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찾는 이유, OTT 보는 이유… 공간감 vs 편리함 [S 스토리]
극장의 큰 화면, 감정 이입 더 잘돼
현실과 동떨어져 다른 세상 체험 느낌
작품 가장 빠르게 볼 수 있어서 매력
자유로운 ‘내 시간’
OTT,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어 효율적
월 구독료만 내면 마음껏 시청도 장점
극장 개봉작도 빨리 제공돼 선호 높아
광고 분야에 종사 중인 최정민(41)씨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은 극장에 간다. 극장 관객이 줄어들었다지만 그와는 무관한 얘기다.
“영화가 영상 중에서 호흡이 제일 길잖아요. 영상을 집중해서 시청한다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인데, 좀 더 집중해서 보기엔 영화관이 좋은 거 같아요.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영화도 보는데, 그것들도 극장에서 봤으면 좋겠다 싶죠.”
#극장 “우리 가족은 함께 영화관 가는 걸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영화를 보러 갔고, 지금도 종종 가족들과 함께 가요. 혼자 보는 것도 좋고요.” 대학생인 이신(23)씨는 한 달에 서너 번 극장에 가고, 주로 독립영화를 본다.
“영화관에 대한 낭만이 있는 거 같아요. ‘혼자 독립영화관에 간다’, ‘엄마랑 같이 늦은 밤에 오징어를 먹으면서 데이트를 한다’ 같은. 영화관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를 기억으로 갖게 되는 거죠. 특히 ‘혼영’(혼자 영화 보기)을 할 때, 설령 영화관 안에서 잠을 자더라도, 그 시간을 오롯이 혼자 보내며 생각하는 두세 시간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요.”
“야근하다가 밤늦게나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시청(수단)은 비율로 따지면 스마트폰이 95%, TV가 5% 정도예요. 회사에서 비는 시간이나 주말에 집에 있을 때도 핸드폰으로 많이 보죠. 극장 개봉작도 간간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기다리면) 넷플릭스에 올라오니까요.”
#OTT “예전엔 극장에 자주 갔는데, 지금이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까 극장에선 편하게 보기 힘들어요. 육아 환경도 그렇고, OTT를 접해 보니 생각보다 퀄리티도 좋더라고요.”
여덟 살과 다섯 살 두 아이를 둔 맞벌이 남편 이정한(37)씨는 극장을 가는 대신 집에 큰 TV와 음향 시스템을 갖춰 놓고 편안하게 OTT를 즐긴다.
“아이들이 더 크면 영화관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예전에 티켓 가격이 쌀 때처럼 많이 가진 않을 거 같아요. 네 식구가 (입장권만) 6만원 돈이 들 텐데, 이러면 간단하게 시간 보내기 용도가 아닌 거죠.”
올해 1월 진행한 극장·OTT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9명과 인터뷰는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엿보게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조사를 더해 살펴보면, 이들의 발언 속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거나 동의할 수 있는 극장에 가거나 혹은 OTT에 푹 빠진 ‘이유’가 담겨 있다.
◆극장?… OTT면 충분해
직장인 이한별(36)씨는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를 이용하고 시청 시간도 많은 OTT ‘찐 팬’(진짜로 좋아하는 팬)이다. 이씨는 “퇴근하면 보고, 주말에는 침대에 누워서 보고, 아침 출근 전에도 라디오처럼 틀어놓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헤비유저’라고 생각한다는 그가 OTT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이용한 건 2017년 즈음부터다. 당시는 넷플릭스가 들어오며 OTT 서비스가 부각되기 시작한 시점으로, 이씨는 국내 OTT를 먼저 썼다고 했다. “처음엔 방송으로 놓친 콘텐츠를 다시 보기 위해 사용했는데, 그러다 오리지널 콘텐츠도 보고, 종영한 콘텐츠도 다시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사용시간이 늘어났다”는 이씨는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엔 나가지 못하니까 아무래도 더 많이 본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씨뿐이 아니다. 19일 영진위의 ‘2022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비슷한 대답을 한 이들이 많다. 이 조사에서 OTT 시청의 이유로는 ‘월 구독료만 내면 한 달 동안 마음껏 볼 수 있어서’란 대답이 39%(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이어 ‘원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어서’ 22.5%, ‘OTT 제작 오리지널 영화를 볼 수 있어서’ 17.7% 순이었다.
극장 관람 빈도 감소의 이유는 ‘품질 대비 티켓 가격이 올라서’가 28.1%(복수응답)를 차지했고 ‘외부 활동이 꺼려져서’ 27.1%,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 14.3%, ‘극장 개봉 후 조금 기다리면 다른 방법(OTT 등)으로 시청 가능’이 10.4%였다.
“주말엔 OTT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이지은씨도 “영화관에 간다는 건 시간을 내고 맞춰서 가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면서 “예전엔 극장에 가야 영화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안 간다”고 말했다.
OTT 예찬론자들과 달리 극장 마니아들은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두 번쯤 극장에 간다는 대학생 양현욱(26)씨는 “전역하고 코로나가 터졌는데, 관객이 줄어 오히려 쾌적하게 극장을 이용했던 거 같다”면서 “영화를 집에서 볼 때와 극장에선 볼 땐 집중력이 달라진다. 온전히 두 시간을 즐기기 위해 극장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집에서 조그마한 휴대전화 화면으로 보는 것과 달리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볼 때는 ‘주인공이 이런 행동을 하며 이런 대사를 하는구나’가 더 잘 다가오고, 복합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영화관의 매력을 설명했다.
대학생 방민지(24)씨는 지난해 대학생 실무 참여 프로그램인 ‘CGV 캠퍼스크루’에 참여하면서 꽤 많은 영화를 봤다. 방씨는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팝콘 냄새도 나고, 감각적으로 느끼는 게 다른 것 같다”면서 “스마트폰도 내려놓고, 현실과 동떨어져 다른 세상을 체험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OTT와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이들의 지적을 듣다 보니, 극장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다시 돌리려면 적잖은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양현욱씨는 “코로나 시기 영향으로 극장에 가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마음도 멀어진 것 같다”면서 “‘쇼츠’ 같은 콘텐츠가 유행하다 보니 이젠 두 시간을 앉아 영화를 보는 것도 힘들어하는 게 아닐까. 티켓 가격도 오르고 여러 부분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다시 영화관이 살아나려면 “당연히 콘텐츠가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훈씨는 “예전엔 할 거 없으면 영화를 봤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다. 영화관들이 좌석을 넓게 하고 프리미엄관을 확대하며 가격을 올리는데, 영화가 흥행하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려면 무조건 싸고 많이 보게 하는 ‘박리다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정한 ‘홀드백’(극장 개봉작의 일정 기간 타 매체 상영 제한)도 필요해 보인다. 인터뷰에선 개봉작이 OTT를 통해 금방 공개되는 게 OTT의 경쟁력인 동시에 극장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사람들이 영화관 안 가는 이유가 조금 있으면 OTT에 나오니까요. (그런 제약을 넘어설 만큼) 좋은 영화가 나와야겠죠. 이젠 ‘이건 꼭 영화관 가서 봐야 해’여야 보는 거예요.”(이신)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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