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23명뿐인 ‘레고 작가’가 한국에…루이비통도 모셔간다는데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4. 1. 20. 18:57
“ 레고는 저에게 공기와 같은, 항상 함께 있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 같아요. 상상하는 모든 걸 현실로 끌어낼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죠.” -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
LEGO Certified Professional (LCP)
“덴마크 레고 본사가 인정한 브릭 아티스트입니다. 고용, 계약관계가 아니라 독립적인 창작 활동을 하는데 ‘레고 공인 작가’를 입증하는 로고 ‘LEGO Certified Professional‘를 사용할 수 있어요. 레고 창작가에게 인증 타이틀을 부여 해 준거라 보시면 되요. 브릭아티스트 사이에선 명예로운 타이틀이긴 한데 그 자격을 부여받는 과정이 엄청 어렵다기 보다는 국가마다 TO가 제한되어 있어서 어렵거든요.”
“전세계에 23명의 LCP가 있는데 한국도 2017년에 처음 부여받았어요. 레고시장이 활발하고 규모가 있는 국가에서만 뽑아요. 본사 입장에서 이벤트 기획하고 실행 할 때 모형이 많이 필요한데 본사가 각 국마다 특색들을 파악하고 컨셉을 잡아 작업하기에는 불가능하거든요. 그때 마다 도움을 달라는 의미이기도 해요. 또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레고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공인 작가가 되면 좋은 점은 작품 활동을 위한 레고 블록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매할 수 있거든요. 보시다시피 꽤 규모가 있는 작업들을 하기 때문에 한 작품을 만드는 데 수만 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한데, 초기 몇 년간 큰 작품 의뢰가 들어와도 부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어요. 부품을 원활하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LCP 자격이 절실했었죠. 2013년 레고 본사에 그동안 만든 작품,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등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는데 4년만에 LCP로 인정받았죠. 오래 기다린만큼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
브릭인사이드 그리고 하비앤토이
“2000년에 레고 커뮤니티인 ‘브릭인사이드’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레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인데 창작 작품을 올려 평가도 받고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등 레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예요. 90년대 말만 해도 신제품 출시, 구입처 같은 정보 찾기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처음에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홈페이지였는데, 점차 방문자가 늘면서 지금의 커뮤니티 형태로 발전하게 됐죠. 열정적인 창작자 분들과 오프라인 모임도 꾸준히 갖고 있어요.”
“2008년에는 브릭인사이드에서 만난 창작가들과 ‘하비앤토이’를 시작하게 됐어요. 레고 매장이나 업체, 관공서등 클라이언트 의뢰를 받아서 조형물, 대형 디오라마, 대형 액자형 모자이크 작품 등을 납품하는 모형 제작 회사입니다. 또 제가 레고 공인작가다 보니 레고 코리아와 협업을 많이 하기도 하구요.“
“브릭 모형 제작업이 국내에선 여전히 생소해 기업체의 의뢰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한 편입니다. 작업 효율을 위해 제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다양한 제작 기법 개발 등 수익 극대화 방안을 항상 고민합니다. ”
대형 작품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브릭링크 스튜디오’ 등 CAD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은 필수예요. 처음에는 일일이 하나하나 맞춰나가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작업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거든요. 의뢰 작품인 경우에는 클라이언트에게 완성품을 보여줬는데 수정 사항이 발생하면 재작업이 불가능하거든요. 이미 접착되서 다 만들어진 걸 고치려면 시간과 자원 낭비가 상당합니다. 프로그램으로 렌더링을 하고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고 수정사항 의논하고 컨펌이 되면 제작에 들어가게 되면 효율을 극대화 시킬수 있죠.”
“주로 개인 작업을 하고 하비앤토이를 통해 의뢰가 들어오면 작품들을 구상하고 만들게 되죠. 브릭 모형 작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가 없다 보니 시스템이 전무했어요. 5000종이 넘는 부품을 일일이 노트에 기재해 관리하기도 불가능하구요. 제가 전공이 프로그래밍이어서 재고 관리 시스템 등 필요한 프로그램은 직접 만들어 시스템을 구성했습니다. ”
“대형 작업은 일반 레고 만들때와는 제작과정이 훨씬 복잡해져요. 블럭이 완전히 결합된것 같아도 높이가 높아지면 미세한 유격들이 쌓이고 쌓여서 블릭 하나 이상 유격이 발생하는데 하나하나 망치로 두들기고 접착시켜줘야 합니다. 또 구조물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클램프를 이용해 잘 고정시켜주기도 합니다. 장비도 필요하고 공간도 많이 필요해요.
