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4년, 살림살이 나아지셨나”…트럼프가 자신만만한 까닭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1. 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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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11월 5일…300일 안쪽으로 다가와
트럼프 재도전 시동…‘연임 바이든’과 경쟁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 지지율 우세 차지
인플레이션 등 경제위기 장기화 등 영향
“중산층 경제 문제 집요하게 파고들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예정된 미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 선출을 위해 지난 15일(현지시간) 진행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출처 = UPI 연합뉴스]
올해 11월 5일 치러질 예정인 미국 대통령 선거가 300일 안쪽으로 다가오면서 미 정치권과 사회가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현 미 대통령이 연임 도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대표주자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격적인 대선 도전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과거 ‘괴짜’로 불리며 비주류로 인식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샤이 트럼프(숨은 트럼프 지지자)’의 지지를 바탕으로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이긴 데 이어 올해 예정된 대선에서의 재승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수의 공개적 여론도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점치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말로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 수 있을지 국민적 관심이 뜨겁습니다.

미 대선의 결과를 결정하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지지도가 바이든 대통령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와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진행한 조사 결과 주요 경합주 중 하나로 꼽히는 미시간주 유권자들은 올해 미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난해 11월 27일부터 12월 5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46% 대 42%로 앞질렀습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 결과를 결정할 7개 경합주를 대상으로 진행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따돌렸습니다. 앞서 지난해 10~11월 진행된 조사에서는 두 명이 동점을 기록했지만 대선 날짜가 가까워짐에 따라 후보에 대한 선호도에도 급격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미 경제에 대해 쏟아지는 지속적인 비관적 전망이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제가 위기에 처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미 유권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면서 연임을 위해 미시간주를 반드시 차지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여성과 18~34세 유권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대두되는 미국 인플레이션 문제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랜 시간을 식료품 쇼핑에 쓰는 만큼 물가 상승 위기를 더 크게 체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캐롤라인 바이 모닝컨설턴트 부사장은 “여성들이 오늘날의 경제와 상품·서비스 가격에 덜 만족하는 경향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남성보다 여성들 사이에서 ‘미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 사우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마더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곳은 유서 깊은 흑인교회로 2015년 백인우월주의자의 무차별 총격으로 9명이 사망한 장소다.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미 대통령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지지를 구하고 있음에도 표심을 얻지 못하는 무능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돕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 자동차 산업의 중심인 미시간주에서 노조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트럼프를 위한 자동차 노동자’를 만든 브라이언 판베커는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은 에너지와 경제 측면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에 더 동조하고 있다”며 “그들은 지난 4년간 지켜봐온 바이든 대통령의 실제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UAW 노조가 파업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으면 결국에는 스스로를 ‘친노조 대통령’으로 소개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꾸준히 UAW와의 연대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UAW와의 관계를 그렇게 중요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UAW 지도부는 올해 미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대 경합주 중 하나로 꼽히는 미시간주를 잃는 것은 재선에 치명적입니다. 주별 승자독식제로 진행되는 미 대선 특성상 주요 경합주 6~7곳에서의 투표 결과가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꾸준히 날을 세워온 미시간주에서 15만4188표 격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고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치러질 예정인 미 대선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 4년간 경제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유권자들이 한층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부분을 끈질기게 파고 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이미 ‘지난 4년간의 경제는 바이든의 문제’임을 강조하며 경제 정책 쇄신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들이 경제 문제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신뢰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올해 경제 문제 해결을 도울 트럼프 대통령 보좌진에는 래리 커들러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과 케빈 해셋 전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등이 포함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지난 15일(현지시간) 진행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투표에서 개표 초반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공식 고문이자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소속 연구원인 스티븐 무어는 “인플레이션과 중산층의 경제 문제가 올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공격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래서 4년 전보다 뭐가 더 나아졌나?’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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