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이재명 피습 언급 "강 의원, 마음먹었으면 더한 일도…"
강성희 진보당 의원 '과잉 경호' 사건 신문 논조 차 뚜렷
경향신문 "박정희·전두환 시절에나 있을 법한 구태"
한겨레 "실질적 위해 없었는데 물리력 제압…폭력"
동아일보 "때와 장소 못 가린 정치인과 과잉 경호"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강성희 진보당 의원(전주을)이 입막음 당한 채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강 의원은 “국정 기조를 바꿔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라며 과잉 경호를 비판했고, 대통령실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 손을 잡아당기고 놓지 않았다면서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판단될 만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신문사별 논조는 엇갈린다. 한겨레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을 강하게 비판했고, 문화일보는 대통령실 입장과 가장 가까워 보였다. 동아일보는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문화일보는 19일자 사설 <대통령에 '의도적 행패' 의원과 민주당의 무도한 두둔>에서 강 의원의 행동을 두고 “초등학생도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안다는 점에서, 이런 인사를 선출한 지역구민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한 뒤 대통령 참석 행사가 아닌 일반 행사나 회의에서도 그런 몰상식한 언동을 하면 끌어내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런 사람을 의원으로 만든 데는 민주당 책임도 있다. 이상직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선거구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덕분에 당선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화일보는 “이재명 대표에게 사인받겠다며 접근해 흉기로 목을 찌른 사건이 지난 2일 발생했다. 강 의원이 마음만 먹었으면 더한 일도 저지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호 요원이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살해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과잉 경호'가 아니라는 취지인데, 입법부 또는 정당에 대한 '모독 또는 폄훼'라는 비판도 가능해 보이는 과격한 주장이다. 이 신문은 이 사건을 대통령의 '봉변'으로 바라보며 민주당을 향해 “공당이라면 봉변한 윤 대통령을 위로하고 강 의원을 비난하는 게 옳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같은 날 사설 <대통령 행사서 국정 비판한 진보당 의원 들어냈다니>에서 “국회의원을 위압과 폭력으로 진압한 충격적인 사건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신문은 “다소 무리한 방법으로 직언한 것이 물리적 폭력을 동원해 국회의원을 제압할 이유가 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되물으며 “명백한 과잉 경호이고,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구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야당·국회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적대적 야당관”을 언급했다.
한겨레도 20일자 사설 <대통령 거슬리는 말 했다고, 국회의원 입 막고 끌고 나가다니>에서 “비록 그 형식이 일반적이진 않다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가 민의를 전달하는데 '행사를 방해한다'며 마치 소란꾼처럼 취급한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경호원들이 강 의원 입을 막고 사지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끌어낼 때 “윤 대통령은 아무런 만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내 발로 가겠다'며 저항하는 강 의원을 강제로 끌고 가는 수십 초짜리 영상을 지켜보며 모멸감과 공포를 느낀 국민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나아가 “대통령실 제공 영상을 보더라도 강 의원과 윤 대통령이 접촉한 시간은 매우 짧고, 강 의원이 인위적 물리력을 행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누가 봐도 실질적 위해 행동이 없었는데도 물리력으로 제압한 과잉 경호이자 엄연한 폭력”이라 주장했다. 이 신문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발언을 큰 소리로 외친 것이 적절했느냐를 두고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고 밝힌 뒤 “지금은 박정희-차지철 시대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이 강 의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사설 <무례하게 도발한 의원이나, 입 막고 끌고 나간 경호실이나>에서 “강 의원의 행동은 전북 발전을 돕겠다며 축하하러 온 대통령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렇더라도 경호실의 과잉 경호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공개된 영상 속 대통령은 강 의원에게서 3, 4m 멀어져 갔다. 경호 상황이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강 의원이 소리쳤지만, 위해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데도 끌어냈고, 입을 틀어막기까지 했다. 정치인의 입을 막는 것이 대통령 경호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국민들은 과잉 경호도, 때와 장소를 못 가린 정치인의 행동도 동의할 수 없다”며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강 의원은 부인하지만 그가 대통령 손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는 경호실 주장대로라면 '만의 하나'를 염두에 두는 경호원들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했으며 경호실을 향해선 “위해 가능성이 정말 있었다면 손을 잡았을 때이지, 몇 걸음 지나갔을 때가 아니다. 타이밍 놓친 뒷북 경호라는 말이 된다”라고도 지적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경호실과 강 의원은 사과나 유감 표명 등 적절한 조치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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