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中 샤오미 전기차… 거침없는 진격에 업계 ‘긴장’ [이슈 속으로]

백소용 2024. 1. 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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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완성차社의 ‘합종연횡’
샤오미, 2021년부터 1조9000억원 투자
“포르쉐·테슬라와 경쟁할 드림카 목표”
2024년 출시 예정 SU7, 전자제품 성능 강조
시장 뛰어든 화웨이도 성장세 가속
소니는 혼다와 협업… 재도약 노려
애플, 진출 선언 10년 되도록 감감
中, 내연차 대신 전기차 지원에 집중
세계 최대 소비·생산국으로 떠올라
가격 경쟁력 땐 국내 상륙 시간문제
“샤오미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스마트폰 산업에서 중요한 도약이자 스마트 생태계의 고리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드림카를 만들겠습니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 고성능 전기차 SU7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가성비’로 잘 알려진 스마트폰과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샤오미가 내놓은 첫 전기차다. 완성차 업계가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로 전환되는 가운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가진 빅테크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며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 공개 행사에서 방문자들이 차량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더욱 전자제품 같아지는 자동차

19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SU7을 지난달 공개한 데 이어 올해 중국에서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IT(정보기술)기업 중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내놓은 것은 샤오미가 처음이다. 2021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샤오미는 지금까지 100억위안(약 1조9000억원) 이상을 전기차 개발에 투입할 정도로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다.

레이쥔 샤오미 CEO는 “향후 15~20년 안에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가 되고 싶다”며 “포르쉐, 테슬라와 경쟁하는 드림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샤오미의 SU7 설명 자료를 보면 승차감이나 안전 등 자동차에서 기본으로 여겨지는 부분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전자제품으로서의 성능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문 잠김이 해제된 후 1.49초 만에 자체 차량 운영체제(OS)가 실행된다. 또 스마트폰이 실내에 들어오면 차량 디스플레이에 자동으로 아이콘이 표시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즉시 차량 내 애플리케이션으로 변환할 수 있다.
샤오미는 전기차 기술력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SU7이라는 이름도 차량이 가진 강력한 성능을 표현한 것으로 ‘스피드 울트라’를 의미한다. 샤오미가 발표한 SU7의 최대 주행거리는 800㎞ 수준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2.7초대다.

SU7의 흥행을 판가름할 요소는 향후 책정될 가격이다. 샤오미는 전기차 업계의 후발주자인 데다 가성비 전략으로 성장해온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레이쥔 회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50만위안(약 9300만원) 내에서는 경쟁자가 없다”고 언급했다. 50만위안은 샤오미가 벤치마킹한 테슬라 모델S, 포르쉐 타이칸 터보보다는 싸지만 대중 브랜드의 전기차로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적게는 20만위안(약 3700만원)의 가격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IT와 완성차 회사의 합종연횡

샤오미 외에도 내연기관차를 만들어본 적 없는 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기차 산업을 점찍고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테슬라, 배터리 제조사이자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로 떠오른 중국의 BYD 등이 대표적이다. IT기업들은 완성차 기업들과 협업하며 전기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화웨이 아이토 M9. 아이토 제공
전기차는 여러모로 IT기업의 진입장벽이 낮다. 우선 제조 공정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단순한 데다 전자부품의 비중이 높다. 또한 IT기업은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자율주행, 연결성 등의 기능이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강점이 있다. 이를 통해 자사의 스마트폰 생태계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변모하고 있는 자동차를 물흐르듯이 연결해 소비자들을 충성고객으로 묶어둘 수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회사로 미국의 제재조치를 받았던 중국의 화웨이는 이제 전기차까지 내놓으며 첨단기기 영역을 확장해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샤오캉그룹의 싸이리스자동차와 합작해 2021년 자동차 브랜드 아이토(AITO)를 발표했다. 화웨이의 OS와 콕핏을 탑재한 전기차 M5, M7, M9이 연이어 나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출시된 M9은 46만9800위안(약 8700만원)의 고급형 모델로, 지난해 11월 기준 사전주문만 3만3000대를 기록했다.

일본 가전 업체 소니는 완성차 업체 혼다와 전기차 합작법인 ‘소니혼다모빌리티’를 세우고 자동차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2026년까지 북미 시장에 첫 차를 인도하고, 2050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판매 비중을 10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이번 전자·IT 전시회 CES 2024에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협업해 아필라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MS의 인공지능(AI) 비서를 탑재하기로 했다.
소니혼다모빌리티 아필라 시제품. 소니혼다모빌리티 제공
◆중국 업체 진출에 업계 위기감

샤오미, 화웨이와 같은 빅테크 업체가 거침없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전기차 시장에 IT 업체가 가세해 주도권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특히 샤오미의 전기차 출시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와 경쟁하고 있는 애플의 행보와 비교된다. 샤오미는 2021년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완성차 출시에 이르렀다. 반면 애플은 2014년 애플카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지 10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의 애플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난해 200명 이상의 자율주행차 테스터 팀까지 운영했지만 최근 규모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자동차 분야에서 중국 IT업체 샤오미와 화웨이에 추월당했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2026년에나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업계는 차량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을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있는 만큼 애플이 애플카 양산 의지만 있다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IT기업들이 애플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보다 빨리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게 된 것은 중국의 활발한 전기차 시장 환경 덕분이다. 중국은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에 지원을 집중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소비 시장이자 생산국으로 떠올랐다. 중국 내에서 경쟁하는 전기차 업체만 200개 이상이다.
중국의 한 자동차 공장 생산 라인 모습. EPA연합뉴스
중국 전기차의 국내 상륙도 시간 문제다. 국내 소비자들의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거부감을 꺾을 만큼 저렴한 가격과 첨단 IT 기술을 갖춘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시장 성장이 다소 둔화되면서 전기차 시장은 가격대가 낮은 차량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IT기업의 빠른 전기차 개발과 생산, 보급 전략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자동차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서 중요시하는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에 더해 안전과 같은 요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출시하고 사용해본 뒤 드러나는 문제점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보완하는 스마트폰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IT 업체의 전기차는 완성차 업체와의 합종연횡이 잘 이뤄지고 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데다 내수시장만으로도 충분히 생산, 소비가 이어질 여건이 마련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자동차를 오래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신생 업체들이 프리미엄급 품질과 안전성을 보여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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