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부하로 살지 않으려면”…0.002% ○○○스타가 돼야 [더인플루언서]
유기윤 서울대 교수 인터뷰
“플랫폼 스타가 고급 일자리 독점”
인공지능(AI)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AI는 인간에게 ‘공포’와 ‘기대’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AI가 보편화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2017년,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권력이 계급을 나누는 이른바 ‘초양극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이 나와 우리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당시 유기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15명의 공대 연구진은 ‘미래의 도시에서 시민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1년여에 걸쳐 심층 연구한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놨다.
연구진은 2090년께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발달로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는 현재의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플랫폼을 소유한 극소수 IT기업이나 정치인, 인기 연예인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른바 ‘플랫폼 스타(현재로 치면 인플루언서)’들이 고급 일자리의 대부분을 독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세계 인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0.001%와 0.002%에 불과하다. 나머지 99.997%에 달하는 대다수 일반 시민들은 플랫폼에 종속돼 인공지능 로봇과 힘겨운 일자리 경쟁을 벌이는 단순 노동자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AI의 잠재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성’으로 불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7년 당시 매일경제신문이 연구팀 연구를 1면 톱 기사로 보도하면서 AI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펼쳐졌다. AI로 인해 국가의 틀이 무너지고 사회 구조가 지금보다 더 디스토피아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당시로선 급진적인 메시지에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연구팀이 던진 화두는 2024년 현재도 유효하다. AI, 가상현실, 플랫폼은 각각 발전의 속도는 다르지만 상호작용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까지만 보면 보고서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만난 유 교수는 현 단계에서 ‘AI인플루언서’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
=초양극화 사회로의 진입은 당초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술, 자본, 설비, 인력이 산업혁명을 이끌면서 이를 가진 자가 지배적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플랫폼을 가진 자가 기술과 설비, 그리고 인력과 자본을 통제하면서 지배적 권력을 행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따라서 모든 곳에서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고 이에 통제당하지 않으려 저항하는 지식인, 전문가, 일반인들의 투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역시도 최적화라는 생태적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결국 플랫폼이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플랫폼 소유주와 플랫폼 스타를 제외한 99.9%의 사람들은 프레카리아트의 운명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물론 프레카리아트 계급에서도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상중하, 다시 상 중에서도 또 상중하의 재귀적 계급이 존재할 것이고 상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상상 이상의 풍요로움 속에 지내게 될 것입니다.
-2023년 현재 AI와 가상현실이 지배하는 2090년을 다시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2090년이 되면 대부분의 일상이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사람들은 캡슐에 들어가 몇 시간에서 몇 달을 머무르게 될 것이고 정신은 가상의 세계에서 뭔가를 하며 지내게 됩니다. 그 결과 현실 세계는 활동하는 인구도 적고 또 관리도 부실해 준 방치 상태로 근근이 유지될 것입니다.
가상의 세계에서는 실물 재산이나 재물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 호화로운 세상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반면 현실 세계에서는 과학자나 공학자와 같은 특정 직업군의 사람들이 주로 활동하며 조사와 분석, 개발 등을 해나갈 것이라 봅니다.
=플랫폼 중심으로 계급이 재편될 것입니다.
현재의 지배적 권력은 제조업의 소유주가 가지고 있으나 앞으로는 플랫폼 소유주로 이동할 것입니다. 플랫폼은 AI를 기반으로 작동할 것이며 소유주가 통제할 것입니다. 플랫폼은 인력, 기술, 장비, 지식, 자본을 모두 흡수할 것이며 그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사람도 플랫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생산, 교류, 상행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보다 값싸면서도 효율적인 노동력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차지한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성(知性)’ 계층이 노동시장 대부분을 잠식할 것으로 보십니까. 이는 인간에게 기회일까요, 아니면 위기일까요.
=AI가 노동시장 대부분을 잠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령 자율차가 레벨6로 달린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펑크난 타이어를 교체하거나 주유를 하는 일에는 사람이 필요하므로 인간 노동자가 차량에는 필요합니다.
