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무차별 일자리 공습 ‘ON’… “안전지대가 없다”
구글 및 아마존 등에선 이미 칼바람
AI 투자 확대에 따른 후폭풍 관측
[아로마스픽(77)]1.15~19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극도로 비인격적으로 느껴졌다.”
최고조에 달한 모멸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자세한 속사정은 생략하고 거칠게 표현했지만 이면엔 비상식적인 회사의 내부 고발이 깔린 듯했다.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지목된 구글의 한 엔지니어가 동료에게 보낸 메모에서다. 이 엔지니어는 이어 “지난해에 처음 회사가 대규모로 해고하면서 구글의 문화가 완전히 변했다”며 “이번에 새로운 감원 조치가 놀랍지는 않다”고 비꼬았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더버지에 의해 전해진 ‘검색제왕’ 구글 직원들의 최근 내부 동요가 그랬다. 또 다른 사내 게시판에 “경영진의 횡포다”라고 직격한 구글의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선 수천 개의 ‘좋아요’로 평가됐다. 이 게시판엔 “우리의 새로운 연례 전통에 감사드린다”는 비아냥 섞인 메모도 올라왔다. 지난해 이맘때, 전체 인력의 약 6%인 1만2,0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 초에도 다양한 부서에서 1,0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지적된 저격으로 보였다. 구글 측은 이번 해고에 대해 "회사의 가장 큰 우선순위와 향후 중요한 기회에 책임감 있게 투자하고 있다"며 "많은 팀이 더 효율적으로 작업하고 가장 큰 제품에 우선순위를 맞추기 위해 변화를 줬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고와 더불어 새로운 투자 분야를 정확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인공지능(AI)에 꽂힌 구글의 예상됐던 행보로 보인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공연한 시각이다.
테크업계 중신의 감원 한파…생성형 AI ‘올인’ 전략에 따른 여파
새해 벽두부터 테크업계에 불어닥친 감원 한파가 거세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의 여파다. 오픈AI의 ‘챗GPT’ 출시(2022년 11월 말)를 계기로 형성된 생성형 AI 대세론과 무관치 않다.
조짐은 평생 안전 직장으로 여겨졌던 구글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다. 1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은 지난주에 음성 비서 담당 부서 등을 비롯해 다양한 부서에서 약 1,000명의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데 이어 이날에도 광고 영업팀 직원들 가운데 수백 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구글 측도 해고 규모에 대해선 함구했지만 “AI비서(어시스턴트) 프로그램과 하드웨어 등을 담당하는 직원을 포함해 여러 사업 부문이 이번 감원의 영향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파룰 카울 알파벳 노조 위원장은 “(정리해고는)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이다”라며 “기업의 탐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지만 구조조정의 흐름을 막아내긴 어려운 형편이다. 1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조차 최근 운영 및 크리에이터 관리담당직원들에게 “100여 개의 해당 직책을 없앨 것이라고 통보했다. 인수합병(M&A)으로 합류된 인사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워치 업체인 핏비트의 공동 창업자인 제임스 박과 에릭 프리드먼도 현재 진행 중인 조직 개편의 여파 속에 구글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2021년 핏비트를 인수했다.
이 밖에도 테크업계의 감원 소식은 줄을 잇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올 들어서만 영화와 TV 스튜디오 조직 등에서 수백 명을 정리했다. 구글과 아마존의 일자리 축소는 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에 수십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직후 단행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테크 분야 해고 집계 사이트인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2주도 안 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5,500명 이상이 일터를 떠났다. 지난 2022년 16만4,969명에서 지난해엔 26만2,682명으로 급증했던 해고 분위기가 올해엔 연초부터 시작된 양상이다.
AI발(發) 일자리 불평등 악화 경고 잇따라
전망 또한 암울하다. 당장 테크 분야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동안 과잉 채용했던 인력들의 정상화 과정이 일자리 축소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최근 출몰한 생성형 AI는 채용 시장에 상당한 악재로 다가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전 세계 105개국의 글로벌 기업인 4,7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4분의 1은 올해 생성형 AI 도입으로 최소 5%가량 감원을 예상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공개된 이 조사 결과에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금융, 보험, 물류 분야 등이 일자리 감소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지난해 3월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향후 10년 이후엔 AI가 3억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본 전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경제적인 수준에 따라 나뉜 선진국과 신흥국, 저소득 국가 등에서도 AI의 일자리 공습에선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4일 자체 블로그에 ‘AI가 글로벌 경제를 변화시킬 것’이란 제목으로 게재한 보고서에서 전체 일자리 가운데 끼칠 AI 영향력을 선진국은 60%, 신흥시장은 40%, 저소득 국가는 26% 수준으로 진단했다. 이 보고서에선 특히 노동자들의 나이가 고령일수록 AI가 가져올 변화에 취약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와 관련,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AI는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전반적으로 불평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런 가능성은 사회적인 긴장 촉발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저소득 국가에선 AI로부터 파생될 기회를 빠르게 잡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며 “AI가 다소 무섭긴 하지만 모두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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