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근무 간호사가 낳은 아기 선천성질환 산재 인정”

태아산재법 이후 첫 사례

임신 중 유해환경에 노출된 간호사가 낳은 아이에게 발생한 선천성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지난해 ‘태아산재법’이 시행된 이후 첫 사례다.

20일 근로복지공단 등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15일 간호사 A씨 자녀의 선천성 뇌 기형 질환과 관련한 산재 신청을 인정했다. 공단의 의뢰를 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역학조사를 거쳐 “근로자 자녀의 상병이 업무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전경. 연합뉴스

지난 2020년에도 간호사 4명이 대법원 판결로 태아 산재를 인정 받기도 했지만 태아 장애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태아산재보상법)이 시행된 후 공단이 태아 산재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둘째를 임신한 직후부터 약 6개월간 한 병원의 인공심장실에서 근무하며 투석액을 혼합하는 업무를 맡았다. 병원 예산 문제로 기성품 투석액을 쓰지 않고 직접 혼합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A씨가 전담한 것이다. A씨는 투석액을 혼합할 때마다 초산 냄새가 너무 심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A씨는 병원 폐업 때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3개월 후 출산했는데, 퇴표면의 이랑인 ‘뇌회’에 결손이 있는 선천성 기형인 무뇌이랑증 진단을 받았다. 이어 2015년 뇌병변 1급 장애진단을, 2017년엔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다.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초산을 공기 중으로 흡입해 급성 폐손상 또는 화학성 폐렴이 발생해 저산소증이 발생한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한 사례들을 보았을 때, 근로자는 임신 중 반복적으로 폐손상 및 저산소증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저산소증은 뇌와 관련된 기형을 유발하는 잘 알려진 요인이고, A씨가 뇌의 기형 발생에 취약한 시기인 임신 1분기에 해당 업무를 수행한 점을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