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했으면 끔직”…화염 휩싸인 낚싯배서 11명 구한 ‘효자 선장’ [우리사회 작은 영웅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4. 1. 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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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화재 현장서 위험 무릅쓰고 인명 구조
선행으로 받은 상금 절반 이웃돕기 쾌척
홀로 치매노모 모신 효자 신동원 선장
“생명이 가장 중요…누구나 똑같이 했을 것”
화재가 발생한 배에서 11명의 생명을 구한 신동원(61) 선장.[사진 제공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지난해 7월 26일 오후 6시께 충청남도 원산도 사창해수욕장 남쪽 500m 해상.

20명이 타고 있던 9.77톤(t)급 낚싯배에 불이 나 화산 폭발처럼 시커먼 연기와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다. 엔진실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선실은 물론 갑판까지 집어 삼킬 기세였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속 배에 탄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일부는 급박한 상황을 마주하자 그대로 몸을 바다에 던졌다. 상당수는 연기와 불길을 피해 뱃머리로 이동해 구조가 되기를 기다렸다.

낚싯배에 불은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시커먼 연기를 끊임없이 뿜어 됐다.

근처 해변에서 민간해양구조대원(안전요원) 한 명이 선상 화재를 목격하고 인근 바다에 있는 민간 소속 구조대원들에게 긴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이중 연락을 받은 포세이돈호 신동원(61) 선장은 망설임 없이 사고 현장으로 배를 몰았다.

“구조 도움 요청을 받자마자 빨리 현장을 가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어요. 사고 현장에 도착하니 일부는 이미 바다에 뛰어들었고 상당수는 선상에서 불길과 연기를 피해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죠. 폭발 위험이 있어 상황이 급박했어요. 혼자서는 구조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사고 현장으로 가던 중 무전으로 도움을 요청한 안전요원을 배에 태워 함께 구조에 나섰어요.”

마침 민간 구조대 한 명이 수상 오토바이(제트스키)를 타고 현장에 도착해 바다에 뛰어든 남성 4명과 여성 1명을 구조하고 있었다. 신 선장도 함께 구조에 나서는 동안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가 발생한 낚싯배에 신동원 선장이 접근하고 있다.[영상 제공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불이 난 낚싯배에는 당초 총 20명 타고 있었어요. 바다에 뛰어든 5명은 이미 제트스키로 구조가 된 상태였고, 불행 중 다행히 낚싯배 선장이 초동 대처를 잘해서 나머지 사람들에 대한 구조가 수월했어요. 배에 탄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지지 않게 한 군데 모여 있도록 한 것이죠. 구조를 벌이던 중 해경 함정이 도착해 함께 구조작업을 했어요. 11명은 제 배로 구조하고 해경 피정으로 나머지 4명도 무사히 구조했죠. 구조 후 1명이 저체온증을 겪었지만 나중에 건강을 회복했다고 들었어요.”

신 선장은 구조 중 자신의 생계 수단인 배가 파손되거나 불이 옮겨 붙을 수도 있었지만 구조 요청을 듣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당시를 떠올리면 그 순간만큼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어요. 생명이 가장 소중하지 않습니까. 정말 전속력으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어요. 배가 파손되더라도 돈은 또 벌면 되는 거니까요.”

신 선장은 구조 활동 후 주변에서 많은 격려를 받았다며 누구나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과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겸손한 모습도 보였다.

‘2023 생명존중대상’에서 사회적 의인 민간 부문을 수상한 신동원 선장(가운데).[사진 제공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 일로 신 선장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주관하는 ‘2023 생명존중대상’에서 민간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신 선장은 수상으로 받게 된 상금 1000만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쾌척해 또다시 생명존중과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좋은 일로 받게 된 상금인데 혼자 갖는 것보다는 어려운 분들과 나누는 게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내와 상의 없이 결정했더니 나중에 아내가 웃더라고요. 잘 했다는 의미겠죠(하하).”

보령시장은 자신의 배에 불이 옮겨 붙을 것도 각오하고 사람들을 구해내고 이를 통해 얻은 상금까지 이웃사랑 실천을 보인 신 선장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신 성장은 지난 10월에는 보령해양경찰서에서 해양경찰청장상도 받았다.

6남매 중 맏이라는 신 선장은 6년 전 노모가 치매에 걸려 충남 보령 원산도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노모를 돌보기 위해 경기도 일산에 사는 가족과 떨어져 살았고 2년간 모시던 노모가 세상을 떠난 후 고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낚시샵을 올해로 4년째 하고 있다고 했다.

신 선장은 고향 원산도 자랑도 했다. 지난 2021년 12월 해저터널이 개통돼 보령과 원산도·안면도가 하나의 길로 연결되면서 변화가 많고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해저터널 개통으로 원산도에는 변화가 많습니다. 이제는 섬이 아닌 육지가 됐죠. 구경 한 번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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