다만, 핵심적인 일이 아닌 AI가 미처 최적화되지 못한 일에 투입이 될 것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인간은 AI의 보조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작은 수익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가용 재화의 측면에서 지금보다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유형과 무형의 제품과 서비스가 대부분 최저가로 계속해 공급이 되므로 오히려 가용 재화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이 인간에게 기회인가 위기인가 여부는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재화는 더욱 풍요로워지겠지만 노동을 통한 삶의 보람이라는 측면에서는 결핍에 처할 것입니다.
-7년전, 초기 단계부터 AI가 사람을 대체하지 않고 보조하는 방향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금은 어떤 생각입니까.
=당연히 AI는 인간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비즈니스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 자본, 설비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나아갑니다. 여기서 유독 노동에 있어서만 최적화를 유보한다는 건 비현실적입니다. 이상과 현실은 늘 부조화를 겪습니다. 충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늦어도 2045년이면 평균적인 사람보다 뛰어난 일반 인공지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모든 면에서 보통의 사람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특정한 면에서 아주 뛰어난 사람보다 더 나은 지능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는 말에 비해 수십가지 면에서 부족하지만 말을 퇴출시켰듯, 특정한 지능을 갖춘 기계는 그 분야에서 일반인과 전문가를 모두 퇴출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특정한 지능은 이미 출현하기 시작했고 곧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 활동할 것입니다.
-AI가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인간 본연의 감정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이는 생명체 특유의 것이라 사람 역시도 고양이의 감정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인간 감정을 그대로 흉내낸 AI는 등장할 것인데 이로 인해 사람과 AI는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공존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챗GPT 정도의 다음 특이점은 아마도 로봇에서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간 로봇은 특정 판단과 동작을 위해 정교한 훈련을 일일이 거쳐야 했는데 이젠 AI가 두뇌의 역할을 해줄 수 있으므로 그러한 과정이 거의 필요 없게 될 것입니다. 대략 3년 정도가 지나면 충격파가 전 세계를 강타할 것으로 봅니다.
-AI로 인해 당연했던 사회 룰이 변할 가능성도 커보입니다. 예컨대 AI법조인 문제는 벌써 유럽 등에서 화두인 것 같습니다.
=AI는 재판 토론회와 같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의 한가운데서 활동할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이나 규칙을 개선하는 방향으로도 활용이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각종 관행이나 규칙을 반영한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가령 AI 경찰이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그 어떤 말과 행위를 할 때 사람이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AI가 강제적으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죠. 이런 현상이 사회 인프라에 해당하는 모든 부문으로 확대되어 나갈텐데요, 결국 사람이 기계의 지배를 받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에 대한 연구와 대안이 필요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선 국내 시장을 단단히 지켜야 합니다.
국내 대형 IT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 국내용 AI를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어 데이터가 풍부하고 자동화 수요가 높은 곳부터 공략하면 됩니다.
또한 AI 기반 로봇 군인이나 전투 장비 개발에도 뒤처져서는 안 됩니다.
소형원자로 등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에도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한글과 영어의 완벽한 호환을 멀티모달로 지원하는 번역봇에도 투자해 언어로 인해 정보와 지식의 바다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대답은 다 알고 있습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방향이 아니라 사람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흔히 알고 있는 대답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반대로 달리고 있습니다. 최적화라는 게 모든 비즈니스를 번성하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을 대체하려 할 것입니다. 결국 답은 규제에 있습니다. 치열한 토론과 갈등을 헤쳐나가면서 합리적인 규제를 만들어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 최적화를 달성해야 합니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AI에 의한 환각과 거짓말 문제, 가짜정보 문제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각국이 고민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AI혁신이 멈춰질 것 같지는 않은데, 앞으로 10년, 20년, 30년 후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개발 중인 AI들은 ‘오류’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는 기술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의 문제일 뿐 해결은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럴수록 더욱 정교한 오류를 필요에 따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결국 ‘보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는 끊임없는 숨바꼭질이 될 것입니다.
