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손실 본격화…‘수익률 모의실험’ 만들고 안 썼다
[앵커]
홍콩 H지수에 연계된 ELS 상품의 손실액이 천억 원을 넘겼습니다.
가입자들은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은행이 투자 위험성 등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고위험 상품을 불완전 판매했단 겁니다.
이런 논란 잊을만 하면 반복됩니다.
그래서 4년 전이었죠.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 판매 준칙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수익률 모의실험입니다.
복잡한 상품인만큼 어떤 조건에서 이익이 나고 또 손실이 나는 지 분석한 자료를 만들자, 그래서 고객의 투자 판단을 돕자, 이런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이런 정보를 제공했단 은행도 들었단 소비자도 찾아 보기 어려웠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 지 황경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21년 1월 한 은행이 판매한 '홍콩 ELS' 상품의 수익률 모의 실험 결과입니다.
기대수익률은 3.2%.
만기 3년까지 6달마다 수익 실현 기회를 주는데, 상환이 늦어질수록 손실 확률이 커지고, 일단 손실 구간에 들어서면 원금의 절반 안팎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분명히 적혔습니다.
이 상품에 가입했던 김 모 씨는 이런 자료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오히려 모의 실험상 손실 확률이 높았던 2022년 중반에도 '걱정말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합니다.
[김○○/'홍콩 ELS' 투자자/음성변조 :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시면 된다, 그러면 원금이 나온다, 그렇게 얘기를 했으니까..."]
결국 김 씨는 지난 15일 52% 손실을 확정했습니다.
["손절을 하는 게 손실을 조금이라도 막는 방법이라고 얘기를 했으면 그때 손절을 했을 수도 있어요."]
홍콩 ELS 사태에서 수익률 모의 실험이라는 객관적인 자료의 존재를 알았다는 투자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막연한 지수 상승 기대감만 들은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A은행 직원-홍콩ELS 가입자/2022년 3월 : "홍콩 지수가 6% 상승했다가 6% 빠졌다가 막 이래요. 변동성이 조금 심해요. 홍콩 지수가 9천 대로 올라오면 그냥 조기 상환이 되는 거거든요."]
모의실험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 기준이 되는 지침을 보면 "판매사는 투자 판단에 참고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때 제공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다만 어떤 정보를 주라는 건지, 언제가 제때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서지용/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이러한 정보들을 투자자들한테 고지를 해 주고, 이런 위험 부담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 투자자들한테 맡겨야 하는 거거든요."]
고위험 상품 불완전 판매 사태에 대비한 보완 수단은 마련돼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하는 데 실패하면서 피해가 또다시 반복된 셈입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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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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