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쿠타가와 수상자 발언 파문…“챗GPT 도움받아 책 썼다”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을 받은 일본 작가가 수상한 직후 소감 발표에서 “ChatGPT(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글을 썼다”라고 말해 문학계 파문이 일고 있다.
작가 쿠단 리에(九段理江·33)가 소설 <도쿄 동정 타워(東京都同情塔)>로 17일 일본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소설은 ‘범죄자를 동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한 미래 도쿄를 배경으로 고층 교도소를 짓는 여성 건축가에 대한 내용이다.
쿠단 작가는 2021년 <배드 뮤직>으로 데뷔해 문학계 뉴페이스상을 수상했다.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작가는 수상 기자회견에서 “글쓰기 과정에서 ChatGPT를 적극 활용했다”며 소설의 약 5%의 대화 내용은 AI가 생성한 문장으로 그대로 인용했다고 밝혔다.
또 쿠단 작가는 “챗GPT와의 개인적인 문제로도 교감을 나눴다”며 “AI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공존하며 창의력을 더욱 발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폭로에 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쿠타가와 수상위원회는 ‘그의 작업이 실질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ChatGPT 사용을 문제 삼지 않았다.
작가이자 아쿠타가와 수상위원회 위원인 히라노 케이이치로는 자신의 SNS에 “쿠단 리에의 수상작이 생성형 AI를 사용해 쓰였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 (문학계는) 이런 종류의 문제가 불거지겠지만 ‘도쿄 동정 타워’는 작품에서 생성형 AI가 언급되는 만큼 그런 류가 아니”라고 말했다.
수상위원회가 해명을 거듭했으나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현지 누리꾼은 “AI가 생성한 작품이 평가 대상이 된다면 지금부터 AI가 더 발전하며 거의 전적으로 AI가 만든 작품도 괜찮은 것인가. 더는 인간 간의 경쟁이 아닌 AI 간의 싸움이 될 것”라며 우려를 전했다.
아쿠타가와상을 주관하는 일본문학진흥회는 현재(20일 기준)까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최근 문학과 미술계에서 생성형 AI 사용에 대한 논란은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존 그리샴(John Grisham), 조지 R.R. 마틴(George R.R. Martin), 조디 피코(Jodi Picoult)를 포함한 작가 그룹은 챗GPT를 만든 오픈AI(OpenAI)사를 상대로 프로그램의 대규모 언어 딥러닝 동안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사용한 혐의로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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