유 교수는 유튜브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AI 토크쇼 시대가 임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 토크쇼의 패널은 상대적으로 정확하고 정보 습득력이 빠른 AI로 대체될 수 있다”면서 “때론 AI도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허위정보’를 가려내는 등 AI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AI가 패널로 참여해 토크쇼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진행한 AI 토크쇼의 경우 오픈AI의 챗GPT,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네이버의 클로바X 등 국내외를 대표하는 AI모델을 패널로 참여시켰다.
=AI 문해력에 따라 인플루언서의 성패가 갈릴 것입니다.
난독증은 도태를 가져오고 속독력은 성장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수년을 노력해야 했다면 이젠 수개월만에도 가능합니다. 이는 추락하는 속도 역시 가속되고 있음을 말합니다. 인스턴트로 뜨고 지는 인플루언서의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대다수 토크쇼의 패널은 상대적으로 정확하고 정보 습득력이 빠른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습니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가 궁금합니다.
=토크쇼의 유형은 다양합니다. 오락에서부터 시사적인 내용, 때로는 주식시장 분석과 같은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것도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분야에서 AI가 사람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지식 수준에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학습과 복잡한 수학모델 시뮬레이션 능력까지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통찰을 줄 수 있어 토크쇼의 패널로 반드시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AI 토크쇼 평전을 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취지의 프로젝트인지요.
=사람이 아닌 AI가 토크쇼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조만간 겪을 미래를 약간 일찍 체험해 보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감한 세 AI(챗GPT,빙,클로바)의 특징과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챗GPT의 경우 지식의 양이나 그걸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가장 뛰어났습니다. 가령 제한하지 않으면 한참을 말하는가 하면 과거형, 현재형, 미래형을 구분해가며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클로바는 간단한 말로 대답을 계속했고 특히나 미래형의 대답은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제일 아쉬웠던 건 빙인데요, 나름 출처를 보여주기는 했으나 틀린 말이 많았고요 생각하는 시간도 꽤 길어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국내AI들은 한국어 특화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구체적인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요.
=한국어 특화는 좋은 전략입니다.
사실 국내에서 AI를 개발하는 분들은 좁은 한국시장을 넘어 전 세계로 나아가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시디시피 언어장벽이 있어 어렵습니다. 따라서 넓은 범위의 박식한 AI 개발은 영어권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결국 한국어 데이터가 많으면서도 자동화 수요가 큰 영역을 찾아서 AI를 개발해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게 우선입니다.
-유북(미니북을 콘텐츠로 하는 전자책자) 플랫폼을 직접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책에 대한 수요는 변함이 없으나 독자는 계속해 줄고 있습니다. 이는 독자의 입장에서 혁신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즉, 기존의 독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가 왔다는 의미입니다. 책을 쓰고 읽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개발에 다소 긴 시간을 들였다고요.
=플랫폼이 사람의 손이 필요없이 자동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는 데 3년이 필요했습니다. 누구나 미니북을 만들어 올리고, 이를 공유하고, AI와 토론을 하고, 그 외 커뮤니티 등 기능들을 개발했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수많은 책과 사서들, 그리고 독자들이 연결돼 활동합니다. 마찬가지로 유북에서도 수많은 미니북과 저자들, 그리고 독자들을 AI 기술을 이용해 모두 연결시켜활동할 수 있도록 영리하게 지원합니다. 조금 더 공학적으로 말씀드리면, 그래프 DBMS 기술, LLM AI 기술, 베이지안 네트워크 기술 등이 기반기술 입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은 언어를 기반으로 생각을 교류합니다. 책은 언어를 기록한 것입니다. 책은 커뮤니케이션의 기초이며 모든 드라마나 영화, 웹툰 시나리오의 근간이고, 지식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기반입니다. 다만, 책을 만들고 읽는 방법은 큰 변화를 겪을 것입니다. 즉, 변하는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그 콘텐츠를 담는 미디어입니다.
