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통화한 바이든·네타냐후...입장차 뚜렷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약 한 달 만에 통화를 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 간에는 ‘두 국가 해법’ 등 전후 구상에 대한 입장 차이만 부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전화로 가자지구 전쟁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 석방 노력, 이스라엘의 군사 전략 변화,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 대화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한 역내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안정을 위해 ‘두 국가 해법’ 구상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두 국가 해법의 가능성에 대한 약속을 믿고 있으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통화는 지난달 23일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이날 통화는 양국의 공조보다는 불협화음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와 전쟁 이후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데 반대하며, 이런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전후 어떠한 합의를 하든 이스라엘에는 요르단강 서쪽의 모든 영토에 대한 치안 통제의 필요가 있다”며 “이는 (팔레스타인) 주권 구상과 충돌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 통치권을 갖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두 국가 해법에 따라 독립 국가를 수립하게 한다는 미국의 구상과 배치되는 것이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주권을 인정, 각기 독립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게 한다는 방안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큰 이견 없이 이를 지지하나 이스라엘 극우파는 이에 반대해왔다.
미국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으로 부각된 양국 간 불협화음을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커비 조정관은 두 정상의 전화 통화 일정을 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면서 전날 네타냐후 총리의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 반대 발언에 대응하려고 통화가 이뤄졌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시장들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네타냐후 총리 재임 중에는 두 국가 해법이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두 국가 해법에는 여러 유형이 있으며 네타냐후 총리가 모든 두 국가 해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백악관 당국자들도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적 수사가 새로운 일이 아니라면서 그가 공개적으로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한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한다고 AP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에 강한 지지 입장을 보였으며 전쟁 초기에는 거의 매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할 정도였으나 전후 구상 등에 대한 인식 차이가 점점 벌어지며 두 정상의 공조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는 중도좌파 성향 민주당원인 바이든 대통령과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경한 우파 정부를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 사이에 이미 깊은 틈이 있었으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압박하면서 이 간극이 더 벌어졌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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