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시청률 10% 돌파, '웰컴투 삼달리' 제작진의 센스 있는 선택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주말드라마 가족드라마 휴먼드라마의 실종 시대에 시청자는 제주도에서 휴식처를 발견했다. OTT 시대에 JTBC <웰컴투 삼달리>는 주말극 역할을 톡톡히 했다. 모두에게 익숙한 맛, 울고 웃고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리웠던 드라마의 맛, 하지만 너무 낡아서 외면했던 그 맛이 <웰컴투 삼달리>에는 담겨져 있다. 단 익숙하지만 촌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센스 있다.
<웰컴투 삼달리>는 제주에서 태어난 어린 시절 짝꿍의 로맨스에서 시작한다. 조삼달(신혜선)은 제주라는 섬을 떠나 더 먼 세계에서 성공을 꿈꾸는 인물이고, 조용필(지창욱)은 고향 제주 삼달리의 평온한 일상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짝꿍이었고 당연히 연인이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별의 수순을 밟고 이어 둘은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웰컴투 삼달리>는 성공한 사진작가 조은혜가 된 조삼달이 언니, 동생 자매들과 함께 고향 삼달리로 내려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성공의 정점에서 조삼달은 억울한 갑질 횡포의 누명을 쓰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런 그녀가 도피할 곳은 사면이 바다인 제주의 고향 삼달리 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라마 속 제주 삼달리는 아직 사람들 사이의 훈훈한 온기가 남아 있는 그런 곳이다. 일단 해녀들 사이에 공동체 문화가 남아 있다. 조삼달의 어머니 고미자(김미경)는 해녀회장으로 이곳 해녀들을 이끄는 인물이다. 또한 삼달리에는 조삼달과 함께 서울에 올라왔지만 실패하고 고향으로 먼저 내려온 조용필은 물론 고향 친구 왕경태(이재원), 차은우(배명진)가 머물고 있는 곳이다.
시골 배경의 힐링 드라마가 그렇듯 조삼달은 제주 삼달리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가족의 사랑과 고향 친구와의 우정을 재발견한다. 당연히 과거의 연인이었던 조용필과 다시 연인의 관계로 발전한다. 언뜻 보면 심심한 전개이고 주말극의 뻔한 패턴일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삼달리>는 심심하지 않다. 주말극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세세한 부분들을 지금 시대에 맞게 수선했다.
일단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빠른 연출이 돋보였다. 익숙한 주말극의 전개를 베이스로 미니시리즈에 주로 쓰이는 입체적인 전개가 결합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었다. 여기에 <힘쎈 년, 지랄맞은 년, 되바라진 년>으로 세 자매를 소개하는 연출 등 인터넷 감성이 어우러지는 코믹한 감각의 연출도 돋보였다. 딱히 드라마를 예술적으로 포장하지 않아도 제주도의 시원한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캐릭터들 또한 김수현식 대가족 드라마에서 요즘 시대에 맞게 재가공했다. 일단 가모장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고미자의 캐릭터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수많은 주말드라마에서 우리는 얼마나 희생하고 울고 자식 앞에 죄인인 엄마를 많이 보았나? 하지만 <웰컴투 삼달리>의 고미자는 늘 당당하고 다부지며 부드러운 남편의 도움 속에서 당당한 삶을 살아간다. 자식들한테 등짝 스매싱을 날리지만, 그렇다고 고미자가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드러나지 않는 게 아니다. 여기에 고미자의 과거 서사가 해녀였던 절친과의 비극적인 이별로 설정되면서 그 동안의 주말극 엄마들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었다.
한편 조삼달의 자매 조진달(신동미)과 조해달(강미나)은 각각 이혼녀와 미혼모 캐릭터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두 캐릭터의 존재를 흔한 주말극처럼 구구절절하게 만들지 않는다. 각각 힘쎈 애와 되바리진 애로 등장하며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과 가족을 사랑한다. 그러면서도 밝은 서사 사이사이에 이들이 느끼는 삶의 비애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그려 넣는다.
또 주인공 조용필을 통해 그려내는 부드럽고 따스한 남자주인공의 매력 역시 기존의 주말극과는 패턴이 다르다. 재벌남 없이 마음 따뜻한 제주도의 기상청 직원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주말극 로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었다.
주연배우 신혜선과 지창욱은 수많은 인물들과 뒤섞이면서도 주연들이 보여줄 케미를 확실히 그려낸다. 두 젊은 배우는 일일극 주말극 미니시리즈의 주연으로 활약하면서 드라마 주연 연기 센스가 몸에 밴 배우들이다. 주연으로 돋보일 때는 돋보이는 감정 연기를 보여주고 주변 인물들과 뒤섞일 때는 또 적절히 뒤섞일 줄 안다. 로맨스와 주말극 양쪽을 오가는 연기를 두 배우 모두 능숙하게 소화했다. 두 사람이 그려내는 케미도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아마 신혜선과 지창욱의 드라마틱하고 센스 있는 연기가 아니었다면 <웰컴투 삼달리>는 생각보다 좀 심심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웰컴투 삼달리>는 스치듯 보면 무난한 힐링물 주말극 감성일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센스 있는 감각으로 어우러진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편안한 주말극이다. 여기에 딱 떨어지는 16부작 마지노선도 좋았다. 드라마를 감싸는 조용필 음악으로 어우러진 OST도 진국이었다. 그렇기에 <웰컴투 삼달리>는 조용필의 명곡 <꿈>에서 느껴지는 씁쓸하고 외로운 향수병에 대한 위로의 포옹처럼 시청자에게 다가오기도 하는 것이다. 5.1%로 시작한 시청률이 계단식 상승곡선을 그리며 마침내 10%를 돌파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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