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보다 비싼 명동 길거리 음식에 “한국인은 안 먹어요?”
일각에서는 고물가 시대에 어쩔 수 없다는 옹호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상권을 살리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삼삼오오 백팩을 메고 걷거나 휴대전화를 어깨 위로 높게 들어 연신 사진을 찍었다.
일본인 히마리(21)씨는 “오랜만에 한국 여행을 왔다. 명동도 오랜만인데 거의 바뀌지 않은 듯하다”면서도 “길거리 음식이 많이 비싸다. 길거리에서 파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본과 차이가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전일 백화점을 갔다는 그는 “백화점에서 파는 붕어빵보다 명동 길에서 파는 붕어빵이 비싸다”며 “유튜브에서 한국인들은 명동 길거리 음식을 잘 안 먹는다고 봤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비싼 건지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밝혔다.
지인인 카오루(22)씨 역시 “요즘엔 한국여행을 오면 명동이나 인사동보다 성수동이나 강남을 더 많이 간다”며 “명동을 자주 오지는 않을 거 같다. 강남보다 먹거리가 비싸다”고 지적했다.
앞서 명동에서 붕어빵이 개당 4000원에 판매된다는 지적에 서울 중구청이 “퓨전 붕어빵인 타이야끼”라고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일반적인 붕어빵은 4개 5000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었다.
메뉴별 가격은 △치즈김치말이삼겹살 1만원 △랍스터 치즈구이 2만원 △코코넛 새우튀김 1만원 △블루베리 수플레 케이크 1만5000원 △닭강정 1만원 △스테이크 1만5000원 △탕후루 5000원 △야채전 5000원 △어묵 4000~5000원 등이었다.
관광지인 만큼 저렴한 메뉴는 찾기 어려웠지만 이색 메뉴나 재료 가격이 높을수록 가격대가 1만원을 넘었다.
명동에서 노점상을 하는 40대 A씨는 “요새 안 오른 게 어딨나”라며 “메뉴 가격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 가게는 문제지만, 추운 날씨에 나와 정성스럽게 하는 생업이고 불법도 아닌데 지나치게 비판 받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노점상을 하는 30대 B씨 역시 “시선이 안 좋지만 나름 외국어 공부도 하고 열심히 해왔다”며 “자장면 한 그릇이 만원하는데 그렇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료비와 인건비 생각해봐라”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에 정점을 찍었던 명동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31%로, 전년 대비 12% 가까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공실률이 더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까지로의 회복세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당시 공실률은 9% 미만이었다.
명동은 전통적으로 임대료가 높은데 상권 회복은 더뎌 매출이 보장되지 않자 임차인들이 들어가길 꺼려하고 있다.
임대인 역시 높은 이자 탓에 임대료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가게가 비면 관광객이 줄고 노점상도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에 상권 회복이 우선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특색 있는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 관광객이 몰리는 성수처럼 높은 가격을 부담하더라도 다양하고 특색있는 메뉴와 가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동은 외국인 자유여행객보다 단체여행객이 면세점을 가며 구경하던 곳”이라며 “자유여행객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이들을 사로잡을 만한 특색을 가져야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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