작품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무대로 보이그룹 ‘세븐틴’의 공연 실황을 만든 작품이 가장 큰 작품중 하나이고 루이비통과 협업한 작품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레고스토어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설치했던 ‘일월오봉도’ 모자이크 작품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너비 2100 mm에 길이 3500 mm의 큰 면과 너비 1270 mm, 길이 3500 mm짜리 작은 면, 두면으로 이뤄지고 백라이트를 설치하여 모자이크 작품내 요소요소에 조명이 켜지도록 제작한 작품입니다. 부품만 100,000개 이상 들어갔어요. 모자이크화 할때 원본 이미지가 중요한데 원본 이미지가 병풍으로 경계선이 있어서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경계선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지워주는 작업을 통해 깨끗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세븐틴’ 공연 실황 디오라마는 성인 남성을 레고 인형으로 고려했을 때 50~60% 선의 비율로 일반적인 레고 건물 조형의 스케일을 뛰어넘는 위압감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했어요. 레고 부품의 외형적 특징으로 묘사하기 어려운 세부 디테일은 고정밀 UV 프린터를 활용하여 레고 부품에 직접 인쇄하는 형태로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반영했습니다. 약 25만여개 브릭이 쓰였고 외부 전원을 통해 무대 중앙부 영상, 조명, 관람객 카메라플래시 발광효과를 추가했습니다.“
“카메라 플래쉬 효과는 전선삽입 작업이 정말 힘들었어요. 가는 에나멜 선으로 피규어안에 칩LED 설치하고 내부로 선을 빼다 보니 선이 엉키는 경우도 있었고 정말 힘들더라구요. 하드웨어 작업 난이도가 너무 높았죠.”
“BTS Dynamite 무대 디오라마는 작년 3월에 출시된 ‘레고 21339 BTS Dynamite’ 제품 출시를 기념으로 BTS와 레고의 콜라보 이벤트를 위해 레고코리아 의뢰로 제작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 위치한 SoFi Stadium에서 열린 BTS 콘서트 무대를 참고하여 제작했습니다. BTS의 인기에 힘입어 많이 회자되었던 작품이죠”
“브릭캠퍼스 와 제주지방경찰청의 의뢰로 제작했던 ‘신비롭고 아름다운, 안전한 제주’ 브릭 조형물은 제주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제주 국제공항’에 설치했었는데 안전한 제주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기 위해 제주의 다양한 상징물들을 여러 가지 형태의 레고 모형으로 제작했습니다. 작품은 베이스 역할을 하는 비 레고소재의 제주도 모형과 진상훈 작가의 설문대 할망의 손에서 쏟아지는 브릭들 그리고 감귤과 한라봉, 돌하르방, 만장굴등 다양한 오브제들을 구성해서 작업했습니다.”
“아디다스 슈퍼스타는 아디다스 코리아와 레고코리아의 콜라보로 의뢰 제작되었는데 홍대, 강남 플래그쉽 매장 내에 각각 비치되었었어요. 너비 150cm, 깊이 53cm의 대형 조형물이었는데 이런 실물 아이템을 조형할때는 디테일일 무너지지 않게 최대한 같게 만드는게 중요하고 그러면서도 레고라는 느낌이 한번에 눈에 들어오게 만드는게 핵심입니다.“
“스타워즈 데스스타 트렌치 런 세 번째 버전 디오라마는 의뢰작이 아닌 순수 창작품인데요. 구성은 레고 스타워즈 디오라마에서 많이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인, 에피소드 4의 데스스타 침공 장면인, ‘트렌치 런’ 입니다. 전면은 피겨스케일의 기체로, 데스스타의 협곡에서 X윙과 타이 편대가 추격하는 장면을 재현하고 후면은 데스스타 내부의 미니피겨들의 일상과 영화속 장면을 재현했습니다.전작보다 길이를 두 배 이상으로 늘렸고 기체의 곳곳과 데스스타 캐논포대에 LED 효과를 추가해 박진감 넘치는 영화의 감동을 느껴 볼 수 있도록 하고 뒤쪽 공간은 실제 데스스타에 있을 법한 다양한 내부 공간을 미니피겨 스케일로 연출하고 조명 효과를 전격적으로 활용하여 앞쪽의 박력과 함께 뒤쪽의 아기자기한 디오라마 특유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데스스타 내부는 거대한 동력 제네레이터부, 그리고 총 5층 구조의 다양한 주거 및 전투시설과 이를 이동하기 위한 엘리베이터 시스템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영화 속 장면을 모티브로 최대한 고증에 맞추어 제작한 부분과, 상상력을 동원해 추가한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편의시설들이 적당히 어우러져 미니피겨 병사들의 생생한 삶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레고 창작가로의 삶.
“레고 창작을 업으로 삼으려고 퇴사한 건 아니었는데 당시 업무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였다고나 할까요. 그러던 중 레고 창작 의뢰가 많이 들어와 큰 고민 없이 시작한 일이었어요. 지금이라면 그렇게 쉽게 인생의 방향을 바꾸지 못했을 것 같아요. 다만 좋아한다는 이유로 무작정 뛰어들지 않길 바랍니다. 회사든 사업이든 본업을 지키면서 이리저리 많이 부딪혀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거든요. 제 경험해 봤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회사를 다닐 때와는 다른 만족감이있죠. 내가 선택한 일이고, 또 즐거워서 하는 일이잖아요. 힘든 일이 있어도 참을 수 있죠. 의뢰받은 작업이어도 설계, 제작, 설치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하다 보니 작업을 마쳤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완성해 가며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거죠.”
“창의력이 있어야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자신만의 소소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작품에 투영하는 노력 자체가 이미 충분히 창의적인 과정이라고 봐요. 또 내가 작품을 만들었을 때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이 진짜 좋은 작품인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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