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규를 위해" 더 불타오르는 클린스만호..."마지막 날까지 도하에 남자"[오!쎈 도하]
[OSEN=도하(카타르), 고성환 기자] 클린스만호가 부상 낙마한 김승규(34, 알샤밥)를 위해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을 치른다.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은 지난 1차전에서 바레인을 3-1로 꺾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요르단까지 잡아내고 승점 3점을 추가한다면 조 1위로 조별리그 통과가 유력하다.
객관적 전력에선 한국이 크게 앞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봐도 한국이 23위, 요르단이 87위로 차이가 크다. 요르단은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등이 버티고 있는 한국에 비하면 한 수 아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경기를 하루 앞두고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주전 수문장 김승규가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 그는 현지 시각으로 18일 자체 게임 훈련 도중 부상을 입었고, MRI 검사 결과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소집 해제가 결정된 김승규는 곧 한국으로 돌아가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김승규는 A매치만 81경기를 소화한 베테랑 골키퍼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도 확고한 주전으로 뛰었고, 지난 15일 바레인과 1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너무나 빨리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유독 아시안컵과 연이 없는 것 같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19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난 그는 "정말 정말 슬프다. 김승규는 분명히 탑 클래스 골키퍼다. 그는 우리의 No.1이었고 지난 1년 내내 아주 잘해줬다. 그에게도 우리 팀 전체에게도 매우 슬픈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직전에 터진 대형 사고. 하지만 클린스만호는 흔들리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은 19일 훈련 시작을 앞두고 선수들을 모두 불러모은 뒤 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나. 평소보다 긴 스피치였지만, 김승규를 제외한 선수단 25인은 둥글게 모여 경청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한 메시지는 김승규를 위해 뛰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그는 "김승규가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너무 가슴 아프다는 말을 전했다"라며 "김승규가 다쳤지만, 우리 모두 그를 위해 뛰어야 한다. 그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일이 있지만, 앞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날까지 도하에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재성도 같은 이야기를 내놨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기 전에 (김)승규 형이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슬프고 안타깝다. 승규 형이 준비했던 시간과 노력을 절대 잊지 않겠다. 우리 선수들이 승규 형의 몫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실 이재성도 5년 전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에서 필리핀과 1차전 이후 발가락 부상으로 낙마한 경험이 있다. 김승규와 같은 아픔을 겪었던 만큼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재성이다.
김승규를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단 각오다. 이재성은 "선수로서 부상이 얼마나 큰 일인지 알고 있다.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나도 5년 전에 첫 경기만 뛰고 못 뛰어서 아쉬움이 컸다"라며 "하지만 감독님 말씀대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에겐 나머지 25명이 있다. 모두 잘 준비하고 있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더 동기부여를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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