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비방" vs "표현의 자유"…'김건희 현수막' 철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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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부 지역에서 '김건희를 수사하라'는 문구를 담은 정당 현수막이 강제철거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현수막을 철거한 자치구는 '특정인에 대한 비방 금지'라는 서울시 조례를 근거로 내세웠지만 표현의 자유와 청원권을 침해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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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송파구, 서울시 조례 따라 진보당 현수막 철거
"청원권·표현의 자유 위반" 지적…다른 자치구선 유지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 일부 지역에서 '김건희를 수사하라'는 문구를 담은 정당 현수막이 강제철거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현수막을 철거한 자치구는 '특정인에 대한 비방 금지'라는 서울시 조례를 근거로 내세웠지만 표현의 자유와 청원권을 침해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21일 각 자치구에 따르면 송파구와 서대문구는 최근 잇따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문구가 담긴 진보당의 현수막을 철거했다.
송파구는 이달 8일 오전 진보당에 현수막 자진 철거를 요구했고, 진보당이 거부하자 오후 3시쯤 현수막을 강제 철거했다. 서대문구도 34개 현수막 가운데 20장을 12일에 철거하고 나머지 14장과 진보당이 추가로 게시한 항의 현수막 10장을 17일 철거했다.
조례를 근거로 철거를 시행했다는 설명이다. 시의회는 지난달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진흥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형법 제309조(명예훼손)·제311조(모욕)에 따라 정당 현수막에 특정인의 실명을 표시·비방하거나 모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특정인의 실명을 표시해 비방하거나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시 조례에 의거해 철거했다"고 말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김건희를 즉각 수사하라'는 내용이 시 조례에서 규정한 '특정인의 실명을 표시하여 비방하거나 모욕하여서는 안 된다'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며 "다른 정당은 유사한 내용의 현수막을 철거 요청에 따라 자진철거했다"고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 위반 소지에 대해서는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의 기본권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쉽게 논할 문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진보당은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는 '오늘날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요소로서 다른 기본권보다 우월한 효력을 가진다'고 판시했다"며 "조례를 근거로 기초자치단체장이 강제철거를 한다는 것은 헌법적 차원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청원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치구마다 현수막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 현수막은 서대문과 송파 외에도 중구, 마포, 중랑, 성동, 광진, 노원, 서초구에도 걸려 있지만 조례를 적용해 강제철거한 자치구는 2곳 뿐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과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을 기준으로 현수막을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며 "법률 규정에 따라서도 그렇게 할 수 없고, 지자체장은 철거할 권한을 가질 수 없다"고 해석했다.
모욕이나 명예훼손죄 위반 여부를 놓고 "김건희 여사는 최근 사회적 관심이 가장 크게 집중된 공인이고 현수막은 공인에 대한 수사, 특히 특검법의 시행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아 보인다"고 부연했다.
나지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옥외게시물 특성상 김건희라는 개별 인물을 특정했다는 점에서 공연성은 인정되지만 '수사하라'는 문구는 수사기관 또는 국가기관에 대한 요구"라며 "청원권이나 표현의 자유까지 감안하면 현수막 철거는 무리한 행위라 볼 수 있다"고 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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