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출근길에 갑작스럽게 공격받은 뒤 저항도 못한 채 소중한 생명 잃었다”

김현주 2024. 1. 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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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前 여친 살해한 30대 스토커 '징역 25년' 선고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여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는 18일 선고공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살인 및 특수상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1)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또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수강 120시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을 명령했다. 보호관찰 명령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출근길에 갑작스럽게 공격받고는 저항도 못한 채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면서 "피해자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짐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특수상해 피해자인 친모는 피고인을 말리는 과정에서 손가락과 손목에 자상을 입어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현재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를 하루아침에 잃은 유족들이 살아가면서 겪을 정신적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유족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피고인이 이 범행을 진정 후회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숨지기 전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후련함을 느낀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자녀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진술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를 시도하지 않아 검찰이 제출한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살인 유사 사례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영구히 정지하는 형벌 또한 불가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법원의 잠정조치를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출근시간 무방비 상태인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계획적 범행"이라면서 "피고인을 말리던 피해자의 모친에게까지 상해를 가했고, 피해자의 어린 자녀가 범행 현장을 목격함으로써 치유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게 해 사안이 심히 중대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보복살인)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다만 보복살인 혐의가 무죄로 나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예비로 일반살인죄도 함께 적용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A씨는 피해자의 경찰 신고로 현행범 체포된 뒤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내용의 잠정조치 처분을 받자 형사처벌이 현실화됐다고 판단했다"며 "이 신고로 인해 A씨는 모든 걸 잃게 됐다고 생각해 보복을 목적으로 피해자 살해를 마음먹고 범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배신감과 절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살해를 마음먹은 것이지 형사처벌에 대한 보복 목적은 따로 없었다"고 부인했다.

A씨는 지난해 7월17일 오전 5시54분 전 연인 B(30대·여)씨의 주거지인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관계가 됐고, B씨의 소개로 같은 직장에서 근무 중이었다. 범행 당시 피해자 B씨의 어머니 C(60대)씨도 A씨를 말리다가 손 부위를 흉기에 찔렸으나 집 안으로 피신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2월 A씨는 B씨를 상대로 데이트 폭행을 저질러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같은해 6월에는 B씨로부터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일주일 뒤 B씨의 주거지 인근을 배회하다가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법원으로부터 같은해 8월9일까지 B씨에게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내용의 잠정조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 명령을 어기고 한달여 만에 B씨를 찾아가 살해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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