=아이작 뉴턴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저는 이 말을 “AI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능력자가 된 나를 기대하라”라고 응용하고 싶습니다. 가장 훌륭한 기자는 가장 훌륭하게 AI를 활용하는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모든 사소한 일에서조차, AI를 개인 컨설턴트로 여기면서 함께 활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결국 ‘나+AI=더 나은 나’를 반복해야 합니다.
-AI를 무기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에겐 어떤 것들을 가르치고 계신지요.
=더닝-크루거 효과에 지배되지 말도록 얘기합니다. 즉, 신기술에 처음엔 과하게 기대하다가 조금 지나면 반대로 과하게 무시하는 인간의 심리기제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결국 계속 업그레이드 되는 AI의 기능을 아주 면밀하게 경험하면서 현실적인 활용능력을 꾸준히 키워나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활용법을 계속 배우고 공유하는 게 중요합니다.
-수년 전 세계적인 미래학자 케빈 캘리(Kevin Kelly)는 그의 베스트셀러 책을 통해 12가지의 피할 수 없는 미래를 묘사했는데, 그중 하나가 인공지능이 전기처럼 흐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얻은 영감이 있었다고요.
=그 책이 출판될 당시 AI를 전기처럼 끌어 쓴다는 생각은 많은 이들에게 터무니없어 보였습니다. 사고능력을 어떻게 전기처럼 끌어다 쓰는가에 대한 논리적 이해가 안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일례로 챗GPT는 한달에 20달러면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전기와 비슷하지요. 결국 사고능력도 비트로 이루어진 신호의 집합이고 이는 통신망을 통해 이동한다는 걸 많은 이들이 체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플랫폼 소유주 바로 아래에는 ‘플랫폼 스타’라는 새로운 계급이 생겨난다. 이들은 대중적 호소력을 지닌 정치 엘리트, 예체능 스타, 로봇 설계자 같은 창의적 전문가들이며 플랫폼에서 최대의 성과를 내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다. 플랫폼 스타들이 상위 계층에 있는 이유는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이들이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계속 끌고 가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대중적 스타들이 SNS를 통해 계속 자신의 인지도를 끌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능력이 인공지성에 의해 배가되면서 미래 도시 구조 상단에 계속 머무른다는 것이다.
그 아래에는 인간보다 값싸면서도 효율적인 노동력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차지한 인공지능 로봇, 즉 ‘인공지성(知性)’ 계층이 자리한다. 나머지 99.997%의 일반 시민들은 ‘프레카리아트’라 불리는 최하위 노동자 계급으로 전락한다. 이들은 플랫폼이라는 미래 정보형 기업에 접속해 근근이 수익을 내며, 고정적인 직업도 없이 프리랜서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간다.
AI가 단순히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인공지성(현재로 치면 AGI)’의 모습을 띌 수도 있다. AI가 단순한 설계자의 계획에 따라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개선해 진화한다는 것이다.
자아, 즉 법인격을 지닌 AI의 등장이다. 여기서 AI는 사람처럼 판단과 행위의 주체로 등장한다. AI가 법인격을 가지게 되면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재산을 모을 수도 있다. 이는 AI자체가 자체가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I가 플랫폼 소유주가 될 경우 인공지성이 인류 전체를 지배하는 사회가 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용어 설명>
▷ 프레카리아트(Precariat) : 이탈리아어 ‘불안정하다(Precario)’와 노동자를 뜻하는 영어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로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이 처음으로 주창했다. 인간의 노동이 대부분 AI로 대체된 미래 사회에서 임시 계약직·프리랜서 형태의 단순 노동에 종사하면서 저임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계층을 말한다.
유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에서 도시정보 공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제23회 기술고등고시에 수석 합격하여 국토교통부 서기관을 거친 후 2000년부터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부학장을 역임하였고 2014년에 미국에 벤처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2018~2019년에는 국토지리정보원 제27대 원장직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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