신의 공백기 때 느꼈던 감상과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즉, '인연'이라는 단어가 박 감독을 '열녀박씨'로 끌어당긴 시발점이 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도 '인연'을 강조했다. 당시 기획의도로 "좋은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목표를 이뤘을까.

"어느 정도 이뤘어요. 연우와 태하의 괴로움과 극복하는 과정을 담아냈는데 인생 회사 일상에서 느낀 힘든 과정과 맞닿아 있더라고요.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하려 했구나' 댓글이 달렸어요. 확실히 예전보다 시청자들의 드라마 안목이 높아진 것 같아요. 요즘 힘든 세상이잖아요. 적자생존 절반, 상호부조 절반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좋은 뜻을 가지는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면 좋겠어요."

로맨스 코미디(이하 로코)를 주로 했던 박 감독이기에 차기작에 대한 기대도 상당하다. 다음 작품에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있냐는 질문에 박 감독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열녀박씨' 팀을 답했다.

"'열녀박씨 계약이혼뎐'을 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도 나왔어요.(웃음) 그만큼 애정을 많이 나눴다는 뜻이에요. 그동안 로코를 많이 해 다른 장르를 하고 싶어요. 제약을 두지 않고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면 다요. 전체 사극을 해보고 싶고 이세영 배인혁과 한다면 더 좋겠죠."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너무 행복하고 또 기획의도도 이뤘다고 밝힌 박 감독이다. 그는 '열녀박씨'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랄까.

"준비할 때부터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고 시작했어요. '시청자들의 시간이 행복했다'고 들은 저 역시 행복했고요. 블루레이는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방송에 못 나간 재밌는 부분 등 알차게 해서 만들도록 할게요. 휴가도 반납하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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