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기름’ 아니라 ‘플라스틱’ 이라니 [사이언스라운지]
19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은 통상 1μm∼5mm의 플라스틱을 일컫는다. 미세 플라스틱은 발생 원인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얼굴에 발라 문지르다가 물로 씻어내는 클렌징이나 스크럽 제품에 들어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1차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애초에 의도적으로 작게 제조된 플라스틱이다. 2차 미세 플라스틱은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에 의해 잘게 부서져 생성되는 것들을 뜻한다. 낚싯줄이나 스티로폼 부표, 페트병 등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발생량이 가장 많은 것이 섬유와 자동차 바퀴 등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세 플라스틱은 먼지 형태로 날아다닌다. 지난 17일 산제이 모한티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비료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이 바람에 흩날려 공기 중 떠다닌다는 분석을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및 기술 레터스’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비료를 사용하는 미국 워싱턴주 농지 지역을 분석했다. 해당 지역의 공기 중 미세 플라스틱 농도를 분석했고,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본래의 토양 때보다 공기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약 2.5배 더 많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는 다른 입자들에 비해 ‘끈적임’이 덜해 쉽게 토양 속에 박혀 있지 못한다”며 “강한 바람이 불면 미세 플라스틱이 공기 중으로 쉽게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세플라스틱은 지구 모든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영국 플리머스 해양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미세 플라스틱 조각의 숫자는 최대 125조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기준 약 50조 개였던 것이 10년 새 증가한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시판되는 생수 1병 안에 미세 플라스틱이 약 24만 개가 들어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는 등 생활 속 물품에도 파고 들었다.
이에 더해 사람 몸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브리예대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22명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조사했더니, 혈액 샘플의 50%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국제학술지 ‘국제환경저널’에 게재된 이 연구는 혈액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첫 사례였다. 이전에는 사람의 뇌나 장, 태아의 태반, 대변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바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생수 1병 안에 미세 플라스틱이 약 24만 개가 들어있다는 연구가 화제가 됐을 때 생수업계를 대변하는 ‘국제생수협회’가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건강에 미칠 수 있는 과학적 합의가 없다”며 “소비자에게 불필요하게 겁을 주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이유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미세 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을 밝히긴 어렵다. 과학자들은 일상 생활에서 노출되는 화학 물질의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인과 관계를 찾는 것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향후 더 많은 연구들이 필요한 이유다. 여러 연구에서 생수보다 수돗물의 미세 플라스틱 수치가 낮다고 조사되는 이유, 생수병 안에 있던 미세플라스틱의 발생 원인,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로 유입되는 경로, 유입 후 입자의 거동 특징 등과 같은 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과학자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달이나 포장 음식 소비를 줄이고, 미세 플라스틱 발생원이 되는 합성의류보다는 천연 소재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이다. 이미 발생한 미세 플라스틱을 처리하려는 기술적 노력도 계속 되어야 한다. 영국 스타트업 ‘타이어 콜렉티브’는 타이어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을 흡수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자동차 바퀴 옆 범퍼 하단에 설치해 미세 플라스틱을 빨아들이는 장치다. 수중의 미세 플라스틱을 포집하는 자성 물질도 호주에서 개발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내놓은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3000만t의 플라스틱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이는 2060년까지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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