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총선 앞 ‘조용한 내조’ 시작?

박성의 기자 2024. 1. 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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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불출 한 달…당내서도 ‘김건희 리스크’ 우려 목소리
한동훈·윤재옥 긴급회동...김건희 여사 문제 의견 조율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2021년 12월26일 김건희 여사는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공언했다. 대선을 3개월가량 앞두고 '허위 이력' 논란 등 배우자 리스크가 불거지자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것이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도 '영부인 역할론'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대선 후보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인은 가족에 불과하다'며 영부인의 일정 등을 관리하는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취임 후 '부부의 약속'이 모두 흔들리는 모양새다. '주가조작 의혹'에 휘말렸던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논란에도 휘말리자,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부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김 여사 리스크'가 거듭 언급되자,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뿐 아니라 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김 여사의 '자중 및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는 모습이다.

2023년 7월13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폴란드의 무명용사 묘지를 방문하고 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

'특검 거부' 논란 후 '두문불출' 김 여사

최근 김 여사는 한 달 넘게 '두문불출'하고 있다. 김 여사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건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을 당시가 마지막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김 여사가 공식 일정을 소화한 이래 최장 기간 잠행이다.

김 여사는 봉사활동‧종교행사‧신년인사회 등 역대 영부인들이 통상적으로 참여해 온 연말연초 일정들도 모두 불참했다.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을 했을 때 동석했던 사실이 전해졌지만, 이후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 자료 어디에도 김 여사는 빠져 있었다.

이러한 잠행은 지난달 28일 '김 여사 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고 이후 대통령 거부권 정국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자신을 둘러싼 '명품백 논란' 등이 거듭 제기되면서 김 여사가 의기소침해있다는 전언도 들려온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여권 한 관계자는 "김 여사가 언론에서는 '악마화'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진중하고 스마트한 영부인"이라며 "그런데 논란 이후 언행이 달라졌다. 연말(12월)에 지근거리에서 (김 여사를) 뵈었는데 그 때도 상당히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고 귀띔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리스크'에 與 불만 '부글부글'

김 여사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설치를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심이 악화되면서 윤 대통령도 대선 공약을 뒤집기로 결단한 모습이다. 여기에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관리하는 특별감찰관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 및 여권 일각에선 추가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김 여사가 직접 공개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건희 특검법'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타당하지만, 사건의 경위를 김 여사가 직접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2대 총선 수원정 지역구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7일 S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와 인터뷰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제대로 된 확정 판결이 나오는 데까지 2년 이상 걸리는데 특검을 해야하는지 총선을 앞두고 게임을 부당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김 여사가 경위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면 쉽게 해결할 방법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8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70% 찬성 여론이 결국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그 자체라기보다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다"며 "그렇다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여사 리스크' 대응을 놓고 원내 지도부와 일부 영입 인사의 입장 차가 여권 내홍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당 지도부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비공개 회동을 갖고 김 여사와 관련한 당내 입장, 대안을 두고 20분 간 논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원내대표는 18일 열린 의원 총회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사건과 관련해 "사건의 본질은 부당한 정치 공작"이라며 의원들에게 "인터뷰 때 이 점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경율 비대위원 등이 윤 원내대표의 발언을 "TK(대구·경북)와 수도권의 인식 차"라고 공개 비판했다. 대구가 지역구인 윤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 위원장도 김 여사 명품 가방 논란 관련 질문을 하자 "함정 몰카"라면서도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해 원내 지도부와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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