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온다

권영미 기자 2024. 1. 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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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터닝포인트 2024]

[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4'가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 뉴스1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4)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터닝포인트: 아프리카는 기후 위기의 진원지가 될 위험에 처해 있지만, 기후 위기와 싸울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인생에는 이미 일어난 모든 일이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일과 만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다. 과거의 유산이 미래의 가능성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질문을 던진다. 과거를 존중하되 미래를 망치지 않는 어떤 조치를 취하겠는가?

나는 지난해 유산의 살아 있는 상징인 미세르 기타에 무고 교수가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런 순간을 맞았다. 나는 어머니인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와의 인연을 통해 그를 얼마간 알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우정이라는 재능을 비롯해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두 여성 모두 케냐 중부 고지대에서 태어나 최초라는 기록을 세웠다. 나의 어머니는 동부 및 중앙아프리카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여성이었고 무고 교수는 동아프리카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여성이었다.

여성 역량 강화에 열정적으로 헌신한 두 분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케냐 정부의 권력 강화와 인권 및 공공 공간에 대한 공격에 저항했다. 두 사람 모두 망명 생활을 했는데, 무고 교수는 미국으로 망명했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뉴욕주 시러큐스에 있는 그를 방문하곤 했다.

이들은 아프리카 독립을 위한 투쟁에 아프리카 대륙의 50%에 가까운 여성의 목소리와 기술, 에너지가 포함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번영에 여성의 개인적 독립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용감한 여성 세대에 속한다. 여성들이 부패와 폭력에 맞서 과감하게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권력층 남성들로부터 멸시와 폭행을 당할 때 이들은 정의와 책임에 대 한 목소리를 더욱 크게 높였다.

이들의 유산은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자신들이 초래하지는 않았지만 직면하고 있는 또 다른 공격인 기후 위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역사회와 생계, 자녀의 미래가 위험에 처했을 때 대응한 여성들로부터 힘을 얻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벌목 기업들의 불도저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끌어안은 인도의 칩코(1970년대 인도에서 일어난 환경보호운 동) 활동가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가족을 ‘실종’시킨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수년간 항의한 아르헨티나와 칠레 시민 들, 1992년 케냐 나이로비의 지하 구금 시설에서 이뤄진 아들의 고문에 항의한 정치범의 어머니들이 그 예다.

ⓒ 뉴스1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4)

왕가리 마타이는 그 투쟁의 지도자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감옥에 있어서가 아니라(실제로 감옥에 있지 않았다) 정부가 개인의 권리와 케냐의 헌법을 침해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치범 어머니들의 편에 섰다.

무고 교수는 나를 만나면 “바로 코앞에 여성들이 오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 메시지는 연대를 촉구하는 분명한 요청이자 벅찬 낙관의 표현이었으며,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진보를 방해하는 낡은 남성 권력 구조에 보내는 경고이기도 했다. 나는 2011년 암이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갔을 때나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노력이 좌절되는 것을 볼 때처럼 힘들 때면 숨죽여 그 말을 중얼거리며 그 의미를 되새긴다.

실수는 안 된다. 우리는 지구인으로서 전환점에 서 있다. 우리는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5도(화씨 2.7도)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 기후협약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 온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파국적인 산불과 홍수가 지구 전역에서 발생 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파악된 40개 국가 중 절반 이상이 우리 대륙(아프리카)에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순 제로(0)’로 달성하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있다. 화석연료 회사들은 여전히 반박할 수 없는 기후과학에 도전하고 있으며, 평소와 같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대중에게 그린워시(녹색분칠, 환경에 유해한 활동을 하면서도 친환경적인 것처럼 이미지 광고를 하는 것)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기후운동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시대의 요구대로 행동하겠다고 약속하고도, 기후운동가들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그 밖의 기후 취약국들을 위해서 에너지 부문에 서 당연히 해야 할 전환에 필요한 자금과 투자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무고 교수의 예언이 실현되고 있는 것일까? 확실히 변화의 시간이 무르익 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의 전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최근 기고문에서 “수년 동안 석유 및 가스 업계가 마침내 깨어나 역사에 대한 중대한 책임에 맞설 수 있는 공간을 확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게레스는 그들이 “(그전까지는) 변화를 위한 립서비스만 해왔다”고 인정했다.

피게레스는 우리 모두와 지구를 위해 화석연료 산업에 대응하는 데 자신의 기술, 경험, 명성을 빌려주고 있다. 엘리자베스 와투티, 그레타 툰베리, 바네사 나카테 등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 기후 행동에 나선 세계 청소년의 연대 모임)’의 젊은 여성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캠페인의 거짓에 맞서기 위해 다시 한번 여성들이 집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프삿 아비올라, 팻 미첼, 론다 카네기, 전 아일랜드 대통령 메리 로빈슨은 민들레 프로젝트(ProjectDandelion)의 뒤에서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리고 민들레 프로젝트는 기후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막고 행동을 취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진실에 맞서도록 기후 변화에 대한 공적인 내러티브(이야기)를 하는 데 여성 리더십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 여성들은 우리가 이름도 모를 수많은 다른 여성들과 함께 자신의 땅에서 흙을 일구고, 경관과 숲을 보호하고 복원하며, 아이들을 교육하고 양육하고, 병든 사람과 노인을 돌보고, 이 망가진 세상을 고치고 있다.

나는 내가 속한 단체인 세계자원연구소(WRI) 아프리카 지부를 통해 여성 기업가들이 지역사회에 번영, 지속 가능한 생계, 환경 복원을 가져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즉, WRI가 지난해 시작한 아프 리카산림경관복원계획과 아프리카 전역의 황폐화된 토지 복원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리스토어 로컬(Restore Local)을 통해 여성 기업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케냐 전역의 7000명의 농부가 생산한 마카다미아를 가공하여 전 세계에 판매하는 나이로비의 이그조틱-EPZ 설립자 세 명과 같은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케냐 마라구아의 그린벨트 운동 네트워크에 속한 여성들은 대나무를 심어 바이오매스의 원료이자 기업가 활동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 작업에서 나는 어머니가 그린벨트 운동과 함께했던 일, 즉 여성들이 힘을 모아 환경을 재생하고 여성들을 소외시키려는 강력한 세력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일에 협력하고 있다.

케냐, 인도, 아르헨티나의 여성들처럼 우리도 우리의 삶, 유산, 생계, 우리 자녀와 그 자녀의 미래, 그리고 인간이 아닌 세계의 많은 부분 등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순간에는 단결, 협력, 집중된 행동, 공유된 이해라는 페미니스트의 특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끔찍한 교착상태를 초래한 질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폭력적이고 확고해 보이지만 사실은 취약한 정치 구조에 맞서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다른 미래를 요구할 것인가?

아프리카는 활기차고 젊은 인구, 태양열과 광물 등의 풍부한 자원 등 엄청난 잠 재력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 자립, 빈곤 퇴치, 자연보호라는 친환경적이고 회복력 있는 기후의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개척하는 것은 아프리카인인 우리 모두의 몫이다.

어머니는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한번도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계속 실천하고 있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어떤지) 이해하고 있고 예민하게 느끼는 우리들은 지치지 않아야 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속해야 한다. 나는 항상 부담은 아는 자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다.” 또는 무고 교수가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 말이 있다. “여성들이 오고 있다."

필자인 완지라 마타이 ⓒ 뉴스1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4)

필자: 완지라 마타이. 케냐의 환경운동가이자 세계자원연구소의 부소장이다. 2018년 ‘뉴 아프리카 매거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의 아프리카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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