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봤다고 12년형 때리면서...北, 엄마들에 “자식 신고하면 선처”

이혜진 기자 2024. 1. 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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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10대 소년 2명에 대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하고 수갑을 채우고 있다. /샌드연구소 영문뉴스 제공 영상 화면 캡처

북한 당국이 제5차 어머니대회 참가자를 앞세워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강연회를 열고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자녀를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선처를 해주겠다”고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어머니대회 당시 “당대회 못지않게 어머니대회가 중요한 것은 어머니들이 가정교양을 강화하여 비사회주의를 근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일 RFA(자유아시아방송)는 익명의 평안남도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9일 안주에서는 어머니대회 참가자가 나서 여맹조직(가정주부단체) 대상 강연회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여맹강연회는 보통 당간부나 당조직의 위임으로 여맹조직 간부가 진행해왔는데, 어머니대회에 참가했던 일반 여맹원이 강연회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당국이 내세운 강연진행자는 “비사회주의를 없애려면 어머니들의 자녀 교양이 중요하다”며 “자기의 자녀가 남조선영화를 보거나 국가재산을 훔치는 등 범죄를 저질렀으면 사법당국에 자발적으로 신고해 용서를 받으라”고 선전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평안북도의 익명 소식통 역시 “동림군에서도 지난 9일 어머니대회에서 ‘공산주의어머니 영예상’을 받은 40대 여성이 문화회관에 모인 여맹원 대상으로 강연회를 진행했다”고 했다. 강연회에서는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색적인 옷차림과 춤을 추는 현상 등을 근절하는 데 자녀교양이 중요하며, 비사회주의를 뿌리 뽑으려면 어머니들이 나서야 한다는 당국의 선전 내용이 전달됐다고 한다.

특히 “가정에서 마약을 흡입하고 이색적인 문화에 빠져 있거나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자녀들을 어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안전부에 신고하면 당국이 책임지고 교양하며, 어떤 죄도 묻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자녀를 사법당국에 신고하라’는 강연에 여성들은 “이제는 청년들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어머니들까지 이용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RFA는 전했다.

앞서 북한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16세 소년 2명에게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는 공개 재판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은 북한 당국이 제작한 내부 주민용 사상 교육 영상이다.

북한 인권 단체인 ‘샌드연구소 영문뉴스레터’가 19일 본지에 제공한 3분 8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북한 당국이 평양시 청년공원 야외극장에 청소년 수백 명을 모아놓고 남학생 두 명에게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 나온다. 평양 소재 중학교 3학년인 학생들은 머리를 완전히 밀고 회색 죄수복을 입고 있다.

두 학생은 2021년 11월~2022년 1월 수십 종의 한국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 한국 노래 등을 시청·유포했다고 한다. 영상 속에서 해설자는 “괴뢰 영화와 음악 등을 유포한 학생들에게 각각 12년형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며 “썩어 빠진 괴뢰 문화는 학생 소년들에게까지 전파되어 자라나는 새 세대들을 반동 사상 문화의 희생물들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영상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옷차림과 머리를 따라 했다는 이유로 단속에 적발된 평양 여성들 모습도 나온다. 6부 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여성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고 해설자는 “장딴지가 휑하게 드러난 짧은 바지를 입고 끌신(슬리퍼)을 신고 수도를 돌아다니면서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정신 상태가 한심하다”고 했다.

북한은 2020년 한국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 한류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유포 시 최대 사형까지 처벌을 강화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탈북민들은 남한 영상물 시청·유포 시 적발돼 공개 처형을 당한 경우도 있다고 증언한다. 통일연구원이 펴낸 ‘북한인권백서 2023′에는 한국 영화 시청은 마약 투약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다거나 공개 처형당한 사례를 들었다는 증언 등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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