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인구야!" 나치즘, 아랍의봄, 우크라 전쟁 원인 따져보니…

전홍기혜 기자 2024. 1. 2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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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books] 인구통계학에 주목해야할 이유,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

미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24년 1월 1일 80억 명을 넘어섰다.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제니퍼 스쿠바 지음, 김병순 옮김, 흐름출판 펴냄)라는 책을 2024년 들어 주목하게 된 이유다. 서력 원년이 시작될 무렵, 지구상에는 약 3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20세기 초, 16억 명에 불과했던 인류는 124년 만에 5배로 급증했다.

미국 국방부 인구통계학자였던 국제관계학 교수가 쓴 이 책은 '인구'라는 가장 기본적인 변수가 거시적으로는 국제 정세, 미시적으로는 개인의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풍부한 사례와 통계로 잘 설명해준다.

저자는 특히 21세기의 인구 변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던 20세기의 인구 변화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임을 밝히고 있다. 고령화는 한국 뿐아니라 인류 전체가 직면한 과제이며, 양극화는 경제, 정치 뿐 아니라 인구학적으로도 견고해지는 구조다. 주로 유럽과 북아메리카, 아시아에 위치한 선진국들은 낮은 출생율로 인구가 줄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와 중동의 상당수의 국가가 폭증하는 인구로 고민하고 있다. 또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람들 간 기대수명의 격차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런 인구 추세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오늘날 세계를 압박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저자는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보다는 그들이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의 증감이 어디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지, 이러한 인구 변동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오늘날 전 세계의 정치, 사회, 경제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다.

특정 국가의 청년층 인구 수와 정치 변화의 연관성이 그 한 사례다. 청년 집단의 크기가 앞선 세대보다 더 크며, 이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가질 때, 즉 사회경제적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할 때 정치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저자는 밝혔다. 이런 사례는 2011년 튀니지, 1920년대 독일, 1960년대 미국 등에서 모두 청년 집단이 이전 세대보다 큰 인구 구조를 보였으며, 이는 각각 '아랍의 봄', '나치의 등장', '투표 연령 하향 조정'(21세에서 18세)이라는 정치적 변화로 귀결됐다. 1980년대 한국 정치의 민주화도 같은 이유로 설명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고령화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고령화로 인해 군대 충원의 어려움 등으로 안보 문제에 어려움이 닥칠 것이란 예상은 오히려 파괴적인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러시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러시아의 인구는 이주 등의 영향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감소했는데, 이런 내부적 위기를 돌파하는 방식으로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선택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하고,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해 합병을 선언했다. 급기야 2022년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햇수로 3년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남한과 북한도 출생율과 고령화 측면에서 세계적 평균을 넘어서 급속도의 인구 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국가이며, 이런 물적·구조적 변화가 어떤 결과로 귀결될 수 있을지 누구도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은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사례다.

"한국의 경우, 고령화가 매우 빠르고 강도 높게 진행되어 각종 사회 시스템에 가해지는 압박이 매우 강해지고 있다. 한국의 연금은 평균 임금의 6%에 불과한데, 이는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열악한 연금 체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노인들의 생계를 보조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정책은 상황을 바꿀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OECD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5.7%였는데, 이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다. 옆나라이자 먼저 고령화의 길을 겪은 일본의 노인빈곤율은 19.6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 여성들의 첫 임신 나이는 평균 31세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OECD에 속한 나라들 가운데 평균적으로 가장 낮은 첫 임신 연령은 26세로 미국, 루마니아, 라트비아, 불가리아가 여기에 속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막는 것이 결론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여러 가지 압박들을 제거하고 가사를 분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이를 갖기를 워하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한국의 남녀간 임극 격차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 여성들이 출산을 늦추는 또 다른 이유는 어쩌면 경제적 불안에 대한 우려일 수 있다."

'산냉전'이 우려되는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국인으로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다. 세계 질서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금, 인구통계학적 사유는 변화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밑바탕이기도 하다.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 ⓒ흐름출판

[전홍기혜 기자(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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